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원행스님 ‘당선’

제36대 총무원장에 당선된 원행스님.

작년에 비하면 훨씬 조용했다. 그래도 선거는 선거였다. 다시 숙제는 화합이다.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가 끝났다. 전체 318표 가운데 235표를 얻은 기호2번 원행스님이 넉넉하게 당선됐다. 득표율 73.9%. “충분히 될 만한 분이 됐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직전까지 중앙종회의장으로 봉직하며 소통과 협치(協治)를 보인 면모를 두루 인정받았다는 관측이다. 바깥으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 원장으로서 아프고 억울한 사람들과 오랫동안 함께 했다.

다만 결과는 완승이지만 앙금이 낀 완승이었다. 나머지 후보들이 선거일 이틀을 앞두고 갑작스레 중도하차했기 때문이다. 동반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장에는 ‘기득권’ ‘적폐’ ‘특정세력의 사유물’과 같은 험한 말들이 뒹굴었다.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종단 사정에 밝은 교계 언론인은 “본디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져야 하는 게 선거”라며 “패배했다는 분노와 패배할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런저런 소동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물론 다소 잡음이 일었으나 분명히 깨끗하기는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금품살포 등 선거법 위반행위가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모 후보를 도운 어느 중앙종회의원 스님은 “전국 교구본사를 부지런히 순회하며 정말 마음으로만 지지를 호소한 게 선거운동의 전부”라며 “매서운 선거법 덕분에 웬만한 담력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해종(害宗) 세력의 직접적 먹잇감이 되는 ‘돈 선거’는 막아낸 것으로 보인다.

다소 흔들렸지만 깨끗했던 선거
종단 안팎 갈등 불씨는 여전
어느 때보다 영예 아닌 중책
‘종회의장’ 역량 발휘할까 주목

반면 정서적으로는 ‘클리어(clear)’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번 선거는 결국 단독후보가 된 원행스님에 대한 찬반을 묻는 모양새로 변했다. 공교롭게도 득표율은 지난해 35대 선거에서 획득한 설정스님의 그것과 거의 일치한다. 조계사 일주문 밖에선 ‘약점이 없을까’ 또 벼르고 있다. 당선 이후에도 원행스님의 표정은 내내 어두웠다. 사실 출사표를 던질 때부터 “총무원장 불신임에 책임 있는 한 사람으로서 깊이 참회한다”며 치유와 화합을 기조로 삼은 바 있다. 진정성의 몸짓으로 선거캠프도 꾸리지 않았고 취임법회 역시 최대한 단출하게 치를 계획이다.

어느 때보다 영예이라기보다는 중책이다. 총무원 부실장 급으로 꾸준히 일했던 스님은 “실질적으로 교구중심제가 이뤄지면서 총무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분야는 극히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이란 직위는 이제 더 이상 권좌가 아니라 화쟁(和諍)의 자리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핵심은 “종단 안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조율해 모두를 만족시키고 그래서 하나로 모은 역량을 세상을 위해 얼마나 써내느냐”가 관건이다. 원행스님은 종단 내 위상에 비해 언론 노출이 비교적 적었던 인물이다. 그만큼 보여줄 게 많을 것이라고도 한다. ‘원행(圓行)’이란 법명에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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