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을 집착함이 없어서

그리하여 오래도록 안온하게 되네.

이를 한가한 수행이라 하나니

고달픈 괴로움의 뿌리 멸해 다하네. 

- <수행도지경> ‘무학품’ 중에서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기 시작한 날이었다. 신비로운 밤이었다. 그러나 불빛을 따라가 붙잡지는 않아야겠다고 여겼다. 내 곁에 잠시 빛을 깜박이며 왔다가 가는 것만으로도 반딧불이는 황홀하였다. 황홀하여 밤새 울어도 그저 좋겠다고 여겼다. 아, 누가 또 빈 마음에 불을 켜주신 것이었다.

1년간 함께 일했던 이가 그만 두었다. 자기의 길을 찾은 듯하여 다행스럽다가, 길을 잃은 듯도 보여 안타깝기도 그지없었다. 그러나 각자의 길은 각자가 감당해야할 몫이었기에 잡지는 않았다. 이왕 가려고 마음먹었으니 좋은 일들만 생기기를 바랐다. 생각해보면 반딧불이의 반짝임처럼 세상사 모든 일이 지나고 보면 순간이었다. 지난 적도 없이 순간이었다. 번개 한번 번쩍인 것이며, 꿈이며, 허깨비 같은 것이었다. 사람이 그 순간을 잇고 이어 번뇌하였다. 

[불교신문3432호/2018년10월17일자] 

도정스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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