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스토리’ 발간한 금선사 선우스님 인터뷰

해마다 7000여명 찾아가는 절

연간 템플스테이 운영일수 1위

아픈 현대인 자연으로 치유하고

스님 특유의 친화력 다담 ‘인기’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허공의 문. 잘난 척할 필요 없고 잘 보이고 싶어 긴장할 필요도 없는 곳. 다치고 옹이진 마음 그냥 풀어놓으면 되는 그 곳은 어딜까. 선우스님이 말하길 단언컨대 ‘한국의 절’이다. “한국의 절은 내면의 거울을 마주하기가 수월한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자신의 마음속 깊이 쟁여 놓았던 먼지 쌓인 속내를 선뜻 드러내요.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마음의 먼지를 탈탈 털어내고 맑은 거울처럼 담담해진다고 할까요?”

문득 하늘을 보다

선우·법일 지음 / 36.5°

선우스님은 서울 북한산 자락 금선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총괄한다. 벌써 5년째다. 외국인 1500명을 합쳐 매년 7000여명이 금선사 템플스테이에 ‘알아서’ 찾아온다. 왔던 사람들이 또 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평일에 한두명이 와도 프로그램은 여지없이 가동되고, 선우스님은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을 반기고 그들과 기꺼이 마주앉는다. 대형 사찰에서 수백명에 달하는 단체를 상대로 템플스테이를 하는 사찰도 많지만 절 규모상 한번에 서른명도 채 수용하지 못하는 작은 도량 금선사는 템플스테이 운영일수로는 단연 ‘전국 1등’.

선우스님은 책 제목처럼 “문득 하늘을 보라”고 권한다. 찾으려 하고 바깥에서 구하려 하지 말고 원래 있었던 하늘을 보면서 본래 마음을 보라고 말한다. 스님은 5년간 템플스테이를 지도하면서 숱한 사람들 사이에 오고간 기록이자 지혜의 흔적을 책에 담았다. 책은 스님의 도반 법일스님과 공저이고, 영문 감수는 상명대 영문학과 사무엘 알렉산더 데니 교수가 맡았다.

선우스님은 템플스테이를 이렇게 소개한다. “자신을 향해 귀를 활짝 열어주는 스님이 있고, 그 스님에게 자신의 얘기를 풀어놓아도 괜찮겠다는 믿음이 있다. 타인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겸허함이 있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경탄하는 마음도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에게 너무나도 익숙했던 삶의 패턴에서 벗어나 샛길을 향해 나아가 보려는 용기를 내는 사람도 있다.”

선우스님의 템플스테이 스토리집 <문득 하늘을 보다>는 5년여간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다담의 추억이자 열매다. 6년째 행정고시에 낙방한 취준생, 직장서 받은 횡령의혹으로 우울증에 걸린 회사원, 자존감이 바닥 난 중년여성, 가족이란 족쇄를 버리고 싶은 가장, 실연에 힘겨워 삶을 아예 포기하려는 청년…. 상처받고 신음하는 이들의 아픔과 고뇌에 귀 기울이며 함께 울고 마침내 같이 웃는 이야기 모음집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괴롭습니다. 일자리가 부족해서 괴롭고,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어서 괴롭고, 일은 재미있는데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어서 괴로워요. 이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마음이 어떤 패턴으로 흐르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지금보다 나은 그 뭔가를 위해 지금 이 순간 챙겨야 할 일상의 소중함을 뭉개버리고, 끊임없이 자기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지요?”

스님이 절을 찾아온 그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깨우친 사실 하나.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상당히 보편적이라는 겁니다. 특별한 사건이 벌어졌다고 아파하는 사람들도 사소한 경험에서 생긴 습관적인 틀과 생각에 준해서 상황을 너무 심각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요. 부처님은 우리에게 떡 하니 해결책을 주시지 않았잖아요. 특별한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별하게 문제시하는 그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관건입니다. 내 인연에 의해 과하게 반응했을 뿐 훌훌 털어버리니 스쳐가는 해프닝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우치는 과정이랄까?” 참지 못하고 욱하는 ‘화’도 다시한번 들여다볼 화두다. “화를 내서는 안되는데 내버려서 후회스럽고, 화로 인해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 같다고 걱정하는데, 화도 일어날만 해서 나는 거 아닐까요? 자기 마음을 억누르는 도덕적 판단을 내려놓고 화를 지겨보다보면 내 안에 화에 걸리는 어떤 콤플렉스가 드러날 겁니다. 남에게 들키기 싫었는데 들켜서 내가 오버해서 화를 내는구나 라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지요.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해프닝은 자신의 솔직한 마음과 만나게 하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 문을 통해 자신과 직면하고 두려움없이 세상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었을 때 삶은 더욱 깊이있고 신선한 에너지로 콸콸 흘러넘치게 돼죠.”

선우스님은 스님이지만 자신을 숨기거나 포장하지 않는다. 너무나 인간적인 스님의 마음을 스스럼없이 드러내 놓으니 상대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을 수 없다. 고단하고 아픈 결혼생활에 지친 사람이 스님이 부럽다 하면 “나도 당신이 부럽다”고 응대하는 스님이다. “자연과 더불어 자유롭게 사는 스님의 삶 이면에는 수행자로서 원치않는 사람들과도 조화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감내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요. 삶은 어차피 동전의 양면. 나에게 주어진 삶의 장점에 집중해서 사는 것이 어떨까요?” 선우스님은 몇 년 전 작은 소형차를 처음 뽑았을 때 ‘자유의 화신’이라도 생긴 양 좋아했다가 이제는 더 큰 차에 눈이 돌려지기도 한다며 크게 웃었다. 출가 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스님이기에 출가해서도 9년간 선방생활 내내 다른 대중 스님들 쉴 때조차 혼자서 쉬지 않고 정진하면서 더 나은 스님이 되겠다고 더 좋은 무언가를 얻겠다고 했던 일들도 주저없이 털어놓았다. “절에 온 분들과 다담을 하다보면 저도 찔리는 게 있어서 제 말이 저를 반추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해결되지 않은 업식의 틀이 있으니까요. 그 틀을 벗어날 수 있는 통로가 돼주는 템플스테이가 고맙죠. 제가 템플스테이를 아주 잘 활용하고 산답니다. 하하하.”

스님은 “진리의 길을 묻다가 모든 곳이 길임을 알게 된 후 또다시 길을 나선다”고 했다. 아니 “같이 나서자”고 하는 것 같았다. “자신이 어떤 존재이건 어떤 사회적 지위이건 열등감이나 우월감 없이, 그리고 아무런 자책없이 호호 불며 나누어 먹는 군고구마 맛에 눈 맞추며 행복이 눈발처럼 따스하게 녹아드는 그 곳에서”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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