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웃고 무엇을 기뻐하랴.

생각은 항상 불타고 있나니

너희들은 어둠 속에 덮여 있구나.

어찌하여 등불을 찾지 않는가. 

- <법구비유경> 중에서

미움도 얼른 풀어져버리라고/ 진눈깨비 유난히 많은 겨울이다/ 송곳처럼 얼어붙은 마음도 풀려버리라고/ 추운 날 삼일에 햇볕 따뜻한 날은 사일이었다/ 그리움도 사랑의 흔적이었다고/ 강물은 풀려 멀던 봄이 넘실거릴 테다.

누군가를 미워할 수 있어 고마운 적이 있어야 비로소 우리는 사랑을 했다 할 것이다. 미움도 없고 그리움도 없는 이에게 무슨 사랑을 논하랴. 미운정 고운정이 든 세월만큼 가슴 찢어지도록 아픈 밤을 지샐 수 있는 법이니 그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가.

세속의 정을 떼고 출가한 사람이야 정에 얽매인 그 괴로움이란 것도 벗어나지만 세속에 사는 이들이야 어디 그러하던가. 부모와 자식간의 정에 얽히고설켜 그립고 안타깝거니와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져 원망하며 미워하는 일도 다반사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 괴로움을 고마움으로 바꿔 살아가는 이는 드물었다. 미워할 수 있어 고맙고, 원망하거나 그리워할 수 있어서 일생의 가장 소중한 인연이었다고 여기는 이는 드물었다. 모르는 이들에겐 봄이 얼마나 멀리 있는 것인가.  

[불교신문3458호/2019년1월23일자]

도정스님 시인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