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리를 꼬옥, 물고 찬 울음에 갇혔다
한때 나도 꽃이었으니 저 견딤을 이제 안다
살얼음 깨치며 핀다, 이기고 돌아왔다

-이승은 시 ‘얼음 동백’에서


겨울의 계절 내내 얼음에 갇혀 살다보면 이곳이 하나의 이글루 같다. 동백 꽃봉오리가 하나의 얼음덩어리처럼 맺혀 있는 것을 시인은 본다. 그것을 “찬 울음에 갇혔다”라고 썼다. 그렇게 속울음을 울며, 입술을 꼬옥 깨물어 참으며, 한파의 낮밤을 견디며 동백의 꽃봉오리는 얼어붙은 땅에 산다. 

그리고 꽝꽝 언 얼음의 차갑고 딱딱한 껍질을 깨고 동백은 붉은 꽃을 피워낸다. 마치 이기고 돌아온 사람처럼. 동백은 차가운 벽을, 한기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이불 같은 봄을 편다.   

[불교신문3449호/2018년12월15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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