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상원사 동종’ 재현한 원광식 장인

‘상원사 동종’을 재현해 문양을 살펴보고 있는 원광식 장인.

범종 주조 60여년 한길
밀랍주조 특허공법으로
‘한국 제1의 鐘匠’ 명성

해외 20여국으로 수출
“완벽한 종소리 내는
범종 만들기 위해 연구”

지난 2월 9일 세계인의 축제이며 평화 잔치인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국보 제36호인 ‘상원사 동종’을 표현한 ‘평화의 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대산 상원사에 봉안돼 있는 이 동종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의 가장 오래된 범종이다.

이날 올림픽 스타디움 가운데 자리한 보름달 모양의 원형 무대 중앙에 상원사 동종 모형의 ‘평화의 종’은 한 줄기의 빛과 함께 평화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고 동시에 무대와 객석이 모두 동계올림픽을 상징하는 얼음으로 변하며 축제가 시작됐다. 세계인들은 이 광경을 보고 감동했다.

이러한 명장면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중요무형문화재 112호 주철장인 원광식(77세, 성종사 대표) 장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상원사 동종’을 재현한 그는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완벽한 ‘상원사 동종’을 만들기 위해 본사인 충북 진천공장에서 1:1 비율과 1:2 비율의 상원사 동종을 재현해 냈다. 무게도 원형그대로의 1.3톤과 4배에 이르는 4톤이다. 지난 9일 ‘상원사 동종’ 전시장을 공개한 원광식 장인을 진천에서 만났다.

“에밀레종(성덕대왕 신종)을 완벽하게 복원하고 돌아보니까 상원사 동종이 보이더라구. 그래도 상원사 동종이 우리나라 최고 오래된 범종인데 그냥 바라만 볼 수 없었지. 평창 올림픽에서 7.5톤 짜리와 1.3톤 짜리를 만들었지만 여기(진천)에서 4톤짜리와 1.3톤 짜리를 중량에 맞춰 구조설계를 해서 재현해 봤어. 형태는 완벽한데 소리는 좀 더 연구해야 해.”

국보 제29호인 성덕대왕 신종의 주조년도가 771년인데 비해 상원사 동종은 725년으로 50여년이 빠르다. 이런 범종을 재현하기 위한 원 장인의 머릿속은 온통 ‘상원사 동종’으로 가득했다.

“상원사 동종은 지금은 균열이 가 있어 더 이상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옛날에 녹음해 놓은 소리를 들을 수는 있어. 그걸로 원래의 소리를 가늠할 수는 있어. 주조공법에 있어서도 옛날에는 거푸집에 흙을 넣어 주물을 위에서 부었기 때문에 종 표면에는 기포가 많이 발생했어. 나는 그 점을 보완하고 극복하기 위해 밀랍주조 공법을 도입하고 거푸집도 특수한 소재를 이용해서 종 표면에 기포가 생기지 않지. 주물도 위와 중간, 아래에서 주입하는 방식으로 범종을 주조해 종소리도 훨씬 완벽하게 내려고 했지.”

원 장인은 독자적인 노력으로 일찌감치 성덕대왕 신종을 밀랍주조 공법으로 완벽하게 재현했다. 재현이라기보다는 과거의 전통기법과 현대의 진화된 기법을 더해서 과거를 뛰어넘어 범종을 만들고 있다. 밀랍 주조공법은 우리의 전통주종공법으로 범종 제작에 가장 적합한 주조공법이라 할 수 있으나 조선시대 이후 그 맥이 단절됐던 것을 원 장인이 독자적인 연구 끝에 지난 1997년 재현에 성공한 신비의 주조공법이다.

이 공법은 밀랍(벌집)과 소기름을 적당히 배합해 만든 초를 사용하여, 제작하고자 하는 종 모양과 동일한 초 모형을 만든 후 열에 강한 분말상태의 주물사를 반죽하여 표면에 수차례 바르고 건조시키는 과정을 거쳐 일정한 두께를 준 뒤 이를 완전히 건조시킨 다음 은근히 열을 가해 내부의 초 모형을 제거한 상태에서 쇳물을 부어 종을 제작하는 방법이다. 작업공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많은 제작기간이 소요되나, 타 공법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섬세한 문양과 깨끗한 표면, 그리고 부드러운 소리를 가진 범종을 얻을 수 있다.

2005년 대형범종 제작에 적합한 새로운 밀랍주조공법을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사업인 기술혁신개발사업을 통해 개발, 특허를 획득함으로써 5m이상의 초대형 범종까지도 밀랍주조공법으로 제작이 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기법을 활용해 원 장인은 화천 세계평화의 종 (1만관, 37.5톤)을 비롯해 대만 불광산사 종(6700관, 25.5톤) 등 국내와 외국의 주요사찰 및 지방자치단체의 범종을 제작, 보급하고 있다. 특히 원 장인은 일찌감치 눈을 해외로 돌려 한국의 아름다운 범종을 중국, 대만,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등 2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원광식 장인의 범종에 대한 음향측정을 해 오고 있는 강원대학교 기계융합공학부 김석현 교수는 “범종의 소리는 화음도가 중요한데 원 장인의 범종은 화음도가 좋다”며 “화음도가 낮으면 소리의 음질도 낮아 불협화음이 일어나는데 원 장인의 범종은 화음도가 높게 나타나는 분포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 장인이 지금까지 재현한 ‘상원사 동종’은 평창올림픽에서 2구와 진천 본사공장에서 2구를 포함해 4구에 이른다. 범종을 만들어 온지 60여년. 나이도 77세로 80을 바라보고 있다. 젊은 시절 한쪽 눈을 범종에 바친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소리까지 완벽한 ‘상원사 동종’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다.

“항상 우리 전통의 방법으로 세계 최고의 종을 만들고 있다고 자부해. 하지만 이젠 힘이 들어. 제자들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내년에는 좀 쉬고 싶어. 쉬는 시간에도 완벽한 종소리를 내는 ‘상원사 범종’을 만들기 위한 연구는 멈출 수가 없을 것 같아.”

원 장인이 ‘상원사 동종’을 타종하고 있는 있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