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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황금돼지띠 기해년, 불교와 돼지는?

기사승인 2018.12.31  07: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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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운' 상징…경전에는 영특하고 의리있는 동물

행운과 재복 상징하는 돼지
괴로움에 빠진 동물 구제하는
모습에서 아둔함의 대상까지

불교 경전과 설화에서 등장
균형잡힌 불교세계관 눈길

불기 2563년인 올해는 60갑자로 ‘기해(己亥)’년 즉 돼지띠의 해다. 갈수록 힘든 살림살이에 지쳐있는 국민들이 올해를 더 희망차게 반기는 건 60년 만에 다가온 ‘황금 돼지’ 해이기 때문이다. '기(己)'는 땅 즉 황금빛을 나타내는데 행운과 재복을 상징하는 돼지(亥)와 결합됐으니 사람들의 기대감은 어쩌면 당연하다. 돼지는 12지(支) 중 마지막인 12번째 동물로 시각으로는 오후9시에서 11시, 달로는 10월에 해당한다. 북서북 방향을 지킨다. 

돼지는 재물과 풍요 이외에도 다채로운 의미를 갖고 있다. 다산을 중요하게 여긴 고대 이집트인은 짧은 임신기간에 10여 마리의 새끼를 한 번에 낳는 돼지를 ‘위대한 어머니’라 불렀다. 이와 반대로 이슬람교 유대교에선 돼지를 불결한 동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슬람인들은 돼지를 더러운 동물로 치부해 먹는 것은 물론 입에 올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한다. 

불교경전에서는 돼지를 똑똑한 동물로 묘사하기도 했으며 미련하거나 어리석음을 표현하는 대상으로도 활용했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불교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비록 돼지는 코끼리 사자 원숭이 개 등 불교 경전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에 비해 빈도는 현격히 낮지만 중요한 교훈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돼지가 등장하는 경전은 <본생담> <중아함경> <범망경> <대승열반경> 등이다.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본생담>에서는 돼지가 의리 있고 영특하며 지략이 있음을 밝히는 구절이 나온다.

어느 날 숲속에 파놓은 함정에 빠진 돼지를 한 목수가 구해 집에서 길렀다. 돼지는 영특해 구해준 목수를 위해 여러 가지로 도왔다. 목재를 옮길 때 이빨을 이용해 굴리기도 했으며, 도끼 대패 망치 등 도구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목수는 돼지를 숲속으로 돌려보냈다. 돼지를 계속 키울 경우 야생성이 없어져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힐 것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목수의 품을 떠난 돼지는 숲속을 헤매다 한 동물 무리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매일 포악한 호랑이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중이었다. 비록 겁이 났지만 지략이 뛰어난 돼지는 동물들을 모아 훈련을 시킨다. 결국 호랑이는 돼지가 파 놓은 함정에 빠지게 된다. 돼지의 영민함으로 동물들의 괴로움을 해결시키는 대목이다.

반면 <중아함경>엔 500명의 부하를 거느렸지만 아둔한 돼지왕 이야기가 눈에 띈다. 어느 돼지왕은 500 마리의 부하 돼지를 데리고 세상을 향해 가던 중 한 마리의 호랑이를 만나게 된다. “길을 비키라”는 호랑이의 외침에 겁을 먹는 돼지왕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만일 호랑이와 싸우게 되면 반드시 나는 죽을 것이고, 살기 위해 길을 비키면 부하 돼지들이 나를 업신여겨 볼 것인데 어떡하지.” 

고민 끝에 돼지왕은 “대대로 이어오는 갑옷을 입고 싸워야 한다”며 대답한 뒤 자신들이 배설한 똥 무더기에 들어가 이리저리 뒹군다. 온 몸에 똥칠을 한 돼지는 그제야 싸우자는 식으로 목소리를 높이지만 고약한 냄새를 참지 못했던 호랑이는 결국 더러워서 자리를 피한다는 이야기다. 위기를 모면한 돼지의 임기응변이 돋보이긴 하지만, 맑은 수행자들이 세속 물욕과 같은 더러움에 찌든 이들과 다투지 말라는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이밖에도 <대승열반경>이나 <범망경>에는 지켜야 될 오계 중 불살생계와 관련해 돼지 등 동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나와 있다. 

돼지는 예로부터 행운과 복을 상징했다. 특히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 해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새해를 맞이하는 국민들의 기대감은 남다르다. 사진은 경주 불국사 극락전 현판 뒤에 있는 황금돼지 조각상 모습.

