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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불식 열흘 해보니…3.6kg 줄었다 두뇌도 멈췄다

기사승인 2018.08.29  0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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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민 기자 ' 해보니 체험기'

오후불식은 낮12시부터 다음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을 말한다. ‘때 아닌 때 먹지 말 것’을 강조하신 부처님께서는 재세시에 하루 한 끼만 먹는 일종식을 원칙으로 삼았는데, 이는 공양을 올리는 신도들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먹을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써 자연스레 음탕한 마음을 줄이고,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짐으로써 수행에 한결 집중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남방에서 북방으로 불교가 전해지고 탁발에서 자력으로 먹거리를 얻게 되면서 한국 불교에서는 하루 세끼가 원칙이 됐지만 아직 생활 속에서 하루 한 끼 식사를 실천하고 있는 수행자도 적지 않다.
오후불식을 시작한 지 7일이 지난 24일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삭한 치킨, 시원한 맥주 한잔을 앞에 두고 침을 꼴깍꼴깍 삼켰다. “보는 우리가 불편하다”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는 타박이 쏟아졌지만 '오후불식' 이거늘 어쩌란 말인가. 차 한잔으로 쓰린 속을 달랬다.

“노동하는 사람에겐 맞지 않으니 그냥 제 때 먹고 제 때 자라”는 스님들 만류에도 오후불식을 결심 한 건 몸과 마음의 정리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 얻은 건 주량이오 늘어난 건 체중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업무와 쉴 틈 없는 인간관계 속에서 오는 스트레스 해소엔 ‘먹을 것’ 만큼 만만한 게 없었다. 

직장 생활에서 문득 찾아오는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종일 단 것을 입에 달고 살았고 퇴근 후 밀려오는 허기는 폭식과 폭음으로 채웠다. 언제 배가 고픈지, 무엇이 내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숨만 쉬면 사는 인생, 위를 비우면 몸과 마음도 좀 가벼워질까.

지난 18일부터 27일까지 10일 동안 오후불식을 했다. 직장인 점심시간에 맞춰 불식 시간은 오후1시부터 다음날 오전7시까지로 정했다. ‘1일1식’ ‘시간제한 다이어트’가 아닌 만큼 먹을 것에 별다른 제한을 두진 않았지만 불식 시간 동안, 씹을 수 있는 건 허용하지 않았다. 향이 겨우 느껴질 만한 차 한잔, 크림과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블랙커피가 18시간 동안 섭취할 수 있는 유일한 음식물이었다.

끝 모르는 ‘식탐’

오후불식은 탐욕의 끝이다. 18시간, 시계 바늘이 한 바퀴를 돌고도 반을 더 지나야 뭔가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밥이며 빵이며 일단 손에 잡히는 대로 입에 집어넣고 본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1시부터는 절대 먹어선 안 돼”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평소 잘 먹지 않던 것도 억지로 뱃속에 쑤셔 넣는다. 

점심을 배불리 먹고 나서는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 케이크를 꾸역꾸역 목구멍에 들이 미는가 하면 지금 당장 먹고 싶지도 않은 과자는 주머니에 쑤셔 넣길 수차례. 이쯤 되면 없던 식탐도 생길 지경이다. 속사정도 모르고 먹을 것을 쥐어주는 사람들은 또 왜 그리 많은지. “아니, 곡차도 못 먹나?” 하는 소리에 “네? 곱창이요?” 답하는 스스로를 보며 ‘미쳤다’ 생각했다. 24시간 내내 빈 공간 없이 꽉꽉 채워지던 위와 내장은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자 반항하듯 장기를 쥐어짜는듯한 고통을 안겼다. 열흘 중 절반이 지나며 공복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저녁 내내 배는 늘 고프다 못해 아팠다.

롤러코스터급 감정변화

공복보다 무서운 건 금당(禁糖)증세다. “저녁 한 끼 안 먹는 거야 우습지” 코웃음 치던 자만은 하루 만에 무너졌다. 오후3시가 지나자마자 가파르게 떨어지는 당을 채우지 못하니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한다. 불식을 시작한 첫날, 습관처럼 과자 봉지를 뜯는 손에 놀라 모든 간식을 서랍에 넣고 문을 잠궜는데 이따금씩 아니 아주 가끔 책상을 때려 부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짜증나는 일을 생각하며 오독오독 씹어 먹던 아몬드, 화가 밀려올 때마다 응급처지로 녹여 먹던 초콜릿, 열받는 인간을 생각하며 질겅질겅 씹던 젤리와 이별하니 기분이 바닥을 쳤다. 그냥 웃고 넘어갈 농담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부장님 사소한 말 한마디가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고백하건대 열흘 중 하루, 오랜만에 서른살 넘어 울었다. 

