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필리핀 빈민가 어린이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

불교계 어린이 구호단체 굿월드자선은행이 필리핀 빈민가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고 부처님 자비사상을 전달했다. 사진은 지난 3일 필리핀 라구나주 산페드로시에서 열린 '스테파노 데이케어센터' 크리스마스 파티 현장에서 신난 아이들의 모습.

굿월드자선은행, 종교 초월한 자비행 ‘눈길’
한국불교계 도움으로 저소득 가정 아동들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파티 경험

덕문스님 "여러분은 이 나라의
미래… 항상 밝게 자라길" 당부 

필리핀 최대 빈곤지역 중 하나로 일명 ‘쓰레기마을’ 산페드로시에 사는 5살 소년 에드손에겐 작은 소원이 하나 있었다. 맛있는 햄버거와 꿀벌모양의 ‘졸리비(필리핀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점)' 캐릭터 장난감을 선물로 받는 것이다. 물론 대도시로부터 나온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품을 수집해 생계를 꾸리는 에드손의 가정형편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국 불교계의 자비행이 5살 빈곤층 소년의 꿈을 이루게 해줬다. 불교계 어린이 구호단체 굿월드자선은행(대표 덕문스님, 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이 지난 3일 산페드로시에서 개최한 스테파노 데이케어센터 크리스마스 파티 현장에 동행했다.

불교계 어린이 구호단체 굿월드자선은행이 필리핀 빈민가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고 부처님 자비사상을 전달했다. 사진은 지난 3일 필리핀 라구나주 산페드로시에서 열린 '스테파노 데이케어센터' 크리스마스 파티 현장에서 귀여운 율동을 보여주는 아이들 모습.

필리핀은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을 믿는 국가다. 즉 크리스마스는 이들에게 중요한 명절이다. 이미 TV와 라디오엔 온통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고 주요 번화가와 도심은 벌써부터 들뜬 분위기다. 집집마다 형형색색의 트리를 대문 앞에 장식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길 기대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위해 1년간 돈을 번다’고 하니 얼마나 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지 짐작케 한다.

다만 열악한 환경에 처해 하루 먹기 살기도 힘든 ‘쓰레기마을’ 빈민가 아이들에겐 크리스마스 파티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바로 이들에게 한국 불교계가 직접 산타클로스가 돼 자비사상을 전달한 것이다.

지난 3일 필리핀 라구나주 산페드로시에서 열린 '스테파노 데이케어센터' 크리스마스 파티 현장에서 그토록 갖고 싶었던 꿀벌모양의 캐릭터 장난감을 선물로 받은 아이가 환하게 웃고 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긴 스테파노 데이케어센터. 굿월드자선은행이 필리핀에 처음으로 지은 교육시설인 만큼 학생 수도 가장 많고 국가에서 인정할 정도로 운영도 잘 되고 있다. 이미 행사장엔 한국에서 온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로 북적였다. 양종헌 굿월드자선은행 이사와 김규환 사무국장, 김영훈·김창석·김성운 후원자 등이 모습을 드러내자 진심 어린 미소로 맞이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산타 모자를 쓴 아이들이 귀여운 율동을 펼치며 무대를 꾸몄다. 특히 4세·5세 반별로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다소 엉성한 동작이지만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에 모두가 즐거운 축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꿀벌 분장을 한 졸리비 캐릭터가 무대에 등장하자 아이들의 함성소리는 더욱 커졌다.

불교계 어린이 구호단체 굿월드자선은행이 필리핀 빈민가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고 부처님 자비사상을 전달했다. 사진은 지난 3일 필리핀 라구나주 산페드로시에서 열린 '문덕 데이케어센터' 크리스마스 파티 현장 모습. 역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꿀벌 모양의 졸리비 캐릭터(왼쪽)이다.

양종헌 이사와 후원자들은 햄버거와 치킨도시락 장난감 등이 담긴 선물 꾸러미를 건넸고 아이들은 함박웃음으로 화답했다. 특히 이번 크리스마스 파티엔 국제구호 협력기구 더프라미스가 지원한 핸드메이드 티셔츠와 가방도 아이들에게 전달돼 의미를 더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굿월드자선은행 대표 덕문스님은 김규환 사무국장이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순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며 “여러분이 이 나라의 미래이므로 항상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지난 3일 필리핀 라구나주 산페드로시에서 열린 '스테파노 데이케어센터' 크리스마스 파티 현장에서 선물을 받은 아이의 모습.
불교계 어린이 구호단체 굿월드자선은행이 필리핀 빈민가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고 부처님 자비사상을 전달했다. 한국에서 온 손님들에게 하트 손인사를 건네는 필리핀 아이들의 모습.

