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법하는 고양이와 부처가 된 로봇

이진경 지음/ 모과나무

서울과학기술대 기초교육학부 교수이자 지식공동체 ‘수유너머104’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철학자 이진경이 선불교를 주제로 치열하게 사유한 기록을 담은 <설법하는 고양이와 부처가 된 로봇>을 최근 펴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철학자의 눈으로 본 불법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문을 던진다. “내가 선사들의 언행을 들어 하고 싶은 것은 선이 갖는 매혹의 힘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 매혹의 이유를 살짝이나마 드러내어 다른 이들로 하여금 그 매혹의 힘에 좀 더 쉽게 말려들게 하고 싶다. 이를 통해 선승들이, 아니 부처가 가르치고자 한 삶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도록 촉발하고 싶다.”

<벽암록>으로 촉발된 저자의 호기심은 다양한 선어록을 접하며 철학하는 길로 이어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강하게 휘말려들 정도로 매력적인 선(禪)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저자는 불교에 입문하게 된 것을 ‘경악스런’ 사건이라고 표현했지만 어찌 보면 그것은 이 세상을 철학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인연되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공안으로 전해오는 선사들의 언행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든 타당한 ‘일반적인 가르침’의 말씀이 아니다”라며 “만나는 학인들의 그때마다 다른 상태를 포착하여 그의 식견을 깨주기에 적합한 언행을 날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저자는 “선의 언행이 당송 시대의 케케묵은 화석이 아니라 지금 21세기 연기적 조건에서 다시 힘을 얻고 작동하게 되는 위대한 경험”이라고 말한다. 이는 경험으로 우리의 세상이 좀 더 평온하고 즐거운 것이 됐으면 하는 지식인의 원(願)이다. 즉 누구에게나 통하는 정답 같은 행복을 찾기보다는 자신을 바로 보고 세상을 바로 보자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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