사상 초유의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상정된 지난 16일 제211회 중앙종회 임시회의장은 카메라 플래시 소리가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 했다. 신재호 기자

무거운 침묵 속… “종단미래 위해 냉철하게 임해달라 ”

211회 임시회 개원 직전
총무원장 스님 입장하자
카메라 플래시 소리만…

“종단을 안정시키고
종헌질서 바로 세우고자”
결의안 발의배경 설명
투표시작 25분경 종료 
찬성 56표, 반대 14표
기권 4, 무효 1…‘가결’

22일 원로회의 재적의원
과반이상 찬성해야 효력

총무원장 불신임안 상정을 앞둔 제211회 중앙종회 임시회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오전 10시 개원 직전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입장하자 카메라 플래시 소리만 터져 나올 뿐 회의장은 무거운 침묵에 빠졌다. 

지난 1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날 임시회는 의사일정에 따라 삼귀의·반야심경 봉송에 이어 의원 점명 등이 차례로 이뤄졌으며, 재적의원 75명 중 72명이 참석해 회의장이 가득 찼다.

의장 원행스님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종단의 혼란한 상황을 중앙종회가 앞장서 해결해나가자는 여러 의원 스님들의 요구가 있었고, 의장단 상임분과위원장 스님들도 이에 공감해 임시회를 개회하기에 이르렀다”면서 “더욱이 총무원장 불신임이라는 초유의 의안에 직면하게 됐다”며 어렵게 말을 뗐다. 그러면서 “이에 여러 의원 스님들은 종단 미래를 위해 냉철하고 사려 깊은 마음가짐으로 임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곧바로 총무원장 설정스님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총무원장 스님은 “저는 이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려 한다”며 “이미 밝혔듯 저에 대한 의혹을 밝히고 종단 개혁의 초석을 마련한 후 수행자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앙종회는 안건 채택 순서를 밟기 위해, 임시회 하루 전날인 15일 의장단 및 상임분과위원장, 총무분과위원회가 연석회의에서 정리한 내용을 총무분과위원장 범해스님으로부터 보고받았다.

“이의가 없으면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의 건) 등 순서대로 안건을 채택하도록 하겠다”는 의장 스님 발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선광스님이 중대한 사안인 만큼 순서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다수 종회의원 스님들이 “가장 중요한 안건부터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만당스님 의견에 동의했고,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야당 성향 종책모임인 법륜승가회 소속 스님들의 발언과 이를 제지하려는 종회의원 스님들의 발언이 뒤섞이면서 한 동안 소란이 일었다. 

결국 중앙종회는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의 건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선출의 건 △중앙선거관리위원 선출의 건 △종법 개정안 △종책질의의 건 등의 안건을 채택한 직후인 오전10시40분 경, 원활한 진행을 위해 비공개로 전환됐다. 수십여 명의 취재진들도 총무원 홍보국 관계자들의 퇴장 요청에 일제히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종회 사무처 관계자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첫 번째 안건을 상정한 중앙종회는 대표발의자 범해스님의 제안 설명에 이어, 오전11시경 가결 여부를 묻는 투표에 돌입했다.

이날 범해스님은 불신임결의안 제안 설명에서 “제35대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취임 이후 종단 안팎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명확하게 소명하지 못해 종단 혼란을 야기했다”면서 “총무원장 스님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및 중앙종회 등에 8월16일 용퇴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이를 번복함으로써 종단 혼란과 분란을 초래했고, 종단의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총무원장 스님은 명예롭게 용퇴하고, 종헌종법 질서 속에서 종단 화합과 안정을 이루라는 종정예하 교시를 무시하고 퇴진을 거부함으로서 우리 종단이 극심한 혼돈의 상황으로 내몰렸기에 중앙종회 의원은 종단을 안정시키고 종헌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중앙종회는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의 경우,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의 발의로 ‘무기명 비밀투표에 의한 중앙종회의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한다’는 종법에 따라 재적인원 75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투표에 들어갔다. 이후 11시25분 경 투표를 종료하고 개표를 시작했다.

11시30분 경, 국제회의장 안에서 밖으로 나온 홍보국 관계자가 “찬성 56표, 반대 14표, 기권 4표, 무효 1표”라는 결과를 알려왔다. 

1994년 종단개혁이후 중앙종회에서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해당 사안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개표 결과 예상보다 많은 찬성표가 나왔다. 찬성 56표로 가결에 필요한 50표를 훌쩍 넘긴 것이다. 앞서 불신임안을 제출한 불교광장 소속 의원(43명) 외에 법륜승가회(16명)나 비구니 종회의원 스님(10명) 쪽에서 찬성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종회 수석부의장 초격스님은 표결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적의원 전원이 참석해 투표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현안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이라며 “종회에서 가결된 만큼 원로의원 스님들 뜻도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가결된 결의안은 22일 열리는 원로회의 인준을 받으면 효력이 발생한다. 원로회의에서는 현재 원로의원 23명 중 과반인 12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이날 임시회가 끝난 직후, 사태의 긴급성을 고려해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중앙종회 사무처 확인 결과 제59차 원로회의는 당초 일정대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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