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행자로 의문 놓치 말고 자기 학문 결부해야”

지난 1월8일 서울 용산구에 자리한 한국불교학회 사무실에 만난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과 교수.

불법을 전하는 사명감 가져야
비교문화 성과주의 극복 필요
주관적인 자세로 인생 살아야
한국불교학 세계학회서 주목

겨울추위가 매서운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이촌로에 자리한 한국불교학회 사무실에서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과 교수를 만났다. 한국불교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철 교수가 겨울방학을 맞아 연구와 집필을 하는 공간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에 관심이 컸던 김성철 교수는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후 불교학자의 길에 들어선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예전에 비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인문학은 ‘변방’으로 여겨지는 현실이다. 

하지만 김성철 교수는 “다른 인문학과 달리 삶과 죽음을 추구하는 학문이 불교학이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면서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불교학에 대한 관심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공의 경우 대학원을 지원하는 학생들이 줄고 있지만 불교학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했다.

현대 사회가 금력(金力)과 물질을 우선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모든 학문이 돈을 쫒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인문학을 해야 창의력이 나온다. 스티브잡스도 인문학을 해서 돈을 벌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하지만 불교학은 보다 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면서 삶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 김성철 교수의 진단이다. “불교학자들은 학문적으로 교학을 연구하고 문헌을 탐구해야 하지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합니다.”

김성철 교수는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나야 하는 불교의 본질은 절대 사라질 수 없는 것”이라면서 “현대 사회가 겉으로는 물질적 풍요 때문에 살기 좋아졌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와 불교학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비교문화’와 ‘성과주의’가 현대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진단했다. 

“나와 남을 비교하는 문화는 우리나라가 제일 심합니다. 공공성을 유지해야 하는 경찰이나 우체국도 성과주의를 도입한 상황입니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비교문화와 성과주의 때문에 사람들은 열등감을 갖게 되는 것이죠.” 비교문화가 확산되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고, 사회도 더욱 어려워 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철 교수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주체적 삶을 살기 위한 치유 방안이 불교와 불교학에 있다고 확신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운전자의 삶’을 제시했다. 자동차를 볼 때 크거나 작다는 비교를 하면 우월감이나 열등감이 생기지만 핸들을 잡고 직접 운전할 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방식도 운전대를 잡았을 때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주관적인 삶을 살 때 우월감도 열등감도 없어집니다. 그게 바로 조고각하(脚下照顧)입니다. 오직 살뿐입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스님들의 삶이기 때문에 ‘누더기 옷’을 입어도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게 되는 겁니다.”

불교학자들이 지녀야 할 자세에 대해 김성철 교수는 “탄허스님께서 ‘종지(宗旨)가 없는 불교학은 죽은 학문’이라고 하셨다”면서 “불교신행자로서 삶과 죽음에 대한 의문을 절대 놓치지 말고, 자기 학문과 항시 결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처님 가르침이 실제 무엇인지 알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신행과 불교, 즉 종교와 학문이 일치될 때 불교학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신앙이 아닌 상태에서 불교학을 하면 불교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불교학 ‘수준’에 대해선 예전에 비해 발전했다고 진단했다. 김성철 교수는 “일본 학자들도 한국불교학의 발전을 경이롭다고 평가할 정도”라면서 “세계 학회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문헌학적 토대를 중시하는 일본불교학을 경시하는 것은 아니다. 기초위에 보다 큰 틀의 연구로 인간의 삶이나 사회와 접목된 불교학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철 교수는 스님과 불자들이 불교학자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자연과학이나 의학, 공학과 달리 불교학은 조금만 지원해도 큰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학자들이 신심을 갖고 연구에 전념하고, 그 결과를 불교와 사회에 회향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