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지키며 부처님 말씀 성실히 전하고 장병들 돌보겠다” 굳은 원력

대한불교조계종 군종교구-불교신문 공동 군승파송 50주년 특별 기획

 변하는 군 환경, 달라진 병사들, 갈수록 인기 없는 종교

젊은 군승들 고민도 깊어가는데.....

 

군포교 주인공은 군승들이다. 1기 5명으로 시작해서 현재 140여명이 현역으로 활동하는 군승들의 헌신적 노력이 없었다면 군 포교는 이름 조차 붙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군승 파송 50주년을 맞이하여 초임 군승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젊은 군승들 답게 장병들의 취향에 맞는 생동감있고 창의적인 포교를 고민하고 현장에 접목하고 있었다. 변화하는 종교환경에 적응하면서도 수행자로서 원칙을 지켜야함도 잘 알고 있었다. 교육 상담 법회 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초임 군승들의 고민과 각오를 소개한다.

 

 지안스님(공군/제15특수임무비행단 호국정각사)

지안고호 법사는 어려울수록 원칙 지키고 부처님 가르침을 전파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9월 ‘전군 군장병 교리경시대회’에 15비행단 병사들과 함께 참여했었다. 공군에서는 우리 부대만 신청했었고, 처음엔 90명이 넘는 인원들이 지원을 해줘서 몹시 들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막상 행사 당일에는 20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찾아오지 않는 병사들. 너무나 실망한 나머지 이것이 군불교의 벌거벗은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종교에 대한 관심이 급감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군불교 미래를 밝다고 전망할 수 없기에 우리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지 않는 병사들을 찾아 매일 자정 초병들을 위문하고, 깊은 산 속 방공포대를 방문해 인성교육을 하겠다고 요청하여, 교육장으로 모여든 그들과 시사적인 소재에 불교를 녹여낸 30분 내외의 토크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A부대에서는 인성교육을 했고, B부대에서는 불교예법을 지도했으며, C부대에서는 군 생활을 어려워하는 병사들과 지속적인 상담을 했다. 가는 곳마다 그 부대가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매번 새롭게 준비했다. 단지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갔을 뿐이고, 병사들은 그렇게 찾아오는 군종법사를 모른 척 하지 않았다. 도리어 몰랐던 불교의 단면을 알게 되면서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즐거워했다.

포교를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시대의 변화를 넘어선 가치관, 병사들이 접하지 못했던 콘텐츠를 먼저 다가가서 전해줄 수 있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부처님께서 맨발로 다니시며 거리에서 법을 설파하셨듯이, 법당이 없는 병영의 어느 현장으로 우리가 더 자주 나아간다면 군불교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범스님 (육군 과학화훈련단 응봉사)

여범 박상민 법사는 장병들이 있는 훈련장으로 찾아가는 불교가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군파송 50주년을 돌이켜보면 법회와 상담, 기도 등 한 단계 발전한 시간이었다. 트렌드에 발맞춰 한국 불교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켰다. 개인적으로 포교는 곧 수준 높은 법문과 차담 등 법당에서만 나오는 것이라 생각했다. 기존 훈련 간 활동은 장병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위문’에 지나지 않았다. 훈련에 지친 장병들은 간식을 보며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이에 지휘관은 ‘좋은 말씀’을 부탁하고, 저는 화답하며 훈련장을 나섰다. 군종장교를 ‘위문장교’라고 부르기도 했다. 어느 날, 스스로에게 의문이 들었다. ‘전투 중에 우리가 해야 할 활동은 무엇인가, 종교로써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근무하는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은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어주는 부대다. 여의도 41배의 면적에서 15일 동안 실전처럼 전투 훈련을 한다. 군종장교도 예외 없다. 훈련 동안 초코파이를 건네는 손에서, 손을 맞잡고 기도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본다. 훈련 중에 ‘야전종교센터’를 중심으로 군종 활동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관찰통제관’의 임무를 맡고 있다. 한 부대가 훈련하는 15일 동안 공격과 방어, 2박 3일씩 철야 훈련을 하는데, 그 때 군종장교의 활동을 면밀히 분석한다. 기도를 할 때 어떤 자세를 해야 장병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가, 전투를 나서는 보충병들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 사기가 진작될 수 있는가, 장례식을 경험하며 진심으로 감동을 받고 있는가, 군종장교가 부대작전 계획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가 등 많은 화두를 던지며 나 자신도 시행착오와 연구를 거듭한다.

