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조용하고 '따뜻한' 조계종 총무원장선거 풍경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선거가 임박했다(9월28일). 그런데 불교계 ‘대선’을 앞둔 풍경이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흔하디흔했던 비방도 없고 폭로도 없다. 외려 종단 차원의 후보 종책토론회가 개최되는 등 투명하고 공정한 종책선거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게다가 후보들이 서로서로 칭찬한다. 유력후보에 대한 십자포화식(式) 신상공격, 금품살포와 신도 및 외부세력 동원 의혹이 난무했던 35대 선거와 전연 딴판이다. 불과 1년 전, 막대한 소음공해로 다들 고생했기에 이 ‘평화’가 더욱 반갑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종도와 국민들이 바라마지 않던 ‘조용하고 차분한 선거’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일단 전임 총무원장의 불신임에 따른 조기선거이고 돌발선거여서, 선거로 인해 종단이 뜨거워지고 시끄러워질 시간이 한 달 남짓에 지나지 않는다. 총무원장선거에 이어 중앙종회의원선거(10월11일)가 곧바로 열리게 됐다는 특수성도 작용한다. 

재선에 도전하는 어느 현직 종회의원 스님은 “으레 1년 전에 이미 선출된 총무원장을 중심으로 지지와 견제의 구도가 이뤄지게 마련인데, 신임 총무원장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공개적으로 누구 편을 들기가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기 선거 준비하기만도 바쁘다”고도 했다.

종단 차원
후보자 간 종책토론회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

종도와 국민의 여망
‘조용하고 차분한 선거’
이번엔 이뤄질까 기대

물론 본질은 그다지 정치적이지 않다. 36대 총무원장 선거의 완연한 색깔은 ‘경쟁’과 ‘비난’이 아닌 ‘치유’와 ‘화합’으로 보인다. 출마한 스님들은 사상 초유의 총무원장 불신임에 대한 ‘공업(共業)’을 이야기하고 있다. ‘선거까지 엇나가면 종단은 타종교와 해종세력에 의해 난자를 당할 것’이란 위기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상처를 보듬고 세(勢)를 과시하지 말자는 취지로 통상적인 선거대책위원회마저 꾸리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모 후보를 돕는 영남지역의 한 종회의원은 “타 후보에 대한 신상의혹이 제기되더라도 절대 공론화하지 않고 아예 제보를 접수하지도 않겠다는 게 확고한 원칙”이라고 전했다. 추석연휴도 미처 찾지 못한 교구본사를 마저 돌며 인사 정도나 하면서 차분히 보낼 참이다.

2012년 9월 제정된 ‘(통합)선거법’이 비로소 정착한 결과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선거에선 새롭게 정해진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 따른 오판과 혼란이 상당했다. 사실 선거법은 금권선거와 혼탁선거를 원천봉쇄한 고도의 장치라는 호평을 들어왔다. 더구나 이를 어기면 최대 ‘공권정지 10년’의 징계가 내려진다. 죗값을 치르고 나면 10년간의 피선거권 정지가 기다리고 있다. 최장 20년 동안 종단에서 고개를 들고 다니기 힘든 처지가 되는 셈이니,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다.

초유의 총무원장 불신임...
“선거까지 엇나가면
종단 위상 추락“ 위기감 팽배

‘치밀하고 엄중한’ 선거법
“비로소 안착했다” 관측도

본지는 35대 선거가 끝난 직후 좌담회를 열었다. 패널들은 “모두가 패배하는 선거는 그만하자”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제는 양상이 달라졌다. ‘선거는 근본적으로 악(惡)’이라며 추대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일부에선 ‘그래도 선거는 선거’라며 아직은 모른다고들 한다. 반면 신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세영스님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여하튼 8일 남았다(9월20일 현재). 사람이 마음을 먹고 마음을 모을 때, 어떤 변화를 얼마나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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