願力, 중생 이익 관점 , 부단한 실천이 성공의 힘

함께 쓰는 화두-‘한국불교’

 

 

 

월주스님 지구촌공생회 15주년 결산

정련스님 교육 복지 불사 49년 회향

두 스님 모두 시주 은혜 중히 여기며

늘 현장 찾아 철저히 살피며 챙기고

공여자 아닌 받는 사람 이익 우선해

 

두 원로스님이 곧 의미 있는 행사를 연다. 원로의원이자 총무원장을 역임한 월주스님은 오는 20일부터 내년 부처님오신날 까지 사단법인 지구촌공생회 창립 15주년 기념 사진전을 연다. 스님의 세납은 84세. 20주년 행사가 아닌 15주년 행사를 여는 것은 스님의 나이 때문이다. 지구촌공생회는 뒤늦게 뛰어든 불교계의 국제 협력개발 역사에서 가장 큰 성과를 냈다. 지구촌공생회는 불교계 최초의 국제협력 개발 단체이며 최대 단체다. 2003년 출범 후 그간의 활동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11월4일에는 부산 내원정사가 템플스테이 기념관 준공식을 연다. 이 템플스테이관은 국내 최대 규모이며 최대 수용인원을 자랑한다. 템플스테이 기념관 준공을 끝으로 내원정사 주지 정련스님은 49년에 걸친 불사를 회향한다. 종단 원로인 정련스님의 세납은 78세다. 스님은 1972년 부산 구덕산에서 천막을 치고 시작해 반세기 동안 내원정사를 총림에 버금가는 가람으로 키웠다. 부산에서 가장 큰 규모의 유치원과 자체 비용을 들여 건립한 재활전문 병원 반야원, 청소년수련원 복지관 등 불사 포교 교육 복지에서 수많은 탑을 쌓아올렸다.

 

월주스님과 정련스님의 원력

 

 

두 원로스님의 공통점은 아무 것도 없는 불모지에서 ‘부처님의 나라’(佛國土)를 세웠다는 사실이다. 두 스님은 분야는 다르지만 일을 처리하는 방식 철학은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력이다. 원력(願力),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내면에서 다지는 결심과 이를 바탕으로 추진하는 힘이다. 원을 세우는 주체를 우리는 보살이라고 한다. 모든 보살은 원이 있다. 법장비구(法藏比丘)가 극락정토를 건립하기 위하여 세웠던 48대원(大願), 약사여래의 12대원, 보현보살의 10대원이 대표적인 원이다. 두 원로스님도 원을 세웠다.

월주스님은 보현행원의 원을 세웠다. 스님은 일대기 ‘토끼뿔 거북털’에서 “나의 생애는 보살도와 보현행원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 책에서 “수행과 기도도 중요하지만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고 즐거움을 주어 삶의 질을 높이는 보현행원과 보살행의 덕목을 중시하며 살았다”며 “보현행원의 십대원 중에서 수순중생(隨順衆生), 광수공양(廣修供養), 보개회향(普皆廻向)은 지금의 한국불교에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수순중생’은 광덕스님의 ‘보현행원품’강의에 의하면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보고 차별하지 않고 받들어 공경하여 모시는 것”이다. 광수공양은 중생의 이익을 위해 받든다는 의미다. 보개회향은 수행의 공덕을 중생에게 돌린다는 원이다. 이처럼 보현행원은 중생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공양하겠다는 보살의 원력을 담고 있다. 월주스님은 구체적으로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원력을 세웠다. 스님은 지구촌공생회 설립 취지문에서 이런 원을 드러냈다. “하늘과 땅이 나와 한 뿌리요, 만물은 나와 한 몸이로다. 빈곤과 기아에 내맡겨져, 주리고 병들어 죽어가는 생명이 해마다 수천만에 이른다. 우리도 6·25전쟁 이후 선진 우방들의 도움으로 경제개발을 해왔으며 국제 NGO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은 역사적 경험이 있다. 이제 우리도 베풀고 나누어야 한다.”

