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학회 금산사에서 추계특별학술대회

김복진이 조성한 금산사 미륵전 불상. 김복진 작품이다. 출처=문화재청

윤범모 교수 “금산사 미륵불 걸작”
“새로운 감각으로 불상 조성 주목”

일제 강점기에 새로운 감각의 불상을 조성한 김복진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범모 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는 지난 19일 제17교구 본사 금산사(주지 성우스님)에서 열린 한국불교학회(회장 김성철) 추계특별학술대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윤범모 교수는 ‘금산사 미륵전 불상과 김복진’이란 주제발표에서 “근대기 조소(彫塑)예술의 본격적 출발은 1920년대 김복진의 출현에 의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면서 “선구자답게 불상 예술이라는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남겼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지난 2010년 동국대출판부에서 <김복진 연구>라는 책을 펴냈다.

김복진(金復鎭, 1901∼1940)은 충북 청주(청원) 출신으로 우리나라 근대조각의 선구자이며 개척자이다. 일본 동경미술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1925년 졸업했다. 소설가 김기진(金基鎭)의 형이다.

김복진

귀국 후 <시대일보>에 경주 석굴암 본존상 스케치를 게재한 김복진은 금산사 미륵전 불상과 법주사 미륵대불 등 불교와 인연 깊은 작품을 여러 점 남겼다. 특히 금산사 미륵전 불상은 김복진 작품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김복진이 조성한 이 불상은 '김제 금산사 석고미륵여래입상'이란 이름으로 지난 2014년 '등록문화재 제619호'로 지정됐다. 또한 미륵불상을 모신 미륵전은 1962년 국보 제62호로 지정됐다.

1943년 김영수(金映遂) 필사본을 1983년에 재발간한 <금산사지(金山寺誌)>에는 “김수곤(金水坤) 등 대방단가(大方檀家, 큰 시주자) 양공(良工, 좋은 장인) 김복진에 명하여 소화(昭和) 13년 9월3일로서 소성하였다”고 기록돼 있다.

윤범모 교수는 “김복진은 도쿄 유학시절 한 사찰에서 득도한 불자”라면서 “불교에 귀의해 승려 생활까지 체험했을 정도로 불교와 깊은 인연이 있다”고 밝혔다. 김복진의 불상 작품은 크게 관음보살상과 미륵상으로 대별할 수 있다. 윤범모 교수는 “일제강점기에 김복진은 미륵의 조형적 구현으로 민족의 미래를 예시하고자 했다”면서 “작가의 전통미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함께 민족의 주체성 제고라는 작가적 깊은 의도의 발로”라고 강조했다.

한국불교학회와 금산사는 지난 19일 금산사 보제루에서 추계특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윤범모 교수는 “김복진은 당당한 입상으로 신라시대 불상의 존엄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다”면서 “신라 불상과 조선시대 불상 등 다양한 각도에서 불상의 범본(範本, 본보기)으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윤범모 교수는 “김복진의 불상 작품은 20세기 한국 조소예술사에서도 정상부분에서 논의돼야 할 걸작”이라면서 “진보적 사상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우리의 전통, 그 중에서도 불교사상에 탐닉했다”고 강조했다. “전통과 진보 혹은 민족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 등의 갈래에서 민족미(民族美)의 근대적 구현에 하나의 전형을 남긴 선구적 작가였다.”

원영상 원광대 정역원 연구교수는 논평을 통해 “김복진이 불교적 신앙과 수행을 기반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쳐나갔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불상사(佛像史)에 기록될 거목”이라면서 “암울한 시대에 자신의 예술 세계를 통해 민중에게 희망을 주고자 금산사 미륵불상을 조성했다는 점은 향후에도 그의 정신세계를 더 조명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금산사, 보살계 사상의 전승과 실천’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이밖에도 △금산사를 빛낸 중흥조 고승들의 업적과 시대별 특징(김방룡 충남대, 이종수 동국대) △고려 전기 불교 교단에서 금산사의 위상(박광연 동국대 불교학술원, 박용진 국민대) △금산사 방등계단과 진표율사(이수미 동국대 불교학술원, 법장스님 해인사) △보살사상의 사회참여적 측면과 월주스님의 사회참여활동(이병욱 고려대, 조윤호 전남대) 등의 연구결과가 선보였다.

한국불교학회와 금산사는 지난 19일 금산사 보제루에서 추계특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주제 발표후 석길암 동국대 교수(가운데)를 좌장으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발표와 논평이 끝난 뒤에는 석길암 동국대 교수를 좌장으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김성철 한국불교학회장은 “한국 근대 조각가 제1호 김복진이 독실한 불자라는 점, 금산사가 불교적 사회참여의 중심 도량이라는 점을 확인한 학술대회였다”면서“보살계 수계를 위한 방등계단과 용화세계 미륵불을 모신 미륵전 등 금산사는 역사, 문화재, 인물 모든 면에서 불교적 사회참여와 실천적 보살행의 중심도량으로 일제강점기 때는 항일 독립운동의 중심에 섰던 한국 신종교의 발흥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성철 한국불교학회장은 “중창주 진표 율사를 비롯해 임진왜란 때 호남의 의승군을 이끌었던 뇌묵 처영 등 금산사에 주석한 많은 스님들이 중생의 아픔을 도외시 하지 않는 참여와 실천의 삶을 살았다”면서 “월주 스님의 사회 활동이 금산사의 전통, 문화, 가풍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복진 불교 작품

△관세음(목조, 1930년)(김용진 소장, 유작전 출품작)
△계룡산 소림원 미륵입상(석고, 1935년, 현존)
△김제 금산사 미륵전 본존상(소조, 1936년, 현존)
△불상습작(1936년, 제15회 조선미전 출품작, 소림원 불상과 동일작 추정)
△서울 영도사 석가모니불 입상(석고, 1936년)
△불상(1937년, 조선미술원 낙성기념 소품전 출품작)
△관세음(석고, 1937년, 김형원 소장, 유작전 출품작)
△예산 정혜사 관음전 관음보살좌상(1939년, 현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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