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가을 대표하는 밤’ 의미
소원 빌며 풍요 기원하고 감사 
옥토끼, 부처님 전생담서 유래
불교에서 달은 부처님을 상징 

우리의 전통명절은 크게 ‘홀수 명절’과 ‘달의 명절’로 구분된다. 홀수 명절은 1월 1일(설날), 3월3일(삼짇날), 5월5일(단오), 7월7일(칠석), 9월9일(중양절)이다. 11월11일은 없는데, 이는 10을 완전함으로 이해해, 그 이후에는 의미부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전통에서는 홀수(기수)는 하늘, 남성, 신성한 것을 상징하며, 짝수(우수)는 땅, 여성, 일상적인 것을 나타낸다. 또 인도에서도 홀수는 짝수보다 중하게 여긴다. 이 때문에 불교에서는 불보살님을 모실 때 1분, 3분, 5분처럼 홀수로 하며, 탑의 층수나 절을 올리는 횟수 등도 모두 홀수로 한다. 

달의 명절은 1월15일(정월 대보름), 6월15일(유두), 7월15일(백종, 우란분절), 8월15일(한가위)의 총 4가지다. 1월15일은 정초에 한 해에 닥칠 모든 삿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邪)의 명절이다. 6월15일은 농사일을 모두 마친 뒤 재계(齋戒)하며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이며, 7월과 8월15일은 풍요를 기리고 조상님께 제례를 올리는 명절이다. 즉 달의 명절에는 ‘벽사’와 ‘풍요’라는 2가지 키워드가 존재하는 셈이다. 

달과 관련해서 가장 주목되는 나라는 인도다. ‘인도’나 ‘힌두(Hindu)’가 모두 달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태양 빛이 강렬한 무더운 나라다. 이로 인해 태양보다도 달에 대한 선호가 크다. 현장은 <대당서역기> 권2 ‘인도총설’에서, ‘쉼 없는 무명의 윤회를 밝혀 주는 것이 달이며, 인도에는 위대한 성현들이 나타나 어두운 세상을 밝혀 줌으로 달 즉 인도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동아시아 불교에서는 초하루와 보름에 불공을 올리며, 한 달이 무탈하고 붓다의 가피로 충만하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우리와 달리 14~15일과 29~30일을 기린다. 인도는 무더우므로 낮이 아닌 해 질 녘에 종교행사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즉 철야를 통해 자신의 허물을 반성하는 포살법회를 베풀고 보름(백월)과 그믐(흑월)을 기리는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인도야말로 진정한 달의 나라라고 하겠다.

동아시아 전통에서 풍요를 대표하는 명절은 단연 추석(秋夕)이다. 추석이란, ‘가을을 대표하는 밤(만월)’이라는 의미다. 추석은 중추절 또는 한가위라고도 한다. 중추절(仲秋節)이란 ‘가을의 중간’이라는 의미인데, 가을에 해당하는 7월 (맹추)·8월(중추)·9월(계추)의 석 달 중 8월 15일이 한가운데가 되기 때문이다. 한가위라는 말 역시 ‘한’이 크다는 의미고, ‘가위’가 가운데라는 뜻이니 한가운데라는 말이다. 즉 중추와 한가위는 한자와 우리말의 차이일 뿐 같은 말인 셈이다. 

추석에는 보름달에 소원을 빌면서, 풍요를 기원하며 감사한다. 달에는 흔히 옥토끼가 산다고 하는데, 이는 석가모니의 전생에서 기인하는 이야기다. 부처님은 과거 547생이나 되는 많은 삶을 타인을 위한 희생과 이타행을 하셨다. 이 중 316번째에 토끼로 태어난 적이 있는데, 이때 주린 수행자를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소신공양을 하였다. 이것을 본 수행자가 너무 감동해, 토끼의 숭고한 희생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달에 새기게 된다. 즉 달은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상징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한가위의 달맞이 속에서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도 또한 매우 맞춤하며 상서로운 길함이라고 하겠다.

[불교신문3426호/2018년9월22일자] 

자현스님 논설위원·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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