2003년 설립한 지구촌공생회는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몽골 네팔 케냐에 지부를 두고 2만여명의 회원에 1년 사업비가 40여억 원에 달한다. 2003년 고희 회고록 출간을 위해 상좌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 1억 원과 ‘인도성지순례기’ 출판을 위해 준비한 2억원을 종잣돈 삼아 시작한지 15년 만에 10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처음에 우물을 파는 데서 시작하여 학교를 짓고 캄보디아에서는 지뢰 제거 활동을 한다. 지진으로 가옥이 부서지고 학교가 파괴되자 오지를 찾아가 다시 학교를 세우고 주민들의 자립을 일깨웠다. 학교 교실만 짓는 것이 아니라 교사 기숙사 학생들 기숙사 케냐에서는 자립을 돕기 위해 농장을 만들었다. 물을 댈 저수지를 만들고 저장할 탱크도 지었다.

공생회, 15년 동안 놀라운 성장

케냐 농장을 둘러보는 월주스님

정련스님은 약사여래 기도를 하며 불사 교육 복지 원력을 세웠다. 불구자의 육체를 온전하게 만들겠다는 제근구족원(諸根具足願), 재난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제난해탈원(除難解脫願), 가난하여 헐벗은 이에게 아름다운 옷을 얻게 하겠다는 미의만족원(美衣滿足願) 등 약사여래원처럼 부처님 도량을 세우고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고 아픈 사람을 위한 병원을 세웠다. 스님은 문도스님들이 적어도 걸망을 내려놓을 사찰은 있어야 겠다는 생각에 1972년 내원정사 창건을 발원해 10년 만에 완수했다. 영어와 서양교육학자가 만든 프로그램을 따라 정체성을 상실한 유아교육을 보고 산속에 유치원을 세웠다. 사람도 살지 않는 산 속에 유치원을 짓는다고 다들 말렸지만 한국식 교육을 만들겠다는 스님의 원력을 꺾지 못했다. 절 주변 산에 야생화를 심어 아이들이 흙을 밟고 꽃을 만지고 나무를 가꾸며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현장을 만들었다. 강원도 경북 오지 까지 찾아다니며 귀틀집을 찾고 물레방아 전통 아궁이 등을 유치원에 만들었다. 내원정사 유치원 교육에 그치지 않고 그 과정과 성과를 자료로 남겨 이를 본 교육부 관료와 학자들을 놀래켰다. ‘한국식 교육’을 말로만 외쳤지 교재도 실습도구도 없던 공허한 외침이 내원정사 도서관에 빼곡이 들어있던 자료 속에서 나와 정부의 제8차 교육과정에 고스란히 담겼다. 다들 어떻게 하면 정부로부터 위탁을 받을 까 고심할 때 스님은 직접 재활병원을 지었다.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아무렇게 방치된 모습이 안타까워 수용시설을 만들었다가 한국에서는 이들을 치료하고 재활하는 병원이 절대 부족하고 있다고 해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것을 보고 직접 병원을 세우기로 원력을 세웠다.

 

내원정사, 한국적 유아교육 실천

 

이러한 성과는 모두 원력에서 시작했다. 원력만 세운다고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원력 성취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한다. 실천 제1법칙은 현장이다. 두 스님은 현장을 떠나지 않는다. 월주스님은 동남아와 아프리카에 있는 학교 식수 시설 등이 현장이다. 그 현장은 100km를 가는데 3~4시간이 걸릴 정도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오지다. 웅덩이가 패 이고 먼지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려 40도가 넘는 태양이 내리쬐는 최악의 현장을 여든이 훌쩍 넘은 노스님은 기꺼이 찾는다. 여든이 넘은 노스님이 감당하기 힘든 여정이지만 마다하지 않는다.

정련스님도 틈만 나면 재활병원인 거제의 반야원을 찾는다. 동국대 이사장 직을 물러난 뒤에는 거의 병원에서 살다시피한다. 지난 10월 초순 태풍이 부산과 남해안을 덮쳤을 때는 태풍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직접 차를 몰고 거제로 가서 피해 상황을 살폈다. 올해 78세의 노스님은 지금도 불편함이 없는지 시설이 망가진 곳이 없는지 일일이 다니며 살피고 필요한 것을 보완한다.

