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성 박사 <청정도론> 우리말로 번역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

5세기 붓다고사가 집필
교리·역사·전설 등 담아
방대한 주석, 해제 수록

남방의 테라바다 불교의 포괄적 입문서인 <청정도론(淸淨道論>을 우리말로 옮긴 책이 나왔다.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은 최근 <청정도론 - 비쑷디막가>를 펴냈다. 3832개의 주석을 달고 100여쪽에 이르는 해제를 담아 그동안 ‘난해안 논서’로 여겨졌던 <청정도론>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청정(淸淨)의 단계를 경율론(經律論)뿐 아니라 주석서들의 학문적 체계를 통해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은 “가장 정밀한 명상수행으로 안내하는 이책을 번역하게 된 것은 최대의 영광이자 난제였다”고 집필 소감을 밝혔다. 5세기 초 인도에서 활약한 불교학자 붓다고싸(Buddhaghosa)가 저술한 <청정도론>은 테라바다 불교에서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대표적인 책이다. 방대한 남방대장경을 근간으로 백과사전적인 치밀함과 정교함을 보여주고 있어 해석학적으로 사유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리뿐 아니라 고대 인도와 실론(스리랑카)의 역사적 사건을 비롯해 설화 등을 수록해 역사문화적 가치도 뛰어나다.

빠알리문헌의 시대구분, 붓다고싸의 위대성, 중요한 번역술어의 해명 등 20항목에 이르는 해제에 이어 △계행 △삼매 △지혜 등 크게 3단락으로 구성했다. 또한 말미에는 약어표, 빠알리 한글표기법, 번역 술어와 고유명사 색인 등을 부록으로 담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박홍우 변호사는 이 책의 발간사에서 “테라바다 불교의 수행자들은 <청정도론>의 학습만으로도 삼장법사를 자부할 정도”라면서 “역사적인 부처님은 스스로를 분석론자라고 불렀으며, 분석을 통한 관찰, 그리고 성찰과 통찰을 통해서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을수 있다고 설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재성 박사가 경율론 삼장의 입문서라고 할 만한 불교 역사상 가장 난해한 논서를 알기 쉽게 완역했다”면서 “한국의 빠알리불교역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통도사 울산포교원 람림학당 원장 혜능스님은 추천사에서 “부처님 가르침의 원형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면서 “부처님 근본교설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려 할 때 당면하는 캄캄한 어둠을 밝혀줄 횃불과도 같은 <청정도론>의 역경불사는 감로의 비를 내리는 경이로운 불사”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전재성 박사가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빠알리성전협회는 빠알리삼장의 대장경을 우리말로 옮겨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1997년 설립했다. 당시 빠알리성전협회장 리챠드 곰브리지 박사의 승인을 받았다. 빠알리성전협회는 1881년 리스 데이비드 박사가 ‘빠알리성전 연구를 촉진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영국 옥스퍼드에서 창립한 기구이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는 출범 후 빠알리성전의 한글 번역을 비롯해 사전, 문법서, 연구서, 잡지, 팜플렛등을 발표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청정도론-비쑷디막가>에서

“악마의 군대를 쳐부수기 위해 분소의(糞掃衣)를 입는 수행자는 전쟁터에서 빛난다. 갑옷으로 무장한 전사처럼, 세상의 스승께서도 까씨의 옷 등의 값비싼 옷을 버리고 분소의를 입었거늘 누가 그것을 입지 못하랴! 그러므로 수행승이라면, 자신의 서원을 기억하면서 수행자에게 알맞은 분소의에 기뻐해야 한다.”

“보시에 대한 새김에 매진하는 수행승은 점점 더 보시로 향해서 기울고, 무탐을 지향하고, 자애에 수순하고, 두려움을 여의고, 희열과 기쁨이 많아진다. 또한 더 이상 현관하지 못한다고 해도 내세에는 좋은 곳으로 간다.”

“악하고 불건전한 것은 지평으로 보면, 오직 한 가지 감각적 쾌락의 욕망계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뿌리로 보면 세 가지로 탐욕을 뿌리로 하는 것, 성냄을 뿌리로 하는 것, 어리석음을 뿌리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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