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조계종 사노위가 ‘무연고 사망자’에 관심 갖는 이유는?

종단이 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쏟고 있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부분까지 들어가 부처님 자비정신을 더 넓게 퍼뜨리겠다는 생각으로 읽힌다. 사진은 17일 파주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추모의집에서 '무연고 사망자 극락왕생 추모 법회'를 진행하는 모습.

경기도 파주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추모의집. 10평 남짓한 작은 회색빛 건물 안에 3000여 명의 무연고 사망자 유골이 수습된 연도 별로 분류돼 있다. 비좁은 공간에 반듯한 유골함 하나 없다. 겉모습은 마치 철제로 된 서류 보관함 같다. 가족이나 친척 등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이들을 일컫는 ‘무연고(無緣故)자'들의 유골이다.

가족으로부터 단절되고 사회적 관계에서도 고립된 채 홀로 쓸쓸히 세상을 떠난 무연고 사망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종단이 지난해에 이어 무연고 사망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해 의미를 더하고 있다.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인 오늘(10월17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혜찬스님)는 파주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무연고 사망자 극락왕생 발원 법회’를 봉행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17일 파주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추모의집에서 '무연고 사망자 극락왕생 추모 법회'를 진행하는 모습.
추모의집 내부에는무연고 사망자 유골이 수습된 연도 별로 분류돼 있다. 반듯한 유골함 하나 없이 비좁은 공간에 마치 서류 보관함 같은 모습이다.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이 모셔져있는 추모의집 내부에서 반야심경을 봉독하는 스님들의 모습.

무연고 사망자의 대부분은 기초수급생활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다. 물론 연고가 있음에도 장례비용 등의 부담으로 시신 인수조차 받지 못해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되는 일도 빈번하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매년 무연고 사망자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245명이었던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6년엔 1231명, 2017년엔 2010명으로 증가돼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유골은 서울의 경우 10년 동안 이곳 파주 추모의집에서 보관한다. 이후에도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집단으로 매장하고 있다. 죽음 이후에도 외로움과 쓸쓸함이 이어지는 셈이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17일 파주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추모의집에서 '무연고 사망자 극락왕생 추모 법회'를 진행하는 모습. 스님들은 천수경 영가축원 아미타 정근을 하며 무연고 사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17일 파주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추모의집에서 '무연고 사망자 극락왕생 추모 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추모법회에 함께한 빈곤사회단체 회원들과 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도 합장한 채 무연고 영혼들을 위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종단의 따뜻한 관심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종단이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은 지난 2014년 ‘송파세모녀 사건’ 이후이다.

빈곤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무연고 사망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알게 된 사회노동위원회가 마지막까지 외로웠던 이들의 넋을 위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바탕에는 세상의 가장 낮은 곳,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부분까지 들어가 부처님 자비정신을 더 넓게 퍼뜨리겠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천수경, 영가축원, 아미타 정근을 하는 스님들의 염불소리와 이삼헌 예술가의 진혼무 공연 등 무연고 사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마음이 추모의집을 가득 채운 이날 법회에서도 이와 같은 종단의 고민이 녹아있었다. 

총무원 사회국장 해청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힘없고 소외된 분들을 더 잘 모셔야 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면서 “죽음 그 이후 순간에도 차별 받은 외로웠던 영혼들이 스님들의 간절한 기도로 위로 받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종단이 준비한 무연고 사망자 추모 법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17일 파주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추모의집에서 '무연고 사망자 극락왕생 추모 법회'를 진행하는 모습. 스님들은 천수경 영가축원 아미타 정근을 하며 무연고 사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17일 파주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추모의집에서 '무연고 사망자 극락왕생 추모 법회'를 진행하는 모습.

무엇보다 종단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가장 쓸쓸한 죽음을 맞은 무연고 사망자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무연고 사망자 극락왕생 발원기도’ 정례화를 비롯해 내년에는 광화문에서 무연고 사망자를 위로하는 대규모 법회를 열 예정이다.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 죽음 이후에도 고립된 무연고 사망자들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올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양한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고귀하다는 부처님 말씀과 같이 죽음에 있어서도 고귀하지 않은 죽음은 없다”며 “빈곤으로 인한 고립사에 대한 국가적 대책 마련, 사회보장으로서의 공영장례 시행 등을 빈곤사회단체들과 함께 정부에 촉구할 것이며 이를 통해  부처님 자비 정신이 아프고 힘든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17일 파주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추모의집에서 '무연고 사망자 극락왕생 추모 법회'를 봉행했다. 예술가 이삼헌 씨의 진혼무 공연 모습.
경기도 파주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추모의집 모습. 10평 남짓한 작은 회색빛 건물 안에 3000여 명의 무연고 사망자 유골이 안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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