습관처럼 초콜릿을 입에 가져가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흠칫 놀랐다. 오후불식 첫날, 서랍 안에 모든 간식을 집어넣었지만 때때로 책상을 부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두뇌가 멈췄다

오후불식은 업무에도 영향을 미친다. 뇌의 에너지원이 되는 포도당 공급에 차질이 생기니 전두엽이 작동하지 않는다. 집중을 하려 노력하면 할수록 멍 때리는 시간은 늘어만 갔다. 몸 쓰는 일이면 차라리 나았으련만, 머리 쓰는 직업을 가진 걸 후회했다.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기사 첫줄을 1시간 동안 잡고 늘어졌을 때는 정말이지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믹스 커피 1잔’이 그렇게 절실 할 수 없었다.

다이어트? 최고!

오후불식 다음날 1일차 체중 -0.9kg, 2일차 -1.1kg, 3일차 -0.8kg, 4일차 -0.1kg, 5일차 변화 없음, 6일차 +0.3kg, 7일차 -0.3kg, 8일차 변화 없음, 9일차 -0.2kg, 10일차 -0.5kg. 처음 3일은 하루에 1kg씩 쭉쭉 빠졌다. 매일 한시도 쉬지 않고 꽉꽉 채워져 있던 위장이 깨끗이 비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절반이 지나며 몸이 공복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체중은 더 이상 줄지 않았다. 

평소보다 훨씬 적게 먹는 것 같은데도 크게 줄지 않는 몸무게에 살짝 우울해질 찰나, “배가 쏙 들어 갔네”라는 어머니 칭찬에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붓기가 빠진 거겠지. 지방이 아니라 수분이 빠진거야”라는 동생 말에 급우울해졌다. 역시 롤러코스터급 감정 변화다.

인간관계? 글쎄...

저녁밥을 먹지 못하니 약속 잡기 어렵다. 있던 약속도 취소하고 불필요한 만남은 부러 없앴다.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선 온갖 고문을 견뎌야 했다. 아버지 생신 때는 소갈비를 앞에 두고도 냉수만 벌컥 벌컥 마셨다. “진짜 안 먹어?” “회사에 말 안할게 이거 하나만 먹어”라는 가족이 야속했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선 바삭한 치킨, 시원한 맥주 한잔을 앞에 두고 침만 꼴깍꼴깍 삼켰다. “야, 보는 우리가 불편하다”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는 타박이 쏟아졌지만 차 한잔으로 버텼다. 저녁밥이 사라진 삶, 인간관계 끊어질까 무서워졌다.

결핍에서 오는 충만

“이따 뭐 먹지?” “저녁에 술이나 한잔 할까” “주말엔 맛있는 거 먹으러 어디로 가지?”라는 생각을 접으니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게 된다. ‘먹는 것’이 아닌 보고 듣는 것에 남은 시간을 쓴다. 좋아하던 가수의 앨범을 오랜만에 통째로 들었고 배고픔을 달랠 겸 안하던 요가도 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식욕이 솟구칠 땐 눈을 감고 명상도 해봤다. 

불필요한 약속을 잡지 않으니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이 남는다. 사방이 맛집이고 먹을게 넘쳐나도 나와는 상관이 없다 생각하니 생활도 심플해졌다. 취침시간이 새벽1시에서 밤10시로, 기상 시간이 아침7시에서 5시로 바뀌었다. 배고픈 게 싫어 일찍 잠에 든 탓이다. 오후불식은 새벽형 인간을 만든다.

어찌됐든 실패다

‘수행자는 가난을 즐기면 복이 된다’는데 처절하게 실패했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내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먹어야지” “며칠만 참으면 끝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공복과 여백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어떤 날은 위장이 쪼그라드는 소리를 들으며 오후10시부터 새벽2시까지 침대에 누워 초콜릿 먹을 생각만 하다 잠이 든 적도 있었다. ‘근기’가 그 정도 깊이 밖에 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실망 참 많이 했다.

초발심자에게 오후불식은 쉽지 않은 고행이다. 부처님께서도 처음부터 하루 한 끼만 먹으라 강요하진 않으셨다. 음식을 먹는 일은 즐기고 취하고 아름다움을 얻기 위함이 아니고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병에 들지 않기 위해, 청정한 수행을 유지하기 위한 일이라 하셨다. 몸은 덧없지만 수행을 위한 도구요 깨달음을 담는 그릇이니 절제해 스스로를 잘 닦으란 뜻이다. 오후불식을 했던 한 스님은 “적어도 한 달 이상이 지나야 몸이 적응하기 시작한다”며 “극단적 방법으로 무조건 스스로를 몰아 세우기보다 조금 부족하게 먹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무소유 법정스님은 “안으로 살피는 일에 소홀하면 기계적인 무표정한 인간으로 굳어지기 쉽고 동물적 속성만 쌓여 삶의 전체적 리듬을 잃게 된다”고 했다. “뱃속에는 밥이 적어야 하고 입속에는 말이 없어야 하고 마음에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스님의 말처럼 동물적, 기계적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이따금 내가 지닌 습으로부터 한번쯤 단절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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