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불을 지핀다

숨 쉬는 집

굴뚝 위로 집의 영혼이 날아간다

가출(家出)하여, 적막을 어루만지는 연기들

적막도 연기도 그러나

쉬 집을 떠나진 않는 것

나는 깜빡 내

들숨 소리를 지피기도 한다

- 장석남 시 ‘군불을 지피며 1’에서

아궁이에 불을 땐다. 구들장 밑으로 불이 들어가고 굴뚝에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집이 숨을 쉰다. 집의 영혼이 하늘로 솟으며 그윽한 적막을 쓰다듬는다. 그러나 집을 둘러싼 적막도, 집의 영혼인 연기도 집을 아주 떠나지는 않는다. 한 구의 몸인 집을 영 벗어나지는 않는다. 

군불을 지피면서 시인은 들이쉬는, 자신의 들숨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영혼을 덥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면서 영혼의 열(熱)과 소란, 잠잠함, 의지할 데 없음과 쓸쓸함을 생각한다. 

우리에겐 뭔가를 되비춰보는 눈, 심안(心眼)이 있다. 내가 나의 들숨 소리를 듣는 일도, 알아차리는 일도 이 심안으로 반조하는 일이다. 반조하면 풀려나고 고요해진다.  

[불교신문3420호/2018년9월1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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