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한가위, 불교식으로 지내자

불교식으로 추석 차례를 올리는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사진2> 불교식 차례상 상차림

조상에 대한 예법 갖추는 동시
영가 극락왕생 기원 의미 담아

술과 고기 대신 차와 과일 올리고
‘조율이시’ 대신 크기 따라 배치

부처님 부르는 ‘거불’ 시작으로
‘광명진언’ 등 외우며 극락 인도 

민족 대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천리 길도 마다 않고 고향길을 재촉하는 발걸음이 벌써부터 분주하다. 오랜만에 마주할 가족과의 만남도 만남이지만 잔뜩 오른 물가와 번잡한 예법 때문에 추석 차례상을 걱정하는 마음도 크다. 설날과 추석 등 해마다 빠짐없이 차리는 차례상이지만 복잡한 예법으로 매번 헷갈리기 마련, 집집마다 조금씩 특색이 있지만 불자라면 명절 때만이라도 불교식 차례법을 따라 보는 것이 어떨까. 술과 고기 대신 차와 과일 등을 올리는 상차림과 조상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불교식 차례의식을 소개한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정성을 들여 차례를 모시는 것이 기본이지만 불교식 차례는 일반 제사 방식을 따르되 불교에서 행하는 시식(施食·죽은 이의 명복을 빌거나 외로운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음식을 베풀고 기원이나 독경 등을 하는 의식)의  의미를 더해 치러진다. 전통적인 제사가 조상에 예(禮)를 갖추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면 불교식 차례는 한발 나아가 영가가 미혹에서 벗어나 극락왕생을 하는데 까지 목적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불교식 차례상은 우선 유교식 차례와 상차림부터 다르다. 조계종 포교원이 발간한 <불교 상제례 안내> 책에 따르면 불교식 차례는 생명을 존중하는 불교 계율에 따라 육류와 생선은 제외할 것을 권하고 있다. 대신 육법공양물인 향, 초, 꽃, 차, 과실, 밥 등을 차례상에 올리는데, 국과 3색 나물, 3색 과실을 갖춘 차림을 기본으로 계절에 따라 좋은 것은 올리고 형편에 맞춰 떡과 전, 과자 등을 추가로 더할 것을 권하고 있다. 

차례상 배치법에도 차이가 있다. 전통식 차례상은 유교적 방식에 따라 일반적으로 5열로 나눠 배치되는데 1열은 밥과 국 등과 같은 식사류, 2열은 고기와 생선류, 3열은 탕류, 4열은 나물과 포 같은 밑반찬류, 5열은 과일 등 디저트류 등이다. 대체로 2열은 어동육서(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두동미서(생선의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 4열은 좌포우혜 (좌측 끝에는 포, 우측 끝에는 식혜), 5열은 조율이시(왼쪽부터 대추, 밤, 배, 곶감 순서), 홍동백서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등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이에 반해 불교에서 권하는 가정 차례상은 사찰에서 행하는 방식을 따른다. 위패를 기준으로 1열은 밥과 국 등과 같은 식사류를 비롯해 차를 놓고, 좌우에 떡과 과자류를 놓는다. 2열은 나물과 같은 밑반찬류, 3열은 각종 전(煎)류, 4열은 과일 등 디저트류를 놓는다. 이 때 과일 배열은 좌측에서 밤 대추 곶감 배를 놓는 ‘조율이시’와 차이가 있다. 불교식에서는 큰 과일이 좌우로 배치되고 밤 대추와 같이 작은 과일을 중앙에 올린다. 상단과 중단 사이 좌우는 꽃으로 장식한다.

유교식, 불교식을 떠나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 공통 음식도 있다. 고춧가루, 마늘 등 양념이 들어간 음식, ‘치’ 자가 들어간 생선(꽁치·갈치·삼치 등)과 비늘 있는 생선(잉어 등), 복숭아 등은 피한다. 위에 언급된 음식들은 요사스런 기운을 몰아내고 귀신을 쫓는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 국물 있는 음식(탕·면·식혜)은 국물은 따라내고 건더기만 쓴다. 조상님들이 흘릴 수 있다고 해서, 혹은 조금 더 먹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 라는 설이 있다.  

상차림이 끝났으면 경건한 마음으로 차례를 지낸다. 불교식 의례는 영가를 청하는 단계, 제수(영가에게 공양할 것을 권하는 단계로써 차와 음식을 올리고, 공양을 권한 뒤, 영가의 극락왕생과 깨달음을 기원한다. 일반 제사의 초헌ㆍ아헌ㆍ종헌ㆍ유식에 해당한다)를 권하는 단계, 불법을 전하는 단계, 축원을 올리는 단계, 영가에게 편지를 보내는 단계, 영가를 보내는 단계, 제수를 음복하는 단계 등으로 구분된다.

의식은 부처님을 청하는 ‘거불’을 시작으로 △조상의 영가를 모시는 ‘청혼’ △음식을 올리는 ‘공양’ △모든 영가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보공양진언’ △두루 공덕을 되돌리는 ‘보회향진언’ △영가를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광명진언’ △부처님의 길을 따르겠다는 ‘발원’ △‘음복’ 등으로 진행되는 것이 기본 순서다. 

제사를 마치고 나면 가족들이 둘러앉아 제사에 쓰고 남은 음식을 나눠 먹는다. 여기엔 불보살님 가피가 내린 제수는 단순한 음식에 그치지 않고 영가를 비롯한 모든 중생을 이끌어주는 감로의 법을 상징하기 때문에, 불교제사의 음복은 조상과의 교감을 의미하는 동시에 불보살님 가르침을 나눈다는 뜻이 담겨있다.

포교연구실장 원철스님은 “사람들 일생에서 상장례와 제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며 “불자라면 일 년에 단 두 번, 설날과 추석 때라도 조선시대 억불정책 등으로 유교식으로 치러온 상장례와 제사법을 따르기 보다 불교식 방식을 익혀 조상님께 예를 올리는 한편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그 의미를 새겨 신심을 고취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불교식 차례상 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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