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모토, ‘일본현존조선본연구’ 발간

평생 수집하고 연구한 한국문헌 정보를 담은 ‘일본현존조선본연구’를 발간한 후지모토 유키오 교수

19일 동국대 불교학술원서 ‘특별강연’

“기존 한국 서지학의 목록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동판(同版)·이판(異版)의 구별을 시도했고, 문헌에 있는 판각 참여 각수(刻手) 이름을 모두 망라해 수록했습니다.” 한국본 사부(史部) 자료 2960건의 서지학 정보를 담은 <일본현존조선본연구(日本現存朝鮮本硏究) 사부(史部)>를 저술한 후지모토 유키오(藤本幸夫) 일본 도야마(富山)대 명예교수가 지난 18일 동국대 불교학술원 ABC사업단 특강에서 이같이 밝혔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지원을 받아 동국대 출판부에서 <일본현존조선본연구 사부>를 펴낸 후지모토 교수는 “이러한 두 가지 점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시도한 것”이라면서 “특히 각수 이름을 정밀하게 조사한 결과 그동안 불분명하던 문헌의 간행 연도와 간행 지역을 확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에는 정승석 동국대불교학술원장, 최연식 동국대 사학과 교수, 김상일 동국대 국문과 교수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후지모토 교수가 집대성한 <일본현존조선본연구>는 국내에서 흔적을 찾기 힘든 한국 문헌 자료를 일본인 노(老)교수가 평생 수집한 결과를 발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책은 동아시아의 전통적 문헌 분류체계인 경(經)·사(史)·자(子)·집(集)의 체계에서 사서(史書)에 해당하는 ‘사부(史部)’ 문헌을 망라한 역작(力作)이다. 신라부터 대한제국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전래되어 일본에 현존하는 자료를 수록했다. 특히 한국에서 사라진 선본(善本)들을 다수 수집해 수록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선본은 보존 상태가 좋거나 본문 계통이 오래돼 희귀한 문헌을 가리킨다.

후지모토 교수는 지난 2006년 일본 교토대(京都) 학술출판회를 통해 <일본현존조선본연구 집부(集部)>를 출간한바 있다.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寶冠文化勳章)을 받았다.

동국대불교학술원이 동국대출판부에서 발간한 ‘일본현존조선본연구’

지난 2006년 일본에서 간행한 집부(集部)에 이어 사부(史部), 자부(子部) 경부(經部)를 펴내려 했지만 연구비와 출판제작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연구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으로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구축(ABC)’ 사업을 진행 중인 동국대 불교학술원이 2012년부터 후지모토 교수 연구를 후원해 사부(史部) 간행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은 후지모토 교수 연구를 후원해 자부와 경부도 출간할 예정이다. 그럴 경우 일본에 전하는 한국의 문헌자료를 총망라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후지모토 교수는 “한국에서 전래된 문헌들이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문화를 이해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아 3국이 상당량에 이르는 문헌을 주고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학술과 문화에 상호 영향을 끼쳤다. 전쟁과 자연재해 등으로 사라진 자국(自國)의 문헌이 타국(他國)에 남아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나온 (과거의) 중국 문헌 가운데 (현재) 중국에서 찾을 수 없는 자료가 적지 않다. 이러한 한국본 자료들이 중국학 연구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후지모토 교수는 “한국에서 전래된 문헌들이 일본의 학술과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면서 “일본학 연구에 있어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동아시아 3국의 교류 결과가 시대와 역사를 넘어 현재까지 유효한 것이다.

학계에서는 <일본현존조선본연구 사부> 출간을 계기로 한국에서 실전(失傳)된 문헌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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