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전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일감스님

전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일감스님이 불교신문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적폐를 청산한다며 억지주장을 펴고 있는 이들을 향해 “이성이나 상식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일침을 가했다.

일감스님은 “‘털면 뭐든 나오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전직 총무원장이나 집행부에 대해 ‘구속’이나 ‘멸빈’이니 극한 표현을 써가며 검찰이나 심지어 청와대, 대통령까지 개입해달라고 요청하는 행태는 꼴사납고 애처롭기까지 하다”며 “도대체 저들에게는 이성이나 상식이 있는지, 무슨 자격으로 저런 행위를 버젓이 하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일감스님은 “수년을 걸쳐 어렵게 만들어낸 전통문화에 대한 국가 예산을 부정한 방법으로 받아낸 것으로 왜곡 폄하하거나 일선 사찰에서 발생한 문제를 종단 차원의 대형 비리 사건 인양 몰아세우고 외부세력이나 심지어 이교도까지 내세워 전임 총무원장과 종단을 비리 집단으로 표적화하는 것은 그 진위를 의심케 할 뿐”이라고 개탄했다.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에 대한 구속수사를 요구하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형편없는 주의 주장”이라고 받아쳤다. 일감스님은 “전임 총무원장 스님은 지난 8년간 종단 안정을 바탕으로 그 어느 때 보다 사회적 책무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불교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왔다. 그 예산은 거의 총무원이 아닌 우리 종단 소속 사찰의 유지 존속을 위해 사용됐다”며 “이것이 어떻게 허물이 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오히려 “종단 행정 수반으로서 맡은 바 책무를 잘 이행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일감스님의 기고문 전문이다.

“전통문화예산 왜곡 폄하하거나
대형 비리 사건으로 몰아세우고

외부세력 이교도까지 내세워
종단을 비리 집단으로 표적화”

어느 해보다 무더웠던 여름도 서서히 지나가고 가을 향기가 나기 시작한다. 조석(朝夕)으로 맺히는 서리와 이슬을 보며 자연의 무상함을 느끼고 마치 폭풍처럼 몰아친 지난 몇 달간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근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거침없는 비난과 독설, 니편 내편하며 한 치도 양보 없는 갈등, 이렇게라도 떠나서 지난 일을 돌이켜 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제34대 35대 집행부에서 기획실장을 두 번이나 역임한 소임자로서 나는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종단 일각에서 주장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들으며 한편으로는 분심이 일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대표적인 것이 불교 예산에 관한 형편없는 주의 주장이다.

총무원장은 종단을 대표하고 종무행정을 통리하는 자리로서 각 사찰 주지 임면권, 예산 승인권과 조정권 등 종단을 유지 존속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 3천여 사찰과 1만3000명의 승려, 국보 70건과 보물 664건 등 가장 많은 국가지정문화재를 소유하고 있고 국가 다음으로 국립공원 가운데 가장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종단의 행정수반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막중함을 갖고 있다. 수년간 총무원장스님의 고통과 번뇌를 옆에서 지켜본 소임자로서 그 책임과 역할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얼마 전 일부라지만 몇 명이 대검찰청 앞에서 총무원장을 역임한 자승스님의 구속 및 수사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삭발과 함께 3천배를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들은 전통사찰방재시스템 예산과 관련해서 수사가 진행 중인데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에게 막중한 책임이 있으니 구속하라는 주장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듯 국민이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위법 행위가 있다면 조사를 받고 처벌을 받아야한다. 자승스님께서 법을 위반했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 그러나 ‘털면 뭐든 나오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전직 총무원장이나 집행부에 대해 ‘구속’이나 ‘멸빈’이니 극한 표현을 써가며 검찰이나 심지어 청와대, 대통령까지 개입해달라고 요청하는 행태는 꼴사납고 애처롭기까지 하다. 도대체 저들에게는 이성이나 상식이 있는지, 무슨 자격으로 저런 행위를 버젓이 하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전통사찰 방재시스템과 관련하여 사정당국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일부 언론을 통해 그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방재시스템의 예산과 관련하여 사찰이 부담해야하는 자부담비용을 시설 업체가 공사 수주를 빌미로 대납했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조만간 조사 결과가 나오겠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여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만 이 사건과 관련해서 무분별하게 제기되는 억측이나 비난은 결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특히 수년을 걸쳐 어렵게 만들어낸 전통문화에 대한 국가 예산을 부정한 방법으로 받아낸 것으로 왜곡 폄하하거나 일선 사찰에서 발생한 문제를 종단 차원의 대형 비리 사건 인양 몰아세우고 외부세력이나 심지어 이교도까지 내세워 전임 총무원장과 종단을 비리 집단으로 표적화하는 것은 그 진위를 의심케 할 뿐이다.

방재시스템 구축 사업 등 불교 관련한 국가 예산의 확대는 전통문화 보존과 계승을 위한 국가와 정부의 책임성을 높이는 일이며 대다수 일선 사찰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중요한 성과이다. 사찰 기준으로 평균 2억5000만원이 소요되는 방재시스템 구축 후 사찰 화재가 현저히 줄어들고 도난 사건이 거의 사라진 것을 보면 예산 확보의 실효성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전임 총무원장 스님은 지난 8년간 종단 안정을 바탕으로 그 어느 때 보다 사회적 책무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불교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왔다. 그리고 그 예산은 거의 총무원이 아닌 우리 종단 소속 사찰의 유지 존속을 위해 사용됐다. 이것이 어떻게 허물이 될 수 있는가? 종단 행정 수반으로서의 맡은 바 책무를 잘 이행한 일이다. 그동안의 고뇌와 고통에 대해 심정으로 이해하고 박수를 보내야 할 일이 아닌가!

이제 무책임한 억지는 삼가해야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깃털보다 가벼운 행위로 종단을 멍들게하는 농단을 언제까지 지켜볼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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