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도절의 의미와 전국 주요 행사

오는 13일은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이 되신 성도절(成道節)이다. 전국 사찰에서 많은 스님들과 불자들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굳은 마음을 일으켜 수행 정진하며 성도절의 의미를 되새긴다. 사진은 지난해 조계종 부산연합회가 봉행한 성도절 기념 승보공양대법회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철야정진, 승보공양, 자비행…
부처님 깨달음 찬탄하며
나와 남이 둘이 아님 되새겨야

“아! 번뇌는 모두 사라졌다. 번뇌의 흐름도 사라졌다. 이제 더 이상 태어남의 길을 밟지 않으리니, 이것을 번뇌의 마지막이라 말하리라.” <숫타니파타>에 부처님 깨달음의 순간을 표현한 대목이다. 인간 싯다르타는 나이 35세 되던 해 깨달음을 얻고 마침내 부처님이 됐다. 보리수 아래 선정에 든 지 7일, 새벽별이 반짝이던 음력 12월8일이었다. 이후 부처님께서는 45년간 인도 전역을 돌며 모든 생명이 평등한 존재라는 가르침과 연기법을 설파하시며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오는 13일은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이 되신 성도절(成道節)이다. 불교에서 성도절은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8일), 출가절(음력 2월8일), 열반절(음력 2월15일)과 함께 4대 명절로 기념하며 부처님을 찬탄한다. 전국 사찰에서 많은 스님들과 불자들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굳은 마음을 일으켜 수행 정진하며 성도절의 의미를 되새긴다. 참선과 철야정진 등 수행 프로그램과 더불어 음악회나 예술제, 공연 등 문화행사를 더한 성도절 기념행사를 열며 불자들과 일반인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곳도 많다.

부처님 깨달음의 핵심은 ‘모든 존재는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연기(緣起)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반드시 그것이 생겨날 원인(因)과 조건(緣)에서 생겨나고 그물망처럼 인연 지어져 있는 공동체적인 운명의 가지고 있으니 나와 남은 둘이 아닌,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가르침이다. 따라서 부처님 깨달음은 단순히 개인의 행복을 위한 깨달음이 아니라 일체중생의 행복이고, 그대로 일체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선언이다. 부처님께서 무명(無明)에서 벗어나 정각(正覺)을 이룬 것처럼 불자들도 깨달음을 통해 참 나를 찾고 부처님을 닮기 위한 발원을 다시 세우고 부처님과 같이 살고자 노력하는 것, 자신의 행복만이 아닌 이웃과 사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성도절이 갖는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이같은 성도절의 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전국 사찰에서는 다양한 성도절 기념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 많은 사찰들은 성도절 전야부터 철야정진에 돌입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발원을 다시 세우는 시간을 갖는다. 서울 조계사는 12일 오후9시부터 경내 대웅전에서 성도절 철야정진 기도를, 13일 성도절 법회를 봉행한다. 서울 봉은사도 지난해 12월22일부터 12일까지 경내 법왕루에서 21일간 깨달음과 참회의 108배 성도절 특별기도를 진행 중이며, 12일 오후9시부터 13일 오전4시까지 철야정진을 갖는다. 또 성도절인 13일 오전11시 성도절 특별일요법회를 봉행한다. 서울 길상사는 성도절 전야인 12일부터 13일 오전4시까지 경내 극락전에서 철야정진 기도를 봉행한다. 철야정진은 <천수경>, <화엄경>, <한글금강경> 독송과 108배 참회로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 화계사는 12일부터 13일 오전3시30분까지 경내 시민선원에서 철야정진을 봉행하며, 서울 상도선원도 12일 오후9시30분부터 철야정진을 봉행한다.

의왕 청계사는 지난 6일 성도절 정진 입재식을 갖고 오는 13일까지 정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며, 12일 오후9시부터는 철야정진을 봉행한다. 강화 전등사는 12일 오후8시30분부터 13일 오전4시까지 경내 무설전에서 성도절 철야정진을 봉행한다. 철야정진은 전등사 조실 세연스님의 법문을 시작으로 108 참회와 <금강경> 독송 등으로 진행된다. 인천 수미정사는 ‘붓다로 살아가기’를 주제로 7일간 용맹정진에 나선다. 지난 6일 입재해 7일 동안 부처님의 생애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12일 오후9시부터 13일 오후5시까지 천수경 독송과 요가, 참선, 탑돌이 등으로 진행되는 철야정진 법회를 봉행한다. 파주 보광사도 12일 오후9시부터 경내 설법전에서 성도절 철야정진을 봉행한다.

