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급증으로 ‘먹방 프로그램’ 홍수
세계적 인기 끌어 영어 표기까지 나와
비만 유발 정부규제 나섰다 혼나기도
욕심 버리고 적게 먹는 불교법이 해결책

한국 인사에는 식사와 관련된 내용이 많다. 만나며 ‘식사 하셨어요?’라거나, 헤어지며 ‘다음에 만나서 식사 한 번 같이 해요’라는 말을 거의 습관처럼 한다. 가장 가까운 사이를 뜻하는 ‘식구’는 함께 밥을 먹는 사이라는 뜻이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밥을 함께 먹지 않으면 식구라고 할 수 없다. 먹는 것에 관해서는 특히 인심이 후해서 어르신들은 손주가 오면 배불러 그만 먹는다 해도 밥 한 숟갈 더 얹어주어야 안심한다. 

음식을 먹는 것은 큰 즐거움이기도 하다. 음식을 함께 먹으며 사업을 의논하면 계약 성사율이 높다는 통계가 있다. 이를 오찬효과(Luncheon effect)라 하는데 실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섭취하는 포도당, 단백질 등 영양소의 자극으로 상대에 대한 호감이 생기고 긍정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효과다. 먹는 것이 사람 사이에 중요한 덕목이라 그런지 방송에도 관련 프로그램이 끊인 적이 없다. 

최근에는 오직 먹는 데만 집중하는 ‘먹방’이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먹방은 먹는다는 ‘먹’과 방송의 ‘방’이 합쳐진 신조어로 영어 표기까지 나올 정도로 국제적 인기다. ‘Mukbang’으로 표기한다. 1인 가정이 증가하면서 외로움은 더 커지고 혼자 먹을 때 먹방을 틀어놓고 보다 보니, 시청자가 급격히 늘어 먹방은 공중파와 유튜브를 포함해 수백여개의 프로그램이 나왔다. 먹방이 인기를 끌다 보니 부작용과 논란도 커졌다. 특히 늦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경우가 많아 비만이나 대사증후군, 역류성 식도염의 발생이 우려된다고 의사들은 이야기한다. 실제로 2016년 통계를 보면 국내 비만률이 34.8%인데, 2020년이 넘어가면 10명 중 4명은 비만이 되어 심각한 비만 국가가 된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8년 7월, 정부가 ‘국가 비만 관리 종합 대책’을 내놓으면서 ‘먹방’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규제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 중에 “폭식 조장 미디어와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모니터링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그것이다. 논란이 뜨거워지자 보건복지부는 “규제는 할 수 없으며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먹방 콘텐츠의 기준을 정립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그러면 불교는 먹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할까? 사찰에서 스님들은 발우공양을 한다. 발우공양에 깃든 정신은 차별 없이 먹는 평등공양, 남기지 않는 절약공양, 공덕이 되는 복덕공양이다. 발우공양을 하며 읊는 오관게(五觀偈)는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삼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라는 뜻을 담고 있다. 욕심을 버리고, 몸을 유지하는 약으로 삼으며 중생에 이익 되는 수행을 위해 먹는다는 뜻이다. 인간과 축생은 궤를 달리한다. 인간은 하루에 세번 정도 먹고 축생은 자주 먹는다. 자연에서 살자면 먹을 것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그렇겠지만, 참새는 새끼를 가졌을 때 하루에 600번 이상 음식을 나른다고 한다. 염소는 하루 종일 풀을 뜯어먹으며, 연못의 물고기들은 유유자적하며 산책 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먹이를 던져주면 우르르 달려드는 모양새가 적잖이 굶어 보인다. 유유자적이 아니라 먹을 것을 찾으러 다녔던 것이다. 늘 먹을 것만 생각하는데 다른 삶으로의 변화가 있을 것인가? 쾌락의 추구로 먹는 데만 집착하면 인간이 아니라 축생의 삶에 더 가까워진다. 

좋아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오래되면 업으로 남는다. 축생업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과하게 먹는 것을 멈춰야 한다. 먹방 논란은 발우공양 정신인 욕심은 버리고 적게 먹으며, 늘 감사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것에 해답이 있다. 

[불교신문3456호/2019년1월16일자] 

묘장스님 논설위원·더프라미스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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