아이들뿐만 아니라 필리핀 정부와 마을 주민들도 한국 불교계에 연신 감사인사를 전했다. 파티마 필리핀 보건복지국장은 “매년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어주는 굿월드자선은행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사업을 비롯해 항상 따뜻한 온정을 베풀어줘 고맙다”고 말했다.

4살 된 딸과 파티에 참여한 프레스(32)씨는 “올해에는 아이들에게 멋진 크리스마스를 선사하고 싶었다”면서 “형편이 좋지 않아 고민했었는데 이렇게 좋은 파티를 열고 멋진 선물을 전달해줘 행복하다”고 했다.

불교계 어린이 구호단체 굿월드자선은행이 필리핀 빈민가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고 부처님 자비사상을 전달했다. 사진은 지난 3일 필리핀 라구나주 산페드로시에서 열린 '스테파노 데이케어센터' 크리스마스 파티 현장에서 신난 아이들의 모습.
지난 3일 필리핀 라구나주 산페드로시에서 열린 '문덕 데이케어센터' 크리스마스 파티 현장에서 합장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지난 9월 완공된 ‘명궁데이케어센터’에서도 빈민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처음으로 열렸다. 아이들이 게임을 진행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

이어 같은날 굿월드자선은행은 ‘문덕 데이케어센터’에서도 파티를 개최하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종교를 초월한 부처님 자비정신을 퍼뜨렸다. 이튿날인 4일에는 카비테주 망가한시로 이동해 지난 9월 완공된 ‘명궁 데이케어센터’에 선물을 한 아름 들고 찾았다.

가난으로 국가의 가장 큰 축제에 함께하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한국 불교계가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현장엔 처음 크리스마스 파티를 접한 아이들의 웃음이 가득했다.

지난 9월 완공된 ‘명궁데이케어센터’에서도 빈민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처음으로 열렸다. 이곳 아이들은 굿월드 도움으로 생전 처음 크리스마스 파티를 경험하게 됐다. 선물을 받은 아이들의 모습.
지난 9월 완공된 ‘명궁데이케어센터’에서도 빈민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처음으로 열렸다.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에 모두가 즐거운 축제다. 즐거워하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

양종헌 굿월드자선은행 이사는 “빈민가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기 위해 찾아왔지만, 오히려 이들의 미소를 보면서 많은 힘을 얻고 돌아가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주변 상황에 치우치지 않고 더 많은 이들이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아이들에게 배우고 갑니다”

■ 인터뷰/ 크리스마스 파티 후원자 김영훈·김창석·김성운 씨

지난 3일 필리핀 라구나주 산페드로시에서 열린 '문덕데이케어센터' 크리스마스 파티 현장에서 후원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운 김영훈 김창석 씨.

“따로 인터뷰 할 만큼 특별히 잘한 일도 아닙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번 굿월드자선은행이 개최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후원한 김영훈 김창석 김성운 씨는 인터뷰 요청에 이와 같이 답하며 당연한 일임을 재차 강조했다. 각각 법무사 사업가 세무사인 이들은 오랜 도반이다. 이들은 필리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하는데도 함께했다.

특히 굿월드자선은행의 후원자인 김영훈 씨의 역할이 컸다. “아이들의 웃음을 되찾아주는 일에 함께 하자”는 김영훈 씨의 권유에 나머지 두 친구도 흔쾌히 뜻을 모았다. 

김성운 씨는 “굿월드자선은행이 필리핀 빈곤층 아동들에게 우리나라로 치면 어린이집인 데이케어센터를 설립해 취학 전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크리스마스 파티까지 열어주는 것은 몰랐다”면서 “이곳이 가톨릭 국가임에도 종교를 초월해 이 아이들에게 자비사상을 전달하는 것 자체에 감동해 지원해주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필리핀 라구나주 산페드로시에서 열린 '스테파노 데이케어센터' 크리스마스 파티 현장에서 후원자들이 직접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

세 명의 후원자 모두 ‘지속성’을 강조하는 굿월드의 활동 방향성에 입장을 같이했다. 김영훈 씨는 “굿월드는 고액의 정기후원자보다 작은 금액이지만 끊지 않고 지원하는 후원자들이 더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며 “이는 곧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즉 한 번의 도움으로 생색내지 않고 계속 힘이 돼주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김창석 씨는 직접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많은 것을 깨닫고 간다고 말했다. “많은 인원이 모여 혼란스러운 상황임에도 아이들이 질서 정연하게 줄 서 있더라고요. 또한 오랜 시간이 줄을 서고 있는데도 어느 하나 짜증내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행복한 얼굴로 합장하며 공손히 인사하더라고요.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정성스러운 마음을 배우고 갑니다.”

바라는 바 없이 무주상보시를 행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워간다는 이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굿월드의 느리지만 알찬 발걸음이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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