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구로병원 자원봉사자 연명순 씨

지난 18일 서울 인근서 만난 고려대 구로병원 자원봉사자 연명순 씨. 병원 법당 청소부터 법회 준비, 장애인을 위한 반찬 봉사까지 한 손으로 거침없이 해내는 그녀다.

 

2008년 사고로 손과 발 잃었지만
불교호스피스 활동으로 위안 얻어

법당지기 자처하며 법회 준비부터 
연꽃 만들기까지 법당 봉사 8년

‘지난 과거는 생각하지 말 것’ ‘가진 것에 감사할 것’ 고려대 구로병원 법당에서 2010년부터 8년 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연명순(63) 씨가 매일 스스로에게 되새기는 다짐들이다. 병원전법단 ‘자비회’ 소속인 연명순 씨는 매주 화요일 구로병원을 찾아 ‘법당지기’를 자처한다. 법당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제일 먼저 나가 반갑게 맞이하고 따뜻한 차 한잔부터 내주는 것이 그녀 일이다. 절하는 사람을 위해 좌복을 꺼내고 때로는 바쁜 스님 대신 병마와 싸우며 심신이 지친 이들의 마음을 듣고 진심과 공감으로 위로한다. ‘법당지기’를 자처하는 그 어떤 봉사자보다 연 씨가 조금 더 특별한 건, “아픈 사람 심정은 아파본 사람이 제일 잘 안다”는 그녀 과거 때문이다.

“조금 불편해 보이죠? 지금 이쪽이 내 손하고 내 발이 아니거든요”라며 왼쪽 손으로 오른쪽 의수와 의족(인공 팔다리)을 가리키던 연 씨가 어렵게 10년 전 일을 꺼냈다. 한 가정의 평범한 아내, 어머니로 살던 그녀는 어느 날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가족의 힘, 긍정의 힘으로 어떻게든 시련을 이겨내 보자 했지만 그것도 잠시, 약물 부작용까지 더해지면서 “손과 다리를 잘라내야 살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기나’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하며 원망과 자책만 반복했죠. 처음부터 없었던 것도 아니고, 멀쩡한 몸으로 살다 어느 날 한쪽 팔과 다리를 못 쓴다 생각하니, 울기도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눈물이 마를 새 없이 절망에 빠져 지내던 어느 날, 병실을 찾은 불교호스피스 봉사자들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불교계 신문, ‘법공양’ 홍보지, 연꽃을 나눠주며 환자들 손을 잡고 미소로 답하는 봉사자 모습을 보며 문득 “살면서 나는 누군가를 위해 저렇게 웃어본 본 적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휠체어를 밀고 법당으로 향했지만 멋쩍어 매번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주 돌아나오던 일이 반복되던 때, 법당 지도법사를 맡고 있는 대치노인복지센터장 지현스님이 그녀를 조용히 이끌었다.

“많이 힘드시죠? 가족들은 이 모습도 기다릴 겁니다” “엉엉, 소리 내 울어도 됩니다” 재촉하는 것 요구하는 것 하나없이 그녀를 토닥이던 스님 말에 “스님, 저 같은 사람도 봉사를 할 수 있을까요?”라고 용기 내 물었다. 거동이 불편한 그녀가 할 수 있었던 것 연꽃등을 만드는 일, 한 손으로 풀질하고 꽃잎을 잇자니 모양이 잘 나오지 않았다. 방향이 틀어지고 괜히 방해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또 다시 원망과 자책이 들었지만, 스님과 봉사자들은 “그 어느 꽃보다 예쁘다”며 용기를 줬다. 그 소리에 기운 내 법당에 더 열심히 나갔다. 재활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연 씨는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쩌면 이 모습 이대로 괜찮은 사람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처음엔 지팡이를 짚고 그 다음엔 휠체어를 타고 이제는 한 쪽 발로 혼자 걸어 법당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연 씨는 법당지기 외에도 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반찬 만들기 봉사도 한다. 그녀를 법당으로 이끈 지현스님은 “뇌경색으로 쓰러진 분과 그 가족을 위해 직접 반찬을 만들어 나르기도 한다”며 “한 손으로 찻잔을 닦고 법당 바닥을 걸레질 하는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 생각했지만 더 뿌듯한 건 법당 찾는 이들 대부분이 연명순 보살을 찾을 때”라고 했다. “유방암 수술로 잃어버린 한 쪽 가슴, 약물 부작용으로 잘라내야 했던 팔과 다리, 그 시련을 이겨내고도 밝은 미소로 반갑게 맞이하는 연명순 씨를 보면 아무리 몸이 아픈 환자라도 웃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절망의 바다에 빠진 나를 길어 올린 것은 불교”라고 연 씨는 말한다. 지금도 힘들 때마다 ‘모든 것은 변한다(제행무상) 변하는 모든 것은 실체가 없다(제법무아)’는 말을 늘 떠올리며 <법화경> 사경을 한다는 그녀가 봉사 활동을 하며 매일 소망하는 것은 “나 같은 사람도 일어섰으니 당신은 더 잘 살아낼 수 있다는 용기, 희망을 갖길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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