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선거 사상 첫 종책토론회
서로 공약 어필하며 선의의 경쟁 ‘눈길’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종단 총무원장 선거 사상 처음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종책 토론회가 열렸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고 중앙종회가 주관하는 제36대 총무원장 후보자 종책토론회가 19일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중앙종회의원 스님 등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중앙종회 수석부의장 초격스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기호 1번 혜총스님, 기호 2번 원행스님, 기호 3번 정우스님, 기호 4번 일면스님 등 후보자 전원이 참석했다. 과거 선거를 치를 때마다 흑색선전과 비방행위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것과 달리, 이날 토론회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종단 현안에 대해 후보들의 식견과 지혜를 엿보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날 사회를 맡은 초격스님도 “엄중한 시기에 큰 뜻을 내 주신 후보 스님들께 감사한다”며 “여느 때보다 깨끗하고 상대 후보를 존중해 주고 있는 이번 선거에 언론에서도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다. 이 자리를 마칠 때까지 열띤 토론과 경청으로 임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총무원장으로 입후보한 스님들 소개에 이어 본격적인 토론회가 막을 올렸다.
그 첫 번째 순서는 각 후보들의 종견 및 종책에 대해 각 5분씩 여는 말로 시작됐다. 후보 스님들은 공통적으로 현재 종단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데 인식을 함께하고,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각자의 공약을 소개하며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종단 어려운 상황 직면…후보들 모두
“사부대중과 함께 이겨낼 것” 강조
기호 1번 혜총스님은 “오늘과 같이 종단이 종도와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은 적이 없다. 수행하고 전법하는 종단, 함께하는 종단, 존경받는 승단을 만들겠다”며 “대외적인 불교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67년간 수행 정진한 제 모든 역량을 이번에 종단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각오로 나왔다. 그 원력에 힘을 보태달라”고 밝혔다.
기호 2번 원행스님은 “무엇보다 화합과 소통으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동시에 지속적인 개혁을 해나가는 한편, 스님들 복지정책의 획기적 개선과 교구중심의 종단을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의 시대인 만큼 불교문화 창달에 힘쓰고, 모든 사부대중과 힘 모아 사회에 회향하는 불교가 될 수 있도록 제 모든 역량과 정성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기호 3번 정우스님은 “모두가 지금 공감하고 있는 것은 종단이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많은 스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할 난제가 많다”며 “총무원장이 된다면 교구본사 중심의 종무행정과 승가복지제도 강화, 비구니 스님들의 역할과 위상강화, 불교의 사회적 역할 증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호 4번 일면스님은 “제 장점은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현안이 있으면 전문가들을 모시고 충분히 대화하고 합리적으로 시행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총무원장이 된다면) ‘종단미래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전문가들을 모시고 주요 현안을 놓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업무를 시행하겠다. 공약집을 보고 언제든 제게 말씀 주시면 성의껏 답변하고 함께 손잡고 가겠다”고 밝혔다.
총무원장으로 당선되면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종책에 대한 질문에는 다양한 답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진행 방식에 따라 이번엔 기호2번 원행스님부터 차례로 답변했다.토론회는 약 두 시간여 동안 ‘100분 토론’을 방불케 하는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총무원장 후보자 스님들도 자신의 공약을 최대한 어필하며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교구중심제 실현과 승려복지제도 강화, 비구니 스님들의 권익을 향상하겠다고 한목소리로 약속하기도 했다.
총무원장이 되면 최우선적 추진 과제
혜총스님 ‘직선제 실현’
원행스님 ‘국민연금 의료보험 전액 지원’
정우스님 ‘교구중심제 실현’
일면스님 ‘복지사찰 지정…승려복지 확대’
원행스님은 “조계종 1만2000여 명의 스님들에 대해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을 4년 동안 단계적으로 100% 전액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중앙에서 승보공양운동을 펼치고 교구에서도 일정 부분 분담한다면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우스님은 “총무부장 소임을 잠시 봤을 때 직영사찰에서 얼마 이상 집행해야 할 때 총무부장 전자결재를 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앞으로 교구중심제로 모든 것을 하면서, 호법부 신원조회나 인사, 분담금 납부 등을 중앙과 전자결재로 진행하고, 나머지는 교구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교구별로 특별분담사찰을 지정하면 승려복지제도가 탄력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일면스님은 “제가 총무원장이 된다면 교구중심제를 이루겠다. 역대 총무원장 스님들도 이를 말씀 하셨지만 하지 못했다”며 “말사주지를 본사주지가 임명하고, 총무원 호법부 조사 대신 교구에서 상벌을 정했으면 한다”며 “해당 본사마다 복지사찰을 하나씩 정해서 일부 수입을 복지예산으로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혜총스님은 “총무원장에 당선되면 먼저 직선제를 실행하겠다”며 “간선제는 시대적으로 맞지 않아 직선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총무원장이 됐건 단임제로 해야 하고, 말사 주지 스님들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10년제로 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대국민 신뢰회복을 위한 방안으로는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화합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정우스님은 “종단에 다양한 소임을 보셨던 어른 스님과 중진 스님, 산중에 원로 스님들이 계신다”며 “이런 분들이 항상 모임을 가져서 좋은 의견을 개진하고 또 법제화를 위해 중앙종회에 발의할 수 있도록 총무원에서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비구니 스님들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일면스님은 “종헌종법을 엄정하고 공정하게 집행해 종도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불교신행단체들의 의견을 들고 종단미래발전위원회를 구성해 함께 가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혜총스님은 “사부대중이 공히 한마음을 가졌을 때 화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스님은 스님답게 신도는 신도다울 때만이 화합이 된다”며 “그 기초는 부처님이 가르쳐주신 율장에 의해서만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행스님은 “소통과 화합이 종단의 큰 과제인 만큼 소통과 화합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함께 하도록 하겠다”며 “출가했을 때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왔는데, 비구 비구니 스님 이부중은 교구본사에서 교육과 수용을 균등히 해야 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 비구 비구니 스님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미래 포교전략에 대해서는 후보자 스님만의 노하우를 살린 답변들이 쏟아졌다. 일면스님은 “본사 주변 도시에 땅을 마련해 불교회관을 지어 마음 놓고 수행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겠다. 그 비용의 30% 정도는 총무원장이 실질적으로 나서 모금운동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혜총스님은 “포교원에 소속된 단체들이 포교공간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화주를 통해 3000평 대지에 33층의 건물을 지어 신행단체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함께 포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와 함께 원행스님은 “총무원장 직속 불교문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도시와 농촌 사찰 간의 결연을 통해 윈윈 작전을 펼치겠다”고 했으며, 정우스님은 “1990년대에 불교TV 살림살이를 맡아 4년간 애를 썼고 극단 신시를 설립해 문화 포교에 힘썼고 인터넷 방송도 활발하게 운영 중”이라며 “이것이 바로 이 시대 포교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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