아무래도 대중들에겐 친숙한 돼지의 이미지는 ‘저팔계’로 잘 알려진 <서유기> 속 캐릭터다. 7세기 당나라 황제의 명을 받은 현장스님이 인도 천축국으로 불경을 구하러 가는 과정을 각색한 소설인 <서유기>는 윤회사상 인과응보 등 불교적 색채가 가미돼 있다. 이미 국내에서 드라마 예능 만화로 많이 제작돼 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등 소설 속 등장인물은 친숙하다. 다만 저팔계가 원래 하늘을 지키던 천봉장군이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천계에서 10만 제군을 이끌었지만 술에 취해 선녀를 희롱한 죄로 하늘에서 쫓겨났다. 돼지의 몸을 바뀌게 되는 벌도 받는다. 다행히 관세음보살에게 “천축국으로 가는 스님을 잘 모시면 성불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능히 깨달으라는 가르침으로 저오능(猪悟能)이란 법명도 받으며 개과천선의 기회를 얻는다. 그렇게 삼장법사를 만난 저오능은 돈 여자 재물 등을 멀리하고 8계를 지키란 의미로 ‘저팔계’로 불린다. 이후 삼장법사를 도와 경전을 구해 당나라로 돌아온 저팔계는 그 공덕으로 불교 성자 반열에 오르며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 

경전과 소설 이외에 실제 사찰에서도 돼지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지난 2007년 발견된 경주 불국사 극락전 현판 뒤 ‘황금 돼지 조각’이다. 날카로운 어금니와 누런 털까지 세밀하게 조형돼 있다. 불국사 극락전이 임진왜란 시 소실됐다 18세기 중엽 중창 불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 돼지는 약 250년 간 현판에 가려져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셈이다. 용 봉황 등을 조각해 놓은 일반 사찰들과 달리 돼지를 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불국사에선 이를 알리기 위해 극락전 앞 황금돼지를 본 뜬 동상이 제작했는데 관광객들 사이에 알려지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황금돼지 동상을 만지며 행운을 발원한 덕분에 등의 털 부분은 사라질 정도라고 한다. 오늘도 돼지는 사람들에게 행운의 상징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한국불교 역사 속 기해년 무슨 일 있었나>

1899년 - 조선불교 지키고자 한 ‘원흥사’ 창건
‘숭유억불’의 조선왕조가 스님들의 도성출입금지를 해제한 후 왕실서 세운 첫 사찰인 원흥사(元興寺)가 1899년 창건됐다. 정부에서 건립한 국립사찰의 성격을 지닌 원흥사는 현재 서울 창신초등학교 터에 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원흥사 창건은 근대 한국불교가 태동한 역사의 순간이자 일제에 맞서 조선불교를 수호하고자 했던 뜻을 담고 있다. 전국 사찰을 관리하는 대법산(大法山)으로 근대적 종단의 형태를 지니기도 했다. 그러나 1912년 조선불교교양종 종무원이 만들어진 뒤, 각황사가 중앙포교당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위상이 하락한 원흥사는 1916년에 문을 닫게 된다.
한편 원흥사 창건연대는 1899년 이외에 1902년, 1906년이라는 기록도 전해진다. 

1659년 또 다시 시작된 불교박해
1659년, 아버지 효종이 죽자 조선의 왕으로 즉위한 현종(顯宗)은 불교박해 정책을 잇달아 펼친다. 양민의 출가를 금하고 스님들의 환속을 명했다. 비구니 사찰 ‘자수원’과 ‘인수원’이 철폐되기도 했다. 원찰(願刹)에 봉안된 역대 임금의 위패가 땅에 묻히는 등 혹독한 불교탄압이 이어졌다. 임진왜란(1592~1598) 당시 호국불교의 정신으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던 승병(僧兵)들 덕분에 불교의 위상이 어느 정도 회복됐었지만 불과 60여년 만에 또 다시 폐불(廢佛)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후 탄압받은 조선불교는 자리를 잃게 되는 처지가 돼 버린다. 
한편 현종의 불교 탄압에 맞서 부당함을 지적하며 상소(上疏)를 낸 백공처능(白谷處能)스님의 호법 활동이 최근 학술 세미나를 통해 조명되기도 했다. 

879년 선 불교 중심지 ‘봉암사’ 창건
한국 선(禪) 불교의 중심지이자 ‘한국불교 정체성을 회복하고 수행자 본연의 모습을 되찾자’는 결사의 원이 담겨있는 문경 봉암사가 879년 신라 지증대사의 의해 창건됐다. 후삼국시대의 전란과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소실돼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쳤지만, 선 수행 중심 도량으로 의미가 크다. 특히 1982년 조계종의 특별수도원으로 지정되면서 일반인의 접근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7월엔 봉암사 앞에 전통수행법인 참선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릴 ‘세계명상마을’ 건립 기공식이 열리며 선불교를 체험할 수 있는 도량이 오는 2021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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