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보다는 내실…‘공부하는 분위기’ 변화 바람

제16교구본사 고운사 전경.

말사 부담으로 진행된
신도시 포교당 건립계획
전면수정 속도조절 나서

승가복지는 시대적 흐름
열악한 재정 극복해
착실히 노후복지 준비

조계종의 24개 지역교구 가운데 가장 어려운 교구, 혹은 가장 힘든 교구를 꼽으라면 단연 제16교구가 꼽힌다. 경북 안동시, 영주시, 의성군, 봉화군, 영양군을 관할로 하는 16교구는 의성 고운사를 중심으로 55개 사찰과 120여 스님들이 소속돼 있다. 교구 재정도 가장 적은 편이다. 이런 외형적 모습이 16교구 전체를 살필 척도로 삼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작은 교구에 맞게 승가공동체를 형성한 전통과 잘 다져진 내실이 있기 때문이다. 안동 봉정사와 영주 부석사는 세계문화유산 전통산사로 지정돼 있다.

최근 16교구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신호탄은 본사주지 자현스님의 취임이었다. 지금까지 산중총회에서 투표 없이 합의에 의해 본사주지를 선출해왔던 16교구는 이번엔 선거를 치렀다. 선거가 승단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가 많지만 변화를 바라는 교구대중의 갈망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로 바라볼 수 있다.

지난 10여년에 걸쳐 16교구는 건물 불사와 사회적 역할에 치중해왔다. 핵심은 지역내 역할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일이었고, 이에 맞춰 건축불사가 중점적으로 진행돼왔다. 교구본사 고운사는 물론 역할을 분담해야하는 소속 말사의 부담도 적지 않았다. 최근 교구와 본사 운영시스템의 근본적 변화가 진행되는 점도 이 부분이다. 억지로 진행하기보다는 재정적 능력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일단 교구대중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냈다. 이는 공동체로서의 본사와 말사의 관계 회복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기대감 또한 높다.

이미 진행 중인 경북도청이 새로 들어선 신도시에 포교당을 건립하는 불사부터 속도조절이 진행되고 있다. 40여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인데다가 지난 6월 이미 첫삽을 뜬 상황이기 때문에 16교구가 당면한 현안 가운데 가장 시급한 사업이다. 그럼에도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도청신도시 인구 유입이 급속도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포교당이 건립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과 본사와 말사에게 모두 과중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 등 때문이다.

제16교구본사 고운사는 새로운 본사주지 자현스님이 취임한 이후 교구 전체가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데 치중하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자현스님 취임 법회. 자현스님은 “수행자들이 마음 놓고 수행하고 포교에 임할 수 있도록 임기 안에 고운사 본말사 재적 스님들을 위한 노후복지의 초석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교구 덩치에 맞지 않을 만큼 많은 자체 사회복지시설과 위탁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점도 16교구의 그간의 활동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고운사 운영시설은 선재어린이집, 연꽃어린이집, 풍기어린이집, 영주시장애인보호작업장, 영주시중증장애인자립지원센터, 안동청소년문화센터, 고운실비노인요양원, 의성군노인복지관, 안동시장애인종합복지관, 영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등 10개의 시설에 이른다. 모두 본사 고운사가 운영하거나 운영지원사찰로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 말사들이 나누어 운영지원을 하고 있다. 형식은 교구본사에, 실질적 책임은 말사에 있는 셈이다. 실질적 운영지원을 하고 있는 말사들이 자율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도록 운영시스템에 변화를 모색 중이다. 특히 교구와 본사 재정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연 3억여원이 들어가는 안동청소년문화센터의 경우 운영 방향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교구가 그렇듯 16교구도 승가노후복지는 큰 숙제다. 승가복지는 유행이라기 보다는 시대적 흐름이다. 16교구의 승가노후복지는 아직 걸음마를 떼지 못했다. 적은 재정으로 지역내 활동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승가복지에 눈돌릴 겨를이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승가복지가 스님들이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 늦출수 없음을 절감하고 있다. 고운사 주지 자현스님은 본사주지를 맡기 전부터 승가복지의 밑그림을 그려왔다. 교구가 승가노후복지를 위한 기본 재정을 출자하고 출재가자들이 후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려기 위해 착실히 준비 중이다. 승가노후복지의 한 분야인 스님들의 다비장을 설치하기 위해 상설다비장을 운영하고 있는 다른 교구의 운영현황 파악도 나섰다.

농촌지역에 있는 교구가 겪고 있는 인구감소와 노령화를 체감하고 있다. 위기가 목전으로 다가왔다. 농촌 지역을 기반으로 한 16교구도 예외는 아니다. 16교구는 공부하는 분위기, ‘수행’과 ‘포교’의 본분사에 충실하는 것으로 길을 찾는 중이다. 고운사 고금당선원과 봉정사 천등선원, 각화사 태백선원, 부석사 정진선원, 축서사 무여선원과 화엄승가대학원 등이 교구 내에 있어 교구 전체가 선교가 어우러진 총림을 이루고 근일스님과 고우스님, 무여스님 등 종단의 큰어른이 교구내 주석하고 있다. 공부하는 분위기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최근 16교구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경선하지 않았던 본사주지 선거가 치러지면서 교구 전체가 요동쳤다. 여러 현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으나 첨예한 갈등구조가 노출돼 대중화합이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 열린 지역불교 활성화 위한 대중공사.
제18교구본사 고운사 주지 자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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