이제 군 포교는 장병들이 ‘찾아오는’ 법당에서 장병들의 땀과 노력이 스며든 훈련장으로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훈련장을 찾은 군종법사에게 ‘좋은 말씀’이 아닌 ‘부처님 말씀’을 부탁하는 날이 곧 다가오기를 희망해본다.

 

 균재 스님 (육군 2사단 의선사)

균제 강혜림 법사는 올바르게 깨어있는 수행자의 마음가짐과 철저하고 반듯한 군인다운 자기관리를 중시했다.

현재 6주에 걸친 고군반(대위 장교과정)교육을 받고 있다. 군 장교이자 수행자라는 두 직책을 수행함에 전문성을 더 갖추고 자질을 향상하는 의미 있는 교육이다. 이번 교육기간동안 끊임없이 군불교의 미래라는 간단히 답 할수 없는 질문에 대해, 살펴보게 되었다. 군 복무기간 감축, 무종교인 증가, 휴대폰 사용 및 외출·외박 허용 등 큰 변화 속에 다들 종교 역량이 대폭 감소할 것을 걱정하였다. 물론 동의하는 면이 있지만, 한편으로 위기를 극복하여 한 단계 도약하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사로서 올바르게 깨어있는 수행자의 마음가짐과 철저하고 반듯한 군인다운 자기관리, 두 가지를 꾸준히 갈고 닦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군대’라는 곳에 있지만 내가 수행자임을 잊는 순간, 군 불교는 방향을 잃고 표류할지 모른다. 또한, 군대라는 조직 내에 군종장교라는 직책으로 소속되어 있음을 잊고,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지 않으면, 군 불교는 배는 있으나 선장이 없어 고립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가장 기본 바탕이 되는, 어떠한 경우에도 가장 우선이 되는 수행자의 마음가짐과 군인다운 자기관리를 위해 노력하며, 군불교 미래를 준비 한다.

요즘 군대는 광범위한 혁신 속에서, 더디지만 꾸준히 발전 중이다. 그 안에서 언제나 앞서갔던 군불교는 여전히 역동적으로 고민이다. 벌써 군파송 50주년이 된 군종법사(군승)가 포교의 최전방에 있고, 밝고 역동적인 포교의 대상이 끊임없이 모여드는 군이 있기에 군불교 미래는 여전히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 무궁무진한 군불교 미래를 위해, 이판사판의 하나 된 원력으로 꾸준히 연구하고 발전하는 우리가 되길 지극한 마음으로 고대한다.

 

 눌지스님 (육군 15사단 천불사)

눌지 유태영법사는 장병 맞춤형 포교방법으로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현재 군불교 미래는 큰 위기라고 본다. 군 불교 미래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가 종교 존립을 걱정할 정도다. 미래 새싹인 젊은 장병들은 무종교가 많다. 예전에 비해 종교시설을 찾는 용사들 비중이 급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신자비율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는 어두운 군불교 미래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법당을 왜 찾지 않는지에 대한 설문을 받았었다. 공통된 주요 의견이 ‘불교는 너무 권위적이다.’ ‘너무 경건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라는 내용이었다. 기존 포교방식에서 벗어나 군법당을 찾는 젊은 감성을 가진 용사들 입장에서 그들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설법과 포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5월 부처님오신날 행사 때 인근 여고생들을 초청하여 댄스공연 및 불교교리 퀴즈대회를 진행하였고, 미술동아리 친구들에게 부탁하여 용사들에게 아기부처님 바디 페인팅 및 캐리커쳐를 그려주었다. 예쁜 연꽃 만들기 경연대회를 열어서 창의적이고 정성이 들어간 종이연꽃을 만든 용사에게 상을 주었다. 포교를 하면서 우리 용사들이 그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고 군종법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 포교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용사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 부대끼며 동고동락하는 친형 같은 군종법사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 또한 그런 법사가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다.