 

지역주민 장애인 입장에서 일해

내원정사 전경

두 스님 모두 중생의 이익을 위해 불사를 한다. 월주스님은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처지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 원칙이다. 웅덩이 물을 그대로 음용해 수명이 짧고 온갖 질병에 허덕이는 후진국 주민들을 위해 식수를 팠다. 배우지 못해 가난을 대물림하는 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었다. 우물 관리를 못하자 더 편리한 핸드 펌프식으로 교체했다. 물을 주로 길어 올리는 여성들이 펌프식을 힘들어하자 태양광으로 교체했다. 많은 NGO 들은 받는 사람이 아닌 주는 사람 입장에서 이들을 돕는다. 실적을 높이기 위해 사후 관리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만들기만 한다. 관리도 못하면서 여러 지역에 걸쳐 일을 벌인다. 공여자 입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지구촌공생회는 다르다. 학교가 들어서면 곧이어 근처 마을에 우물이 들어서고 교사를 위한 기숙사, 위협에 놓은 여학생 기숙사, 점심을 굶는 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생계를 위한 농장, 나아가 졸업생의 취업 까지 챙긴다. 효율적 관리를 위해 한 주(州)를 택해 지역의 공무원 교육자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친분을 쌓는다. 지구촌공생회를 지역주민과 공무원 모두 좋아하고 반기는 이유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이들은 관이 아니라 지구촌공생회를 찾는다. 진정으로 그들을 위해 일한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고 느끼기 때문이다. 무조건 돕지 않고 지역 주민들 스스로 일어나게 하는 자조(自助)의 원칙도 ‘중생의 이익’됨을 우선하는데서 나왔다. 비용의 10분의 1을 부담하거나 땅을 내놓고 일정 정도 역할을 하는 지역 주민들에게만 혜택을 준다. NGO가 이들을 끝까지 챙길 수 없다. 대한민국이 원조 받는 국가에서 원조하는 선진국으로 성장했듯 이들도 스스로 일어서야한다. 그래서 지구촌공생회는 물질적으로 도우면서 정신적 자립을 일깨운다.

정련스님도 병원을 지을 때 휠체어 신세를 져야하는 지체장애인들의 눈높이를 생각해서 창틀손잡이 등을 설계한다. 이들의 동선 생활 습관 등을 최우선 고려해서 설계를 하고 병원 운영을 한다. 병원 뿐만 아니라 복지관 유치원도 마찬가지다. 지식 학습에 열 올리는 일반적인 유치원 어린이집과 달리 내원정사 유치원은 체험과 놀이 상호간 교류에 방점을 둔다. 스스로 생각하고 체험하여 창의성과 독립심 의지가 강한 어른으로 자라도록 한다. 지식보다 강하고 좋은 인성을 함양하는 것이 한 인간의 생애에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때 이 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해 부모와 조부모 이모 고모 삼촌 까지 모두 나와 밤새 줄섰던 이유다.

두 원로스님이 이처럼 꼼꼼히 현장을 챙기는 결정적인 이유는 시주자의 은혜가 태산 같기 때문이다. 월주스님은 현장의 직원들에게 늘 이렇게 강조한다. “이 돈들은 모두 한국의 스님 불자들이 보내준 시주돈이다. 단 한 푼도 허투루 사용하면 안된다.” 스님이 그 많은 불편을 무릎쓰고 상좌들이 위험하다며 만류해도 현장을 찾아 꼼꼼하게 챙기는 이유는 “나를 믿고 보내준 후원자들의 정성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다. 정련스님도 똑같은 이유를 댔다. “나를 믿고 낸 돈인데 시주의 은혜가 태산보다 크고 무겁다”

 

원력 아닌 이익 탐하는 수행자 없어야

이처럼 두 원로스님이 세운 탑은 높고 크며 그 속에는 보살의 원력과 그 원력을 달성하기 위한 수고와 땀이 들어있다. 그리고 시주의 은혜를 무겁게 여기는 마음이 담겨 있다. 지구촌공생회나 내원정사 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불교에 빛나는 수많은 가람과 복지시설 학교 또한 똑같은 교훈이 담겨 있다. 눈에 보이는 불사 뿐만 아니라 도를 성취한 고승대덕의 삶과 가르침도 다르지 않다.

두 원로스님의 중간 결산과 회향을 되새기는 것은 지금도 원력보살이 불사 교육 포교 선 교 율 등 곳곳에 넘쳐나는지 자문하기 위해서다. 혹시 나의 이익을 위한 욕심을 원력으로 포장하지 않았는지, 원력을 세우지 않고 결실만을 거두려하지 않는지, 남의 원력과 실천을 존경하고 본 받지 않고 다른 이유를 대며 시기하고 폄하하는 사람은 없는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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