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2일까지, 정토마을자재병원서 임상교육도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 기도'
생사 공존하는 현장이 곧 도량
스물 세살 청년 극락왕생 발원
봉사와 교육 겸비하며 수행정진
미래 한국불교 희망 가능성 보여 

“스님 어서 오이소.” “잘 계셨는교.” 지난 11일 오전 11시. 무술년(戊戌年)이 불과 20일 남겨 놓은 세밑.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에 자리한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원장 능행스님)에 웃음꽃이 피었다. 병실에 들어선 스님들을 맞이하는 환자들의 표정이 밝았다. 밖에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연로하거나 몸이 아픈 환자들이 머무는 병실이라고 믿기 힘들었다. 지난 3일부터 오는 22일까지 환자들의 공양을 수발하고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12명의 해인사승가대학 학인 스님들의 얼굴도 화기(和氣)가 가득했다.

학인 스님들은 정토마을 마하보디교육원에서 숙식을 하며 요양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동시에 ‘보디사트바 임상수행’ 교육을 받고 있다. 승복 위에 자원봉사자 활동복을 입고 명찰을 착용한 스님들은 정성을 다해 환자들을 돌봤다. 자재요양병원이 설립된 지 6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12명의 스님들이 자원봉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병실이나 복도에서 환자들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주고 따뜻한 차와 말을 건네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12명의 스님은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에서 환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해인사 승가대학에서의 ‘마지막 공부’에 열중했다.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호스피스 병동도 스님들이 자주 찾는 공간이다. 지난 9일에는 혈액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스물세 살 청년의 임종을 지켜보며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봉사활동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매일 아침과 점심 공양시간이 되면 식당에서 병실까지 ‘밥차’를 옮겨 직접 공양을 전한다. “천천히 많이 드셔야 건강을 회복할 수 있어요.” “고마워요 스님.” 다정한 대화가 오갔다. 요양병원이라는 현실을 잊게 만들었다.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병원 특유의 냄새도 없었고, 환자들도 취재진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았다. 환자들이 병마와 싸우는 병원이라기 보다는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집을 연상시켰다.

해인사 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의 요양병원 자원봉사는 부처님 지혜와 자비를 현장에서 직접 실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불교신자라고 밝힌 한 할머니 환자는 “젊은 스님들이 정성을 다해 돌봐주시니 너무 기쁘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면서 “아픈 곳도 씻은 듯 나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학인스님들의 자재요양병원 자원봉사는 자체적으로 추진했다. 학장 무애스님과 학감 보일스님 등 교수사 스님들에게 뜻을 전하고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입승 종암스님은 “학인들이 대중공사를 갖고 요양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과 중생무변서원도(衆生無邊誓願度)를 늘 발원하는데 우리 스스로 그 길을 잘 걷고 있는지 반성하고 고민했다”며 자원봉사를 하게 된 까닭을 설명했다. 

종암스님은 “사회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불교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그동안 주변 여러분의 도움으로 수행과 공부를 잘했는데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비구계를 받기 전에 대중에게 회향하고 행자 시절처럼 하심(下心)을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해인사 승가대학장 무애스님은 “학인스님들이 승가대학에서 공부를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승려 생활을 하는데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며 “생사(生死)가 공존하는 임상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수행과 봉사를 함께 하는 기회”라고 밝혔다.

해인사 승가대학 스님들의 일과는 매일 오전 5시 마하보디교육원 1층 법당에서 예불을 모시며 시작한다. 오전 6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환자들의 아침공양을 수발하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갖은 뒤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12시30분까지 환자를 돌보고 점심공양을 돕는다. 오후에는 2시부터 5시까지 임상교육을 받는다. 정토마을자재병원장 능행스님이 △영적고통에 대한 돌봄 방법(노인과 식이, 치매, 중환자, 호스피스)과 △불교임상기도, 임종의식 실제 및 시연 등의 다양한 강의를 진행한다.

지난 11일 학인들을 격려하기 위해 자재병원을 방문한 해인사 주지 향적스님은 “ 학인 스님들이 단순히 자원봉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호스피스 교육 등 전문적인 지식을 익혀 내실을 다지고 있음을 알았다”면서 “앞으로 스님들의 수행이나 교육이 이런 부분까지 병행돼야 하고, 우리 시대나 사회도 스님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정토마을자재병원을 방문해 자원봉사하는 해인사 승가대학 학인 스님들을 격려하는 소참법문을 하는 해인사 주지 향적스님.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장 능행스님은 “학인스님들이 생각보다 너무 잘하시고 너무 자연스럽게 환자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면서“이러한 ‘건강한 자극’을 통해 한국불교가 힘을 얻고 조금 더 중생들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 자비를 베푸는 큰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과 희망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해인사 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의 자재요양병원 자원봉사는 한국불교를 이끌어갈 미래의 승가공동체에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병원에서의 보람 있는 경험은 학인스님들 각자에게도 의미 있는 일다. 한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 스님들의 아름다운 자원봉사와 교육이 교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따뜻하고 긍정적인 울림을 전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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