팔공총림 동화사는 오는 13일 오후2시 대구시민체육관에서 대구불교사원연합회와 합동으로 성도절 가사공양대법회를 봉행하며, 영축총림 통도사와 금정총림 범어사도 12일부터 13일까지 철야정진 법회를 봉행한다. 제8교구본사 직지사는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1주일간 성도절 기도 정진을 진행 중이며, 12일 오후7시부터 13일 오전3시까지 철야기도를 봉행한다. 제11교구본사 불국사는 12일 오후7시 불국사문화회관에서 성도절 기념 대법회를 봉행한다. 제19교구본사 화엄사는 오는 12일 오후10시30분부터 성도절 철야 3000배 기도 정진을 봉행하며, 전북불교계는 12일 오후7시부터 13일 오전5시까지 전북불교회관에서 참선과 나를 깨치는 108배, <금강경> 독송 등으로 진행되는 성도절 철야정진 기도를 봉행한다. 완주 송광사는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성도절 정진 주간 동안 경내 지장전에서 매일 오전 10시 <금강경> 독송 정진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북혁신도시 수현사는 오는 13일 오전11시 동국대 명예교수 법산스님 초청법회를 봉행한다.

성도절을 맞아 공양의 의미를 되새기는 법석도 마련된다. 조계종 부산연합회(회장 심산스님)는 오는 13일 오후1시30분 벡스코 제2전시관에서 ‘무명을 밝히는 공양의 빛’을 주제로 제8회 성도절 기념 승보공양대법회를 봉행한다. 법회는 부처님께 올리는 육법공양과 스님들을 위한 승보공양, 재가 불자들을 위한 법공양 등으로 삼보공양으로 봉행되며, 지난 1년 동안 불자들이 마련한 공양물을 스님 108명에게 올릴 예정이다. 조계종 부산연합회장 심산스님은 “부처님의 깨달음의 의미를 되새기며, 수행하는 스님들께 거룩한 공양을 올리며 승가와 재가가 함께 발심과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대덕스님들께 불자들이 여법한 공양을 올리는 승보공양대법회 갖고자 하니 거룩하고 아름다운 법석에 수희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흥겨운 공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성도절 행사도 눈에 띈다. 대전비구니청림회는 성도절을 맞아 오는 13일 오후 2시 청림회문화회관에서 제33회 성도절 문화예술제를 개최한다. 문화예술제에서는 법주사 주지 정도스님의 법문과 종립학교인 보문중·고 학생과 파라미타 회원 15명에게 장학금을 전달식이 진행되며, 청림회합창단과 숨결무용단, 이은용의 섹소폰 연주 등 성도절을 축하하는 다채로운 문화공연도 펼쳐진다. 대전비구니청림회장 일권스님은 “싯다르타 태자가 불타 세존으로 새롭게 태어나신 성도절을 맞아 교훈과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성대하게 문화예술제를 준비했다”며 “많은 분들이 수희동참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신심을 증장시키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전비구니청림회 성도절 문화예술제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 역사로 보는 성도절 변천사

1928년 각황사(현 조계사)서
소년소녀 가극 공연…
최근엔 소외이웃 위한
 자비나눔 축제로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룬 날인 성도절은 불교 4대 명절 가운데 하나다. 부처님께서 보리수나무 아래서 선정에 든 이후 7일 만에 정각을 성취해 부처님이 되신 것을 기념해 많은 사찰과 불자들도 수행 정진하며 성도절을 기린다.

성도절 날짜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등 남방불교 국가에서는 베삭(Veskha)의 보름(대개 5월 초)으로 성도절을 정하고 있다. 성도절이 음력 12월8일로 자리 잡은 것은 중국 송(宋)나라 때부터다. 당시 음력 12월8일을 기념해 성도절 법회를 행한 기록이 전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 풍습을 따르고 있다. 성도절에는 제방 선원에서 철야 용맹 정진을 하며 수행하는 전통이 내려오고 있다. 6년 고행 끝에 큰 깨달음을 성취해 마침내 진정한 부처님으로 태어난 날, 불제자로서 부처님 같이 늘 깨어있는 삶을 살자는 다짐이다.

이같은 전통은 현재까지 이어져 많은 사찰에서 성도절 기간 동안 참선 정진하거나 3000배나 염불 등을 하며 부처님 깨달음을 찬탄하며 수행하고 재발심하는 계기로 삼기도 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성도절을 기념하는 철야기도와 함께 문화공연과 연등행렬 등 다양한 봉축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성도절을 맞아 1926년 울산불교포교당에서 소년소녀단의 가극(歌劇)이 행해졌으며, 가극에 이어 연등행렬이 진행되기도 했다. 또 1928년 각황사(현재 조계사)에서 불교 소년소녀의 가극(歌劇)이 행해졌으며, 1930년에는 음악과 가극, 동요를 공연하기도 했다. 1939년에는 음악회가 성대하게 열리기도 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성도절은 불제자로서 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해 수행 정진하는 날을 넘어 이웃의 아픔을 함께 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날로 의미가 확산됐다. 성도절 의미에 맞게 깨달음을 위한 수행 정진은 기본이고 지역 사회 소외이웃을 위한 다양한 나눔 행사를 열고 있다. 많은 사찰들이 지역 독거노인 등 소외 이웃을 초청해 무료 공양을 올리거나 다문화가정,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나눔 행사도 펼치고 있다. 또 성도절 법회나 수행에 동참하며 십시일반으로 자비나눔 기금을 조성하는 등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며 성도절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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