 

 순기 스님 (육군 26여단 자혜원)

순기 김도현법사는 급변하는 군내 환경에 맞춰 군포교도 변해야 하며 군승들도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개발중임을 밝혔다

변화의 바람이 국군에도 불고 있다. 군에서는 업무시간 외에 스마트폰 사용과 평일 외출, 주말외박 자율화를 계획, 시범운영 중이다. 군종장교로서 용사들 인권이 좋아지는 것은 더없이 반갑다. 휴식시간과 주말에 맞춰 법회를 마련하는 입장에서는 바꿔야할 게 한 둘이 아니다. 휴식은 스마트폰과 함께 하고 주말에는 밖으로 나가는 병사가 많은 것임을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래서 군불교도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처음엔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의 개발이 답이라 생각했다. 일일법문, 온· 오프라인 1:1 상담·법담 등을 제공하고, 포교활동 전반에 필요한 여러 행정 시스템이 반영된 군 포교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 이런 현실에 대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구현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많은 고민 끝에 나름 방법을 찾았다. 먼저 대중 SNS를 통해 용사들과 소통 방법을 생각했다. 걸맞는 능력만 있다면 일일 법문을 서예일러스트. 캘라그라피, 포교영상, 스트리밍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하여, 지루함을 없애고 다양성을 추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모임을 구성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즉흥적으로 외출·외박 지역에서 집단 상담이나 법담을 나누는 동아리 등도 고민해 보았다. 법당에서 마시는 차담도 좋지만, 열린 분위기에서 민간인들과 섞여 진행해보니 용사들이 더 적극적이고 개방적으로 임하는 것을 경험했다. 법당이 부대 밖에 있다면 주말에 단기 템플스테이도 시도해 볼 수 있고, 부대 안 법당의 경우 민간사찰과 협조하여 지역불교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하루가 다르게 포교에 활용 될 수 있는 수많은 도구들이 발명되고 있다. 생활관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명상하는 용사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형식에 제한받지 않고 포교할 수 있는 시대가 군에도 도래 했음을 보았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 맞춰 다양한 노력을 기하고 있으니, 모든 대중들께서 응원해주시길 진심으로 청해본다.

 지명 스님 (해병대/백령도 흑룡사)

지명손상민 법사는 명상을 통해 장병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여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군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였다. 부처님 말씀이 아무리 방대해도 전달이 원활하지 못해서 그 가르침을 모르는 장병이 대부분이다. 현실을 감안하여 상식수준에서 이해될만한 내용들로 법회를 준비했다. 그러나 들으면 그때 뿐, 돌아서면 기억이 사라지는 마법과도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또한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다 보니 자칫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만 주제가 되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대안으로 찾게 된 것이 바로 명상이었다.

스님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수행을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 최신 명상관련 서적들을 비롯한 최근 각광받는 마음 챙김에 관련된 도서를 공부하며 장병들과 함께 수행을 해나가는 수행공동체의 성격으로 법회를 구성하니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자살충동을 경험한 장병들에게 명상과 상담을 함께 시행하니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우울이나 부정정인 생각에 대처하고 본인 스스로가 호전되는 경험을 했던 것이다. 물론 명상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음을 성찰하고 안정시키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앞으로 이러한 명상에 기반한 다양한 불교수행법들이 군불교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나 역시 더욱 정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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