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 편찬실장 동국대불교학술원 특강에서 '제안'

‘남북한 <겨레말큰사전>편찬 의미와 <불교사전>’이란 주제로 강연하는 한용운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 사업회 편찬실장.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면 <남북공동 불교사전 편찬>을 북측에 제안해야 한다.” 지난 15일 동국대 불교학술원(원장 정승석)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ABC)사업단이 주최한 ‘제15회 불교인문학특강’에서 나온 주장이다.

동국대 중앙도서관 전순표세미나실에서 50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열린 이날 특강에서 한용운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 사업회 편찬실장은 ‘남북한 <겨레말큰사전>편찬 의미와 <불교사전>’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한용운 편찬실장은 “북측에 불교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서는 북측의 인민들이 쉽게 불경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남과 북의 사전에 실린 불교용어 숫자는 차이가 크다. 남측 <표준국어대사전>에는 9708개가 수록돼 있는데 비해 북측 <조선말대사전>에는 2956개가 실려 있다. 남측은 불교용어를 전문용어로 설정한데 비해 북측은 그렇지 않은 실정이다. 불교에 비해 가톨릭은 남측 1403개, 북측 297개, 기독교는 남측 1115개, 북측 371개이다. 수치상으로 볼 때 불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사전에 수록된 용어가 풍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용운 편찬실장은 <현대조선말사전>(1981년 출간)과 <조선말대사전>(2006년 증보판)을 통해 북한의 종교와 불교에 대한 이해 정도를 분석했다. <현대조선말사전>은 불교 항목에서 “모든 사람에게 다 고통이 있는데 여기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부처를 믿고 현실생활을 잊어버리는 데 있다고 설교한다”면서 “봉건지배계급의 사상적 지배도구로 리용(이용)되면서 인민대중의 계급의식과 투쟁의식을 마비시키고 우리나라의 문화와 과학발전에 막대한 해독을 끼쳤다”고 부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말대사전>에서는 “불타(부처)는 범어로 ‘진리를 깨달은자’ 또는 ‘슬기 있는 자’라는 뜻”이라면서 “‘인간의 고뇌에서 해방’하며 자비심을 베푸는 것을 리념(이념)으로 하고 속세를 떠나 도를 잘 닦으면 ‘극락세계’에 이른다고 설교한다”고 앞서에 비해 긍정적으로 풀이했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사업단은 지난 15일 ‘제15회 불교인문학특강’을 개최했다. 정승석 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용운 편찬실장은 북한의 종교 인식변화에 대해 “북측 인민들은 주체사상과 사회주의 교육의 영향으로 대체로 종교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며 “더욱이 1990년대 이후 식량난을 겪으면서 종교는 일상생활과 멀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특강에서 한용운 실장은 “남과 북의 우리 겨레는 상대측 단어의 뜻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기에 현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남북의 겨레가 함께 볼 수 있는 사전이 필요하다”면서 “분단된 상황에서 남북이 함께 사전을 편찬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남북의 언어 차이를 해소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면 힘들더라도 하나하나 준비해 두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은 2005년 남북 언어학자들이 ‘남북공동편찬위원회’를 결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겨레의 동질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소통의 근간이 되는 언어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용운 실장은 “분단 상황에서 남북 언어를 통합하려면 무엇보다 겨레가 함께 볼 수 있는 대사전을 편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문규범 단일화 방안’, ‘남북에서 다르게 쓰는 어휘의 올림말 선정 및 뜻풀이 방안’ 등 어휘 전반에 걸친 협의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한용운 실장은 “이 사전을 남북 겨레가 함께 이용할 경우 남북 어휘 차이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등 한반도 긴장 완화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열린 이날 특강은 평화 시대에 발맞춰 <남북공동불교사전> 편찬 제안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은 지난 2016년 9월 이후 불교에 대한 이해 증진을 목적으로 14차례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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