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년 전 일이다. 2017년 8월10일, 세종 경원사 주지 효림스님이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조계종 선거법’을 불태우는 장면을 연출했다. 종단 징계자들과 이교도 등이 주축이 된 보신각 집회에 참석해 거리행진을 하던 도중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오후8시반경, 전통사찰 코앞에서 이 여섯 글자가 적힌 종이 박스를 불태웠다. 

현장에 있었던 기자 또한 이 위험천만한 행위를 끝까지 지켜봤다. 굳이 이런 방식이었어야 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효림스님은 박스 안에 구겨 넣은 신문지에 먼저 불을 붙였다. 하지만 불이 잘 붙지 않자 한 참가자가 촛불을 박스 안에 집어넣었다. 집회 때문에 출동한 경찰들은 즉각 소화기를 준비했다. 어디까지 번질지 모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불은 박스만 태우고 꺼졌다. 조계사를 지키고 있던 사찰 관계자들도 완전히 꺼질 때까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다음날부터 비판 여론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의사표현이야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승복을 입은 수행자가 많은 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 스스로의 체계와 질서를 부정하는 듯 한 모습은 그 어떤 설명으로도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본지도 관련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뤘고,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종단파괴행위” “종단을 이루는 근본이 종헌종법 질서인데, 어떻게 스님이 우리 정체성을 제 손으로 망가뜨릴 수 있느냐” “일반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종법을 불태운 행위는 종단을 공개적으로 능멸한 것과 같다” 는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1년 여가 흐른 지금, 종단은 새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 시점에 사부대중이 바라는 것은 단 한가지라고 생각한다. 조용하고 불교다운 선거로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절차와 방식은 종단 선거법에 잘 나와 있다.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법을 소각하는 등 불교에 전혀 이로울 게 없는 일탈 행위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불교신문3421호/2018년9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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