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의 몸+알음알이 마음작용’
많은 인연이 모여 생겨나지만 
실체가 없는 번뇌덩어리일 뿐

오음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중생이 왜 늘 번뇌를 일으키고 사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음은 번뇌덩어리인 중생의 몸과 알음알이 마음작용이기 때문입니다. 대주스님께서는 이런 내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원문번역: 문) 무엇을 오음(五陰)이라 합니까? 답) 색을 보고 색에 집착하여 그 집착으로 생겨나는 번뇌덩어리를 색음(色陰)이라고 한다. 팔풍(八風)의 경계를 집착하여 잘못된 믿음을 받아들이면서 생겨나는 번뇌덩어리를 수음(受陰)이라고 한다. 어리석게 마음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취하면서 생겨나는 번뇌덩어리를 상음(想陰)이라 한다. 이들 번뇌덩어리를 모아 분석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번뇌덩어리를 행음(行陰)이라고 한다. 차별이 없는 평등한 곳에서 허망하게 분별과 집착을 일으켜 헛된 알음알이가 생겨나는 번뇌덩어리를 식음(識陰)이라고 한다. 이 다섯 가지를 합하여 ‘오음’이라 한다. 

강설: 오음(五陰)은 불자라면 흔히 알고 있는 ‘오온(五蘊)’의 다른 표현인데, 오온은 중생의 망념이 모여 번뇌덩어리가 된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 다섯 가지를 말합니다.

지수화풍으로 이루어진 물질인 색(色)에 집착하여 그 집착으로 생겨나는 번뇌를 모아놓은 번뇌덩어리를 색온(色蘊)이라 합니다. ‘팔풍(八風)’은 자기한테 주어지는 이익과 손해, 내가 보지 않는 뒤에서 하는 험담과 칭찬, 내가 보는 눈앞에서 하는 비방과 칭찬, 괴로움과 즐거움인 여덟 가지 경계를 말하는데 이와 같이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바깥의 경계를 실제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믿음으로 경계를 집착하여 받아들이면서 생겨나는 마음작용이 모여 쌓인 번뇌덩어리를 수온(受蘊)이라 합니다. 받아들인 경계를 마음속에 떠올려 이미지를 취하여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모습을 그려나가는 마음작용이 모여 쌓인 번뇌덩어리를 상온(想蘊)이라고 합니다. 마음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모아 분석하고 처리하여 어떤 판단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에 해당하는 마음작용이 모여 쌓인 번뇌덩어리를 행온(行蘊)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을 마치고 ‘차별이 없는 평등한 부처님 마음자리’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 중생이 시비하고 분별하여 판단을 내리는 마음작용이 모여 쌓인 번뇌덩어리를 식온(識蘊)이라 합니다. 이 다섯 가지 내용물을 모아서 ‘오온’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오온’은 단순히 정리하면 색(色)인 중생의 몸과 수(受)·상(想)·행(行)·식(識)인 알음알이 마음작용을 말합니다. 이는 무시이래 망념으로 시작된 많은 인연이 모여 잠시 생겨나는 것일 뿐, 그 실체를 분석하면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대로 공(空)일 뿐입니다. 실체가 없는 이 번뇌덩어리에 중생들이 집착함으로 중생의 온갖 살림살이 고통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망념덩어리 오온에 대한 이런 집착은 부처님의 지혜를 공부하는 데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방해만 되므로 중생의 몸과 마음을 공부하는 분상에서는 마구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마구니 때문에 받는 중생의 고통은 참으로 많습니다. 그 가운데 추려서 이야기해 보자면, 번뇌덩어리 몸이 이 세상에 태어나 받게 되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이 있습니다. 사람이 좋아 붙어살고 싶은데도 억지로 떨어져 살아야만 하는 애별리고(愛別離苦)의 괴로움이 있습니다. 원한이 있어서 미워하는 마음이 일어나므로 멀리하여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어쩔 수 없이 만나서 보아야만 하는 원증회고(怨憎會苦)의 괴로움도 있습니다. 마음대로 갖고 싶은 데도 마음대로 구하여 가질 수가 없는 구불득고(求不得苦) 또한 우리를 괴롭게 합니다. 중생의 몸과 마음 때문에 이런 괴로움이 우리 삶에 가득 차 있는 것을 오음성고(五陰盛苦)라고 합니다. 

중생의 몸과 알음알이 마음작용은 무시이래 망념으로 인연이 모여 생겨난 것이므로 무상(無常)하여 그 실체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있는 것이라고 집착하여 여기에 얽매여 살게 되면, 오온 그 자체가 마구니가 되어 우리 삶에 온갖 괴로움이 그칠 날이 없을 것입니다.

[불교신문3449호/2018년12월15일자]

원순스님 송광사 인월암 삽화=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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