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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정] 혐오의 시대, ‘유아독존’의 가치

기사승인 2018.11.09  15: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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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야 한다, 평화로워야 한다는 욕구도 
그것을 자기로 삼는 순간, 苦의 원인이 돼
분노를 일으키고 타인 향한 혐오로 드러나
종단 향한 분노도 자기혐오나 과잉서 비롯

혐오가 넘쳐나는 시대다. 어떤 이는 자기를 향한 혐오로, 어떤 이는 타인을 향한 혐오로 불탄다. 언뜻 둘은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다. 누군가를 지나칠 정도로 혐오하고 있다면, 그것은 자기 안의 상처와 분노에 깊이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가 자식의 어떤 면을 필요이상으로 끔찍이 미워한다면, 그것은 부모 스스로의 상처에서 비롯된다. 나처럼 안 살았으면 좋겠는데라는 바람이 분노를 자아내고, 반대로 자식은 부모의 안 좋은 면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게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을 투사하여 미워하게 된다. 

자기혐오는 자기과잉과 동전의 양면이다. SNS에는 자기과잉이 넘친다. 먹는 음식, 입는 옷, 좋아하는 연예인, 영화, 음악 뿐만 아니라 친구, 부모와 같은 나 이외의 것들을 수시로 드러내고 인정받으려 한다. 나 아닌 것을 자기로 삼는 건 그만큼 속이 허전하고 두렵다는 것이다. 어른이 돈과 권력을 자기로 삼는 오랜 습관에 길들여져 있다면 젊은 사람들은 SNS로 만든 자기에 갇혀 산다. 애나 어른이나 자기 자신 때문에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산골에서 청년들과 2년 동안 어울려 살면서 또 다른 ‘자기과잉’을 접한다. 대안적 삶을 찾아 온 청년들이지만, 그들만의 또 다른 자기과잉이 있다. ‘나는 이런 일은 못해’ ‘나는 쉬어야 해’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라는 이미지를 자기로 삼는다. 그렇게 자기라고 여기는 것들이 도전 받으면 대개는 ‘(그렇게 하면) 제가 불편해요’라고 한다. 농담 삼아 나는 불편하다는 말이 제일 불편하다고 말할 정도로 여기 와 살면서 ‘불편하다’는 말 참 많이 들었다. 나는 행복해야 한다, 나는 여유롭게 지내야 한다, 나는 평화로워야 한다는 지극히 정당한 욕구조차 그것을 자기로 삼는 순간, 자기 틀이 되는 순간 괴로움의 원인이 되고 만다. 평화로워야한다는 욕구에 사로잡히면, 평화가 위협받는다고 생각한 순간 분노가 일게 마련이다. 말로는 평화를 입에 달고 살아도, 그런 일상이 평화롭기는 어렵다. 땅에서 넘어진 자, 땅에서 일어나야한다는 옛말처럼 변화무쌍한 일상에서 평화롭게 살기 위해 애써야 평화를 얻지, 평화에 사로잡혀 아무리 밖을 향한 문을 걸어 잠근들 참된 평화를 얻을 수 없다. 

자기과잉이 지나친 이들의 속에는 깊은 자기혐오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 피곤해, 나는 왜 이런 일상을 살아야하지,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거야, 나는 이런 상황을 버틸 수가 없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내가 두려워, 나는 도무지 쓸모가 없어, 이렇게 못났으니 미움 받아 마땅해. 스스로를 불신하고 두려움, 미움이 도사린 그 마음이 자기를 지키려는 쪽으로 작동하면 자기과잉이며 남을 향하면 타인 혐오가 된다. 그러니 남을 혐오하는 것이 사실은 자기혐오이며, 자기과잉의 다른 표현이다. 

종단을 향해 거친 혐오를 쏟아대는 이들에게서도 자기혐오와 자기과잉을 본다. 사실 근자에 지독한 혐오의 대상이 되고, 심지어 악마화 된 몇몇 스님들의 삶을 보면, 그렇게 혐오의 대상이 될 이유도 없고, 그렇게 매도해서도 안 될 분들이다. 8할은 공(功)이고, 2할이 과(過)인데, 부분적인 과로 삶 전체가 부정당하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잘못한 만큼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받아야 마땅한 만큼 비판하는 것을 넘어 삶 전체를 낙인찍고 혐오하는 것은 모두를 해롭게 만든다. 타인에 대한 광기에 찬 혐오는 아무리 정의로 포장한 들 사실은 자기과잉, 자기혐오의 다른 모습일 뿐이다. 그래서 붓다께서는 이 두 극간을 넘어 중도의 눈으로 실상을 관찰한 뒤 ‘유아독존’을 가르치셨다. 우주만큼 귀하지 않은 존재란 세상에 하나도 없다. 

[불교신문3439호/2018년11월10일자]

정웅기 논설위원·생명평화대학 운영위원장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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