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두고와도 괜찮아

배종훈 지음/ 더블북

선(禪) 소재로 작품활동
대표적인 명상카툰 작가

일본 소도시 여정 담은
‘드로잉 에세이’ 선보여

“왜 일본이냐는 질문보다
행복한 여행이냐고 물어야”

불교계 안팎에서 명상카툰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배종훈 작가가 일본 소도시를 순례하고 그 여정을 글과 그림으로 담은 드로인 에세이 <마음을 두고와도 괜찮아>를 최근 펴냈다. 사진은 저자가 그린 일본의 사찰음식.

“세상을 일희일비하며 살지 말라고 한다. 부오와 스승, 선배, 친구가 그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 스스로 자신을 억제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왜? 그렇게 사는 것만이 옳은 것일까? 즐거운 일에 웃고 행복해야하고, 슬프고 속상한 일에 아쉬워하고 아파하며 사는 것이 더 솔직한 삶이 아닐까? 난 이제 조금은 더 일희일비하며 살고 싶다. 최소한 여행의 순간이라도….”

불교신문에서 선(禪)을 소재로 한 작품을 연재하고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불교계 안팎에서 명상카툰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배종훈 작가.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현직 교사이기도 한 그는 여행작가, 만화가, 서양화가 등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매년 유럽 구석구석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돌아와 책을 내거나 전시를 열었다. 2015년 여행 그림이야기 <유럽을 그리다>를 펴냈고, 스웨덴과 이탈리아 등 유럽 현지에서 열린 아트페어에 초청돼 호평을 얻었다.

더불어 유럽의 소도시 풍경을 그림으로 사진으로 SNS에 소개해 수많은 팔로워에게 사랑을 받는 어반 페인터(Urban painter)로 꼽히는 배종훈 작가가 이번에는 드로잉 펜과 스케치북을 챙겨서 일본의 소도시로 혼자 떠났다. 그리고 자신만의 여정을 글과 그림으로 담은 드로잉 에세이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를 최근 선보여 주목된다.

배종훈 작가는 2003년 월간 불광 연재를 시작으로 불교신문 등 교계 언론사에 교리를 소재로 한 삽화와 카툰을 연재하며 불교작가로 실력을 쌓아 왔다. 그동안 연재한 150여 편의 카툰을 엄선해 펴낸 <행복한 명상 카툰>이 ‘2014년 올해의 불서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올해 초에는 현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비구니 강사이자 율사인 세주 묘엄스님(1931~2011)의 삶을 만화로 엮은 <연꽃 향기로 오신 묘엄스님> 하권을 펴내 호평을 얻기도 했다.

최근에는 여행 드로잉 수업을 통해 여행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드로잉 비법을 전수하고 있으며, 일본과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을 여행하고 그림과 글을 쓰는 일도 하고 있다.

이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미련 없이 일본행 항공권을 샀다. 이번 여정은 오사카에 이웃한 와카야마 현의 구마노고도 순례길, 시코쿠 섬과 일본 본토를 연결하는 세토대교로 유명한 오카야마 현의 구라시키 미관지구,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지로 알려진 아키타 현의 다자와 호수 등이다. 외에도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나 사찰 등 명승지는 한 번쯤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은 곳들이 포함돼 있다.

“수행자들은 ‘비움’의 길을 찾고 있다. 자신을 비우고 비워 얻으려는 것은 어쩌면 아무것도 채우지 않는 삶이 아니라 끝없이 채울 수 있는 여유, 현재의 모든 것에 만족하는 삶일지 모른다.” 저자는 산사와 순례길에서, 바닷가에서, 시골 기차와 버스에서, 골목길 작은 찻집에서, 일상의 소중함과 혼자 떠나는 ‘느긋한 외로움’, ‘소소한 특별함’, ‘주인 없는 그리움’을 글과 그림으로 엮었다. 책을 통해 서두르지 않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혼자 떠날 수 있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왜 일본이냐”는 질문보다 “여행이 행복하냐”고 물어 주면 특별할 것 없는 골목길이나 강변, 바닷가, 산길을 걸으면서 느끼는 즐거움에 대해서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밤새도록 답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때문에 저자는 “혼자 있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삶의 의미는 결국 자기 스스로 묻고 들어야 한다”면서 “아주 잠시라도 아무 말 없이, 아무도 만나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여행을 통한 침묵의 시간은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을 하나라도 줄여 그 만큼의 여백으로 자신과 주변을 살필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결국 여행은 다시 돌아오기 위한 떠남이다.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다시 돌아오는 일상을 견디고 있는지도 모른다. 드로잉 펜이 아니어도 좋다. 손에 쏙 잡히는 책 한권을 여행 가방에 넣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한 혼자만의 여행을 훌쩍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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