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목기 대 잇는 고려공예 김인규 김용오 부자(父子)

‘갈이틀’이라는 발틀기계를 이용해 전통방식으로 발우 등 목기를 제작하며 그 비법을 3대째 잇고 있는 김인규(오른쪽, 2대장인)·김용오(왼쪽, 3대장인)씨가 공방에 함께 섰다.

지리산에서 전통목기술 배워
한국전쟁 때 대전으로 옮겨
전통방식인 ‘갈이틀’ 이용해
목기보급 제작해 전국 앞장

대한민국 목기제작 기능인
대전무형문화재 목기장 지정
“옻칠유골함 생활공예품 등
목공예품 다양하게 활용”

목기는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사용한 최초의 도구중 하나로 석재나 금속으로 대표되는 시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 이는 나무가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잇는 재료이며 부드럽고 가벼워 어떤 형태로든 자유롭게 제작이 가능한 장점 때문이다.

목기제작의 마지막 단계로는 옻나무 수액인 옻을 정제 및 가공한 후 목기의 표면에 칠하게 된다. 옻은 견고하고 단단한 막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특유의 은은한 색감과 우아한 광택을 가진 친환경 도료로서 방부, 방수, 방충, 내약품성 등의 우수한 물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목기는 전해오는 유물과 기록을 통해 계승돼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물 제481호인 ‘해남윤씨가전고화첩’에는 ‘선차도’라는 그림이 전하는데 여기에는 2인 1조로 ‘갈이틀’(족답기, 발로 돌리는 물레)을 사용하여 목기를 제작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찰에서도 발우를 비롯해 전통목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이러한 목기를 선대로부터 대를 이어 계승하고 있는 장인이 있다. 대전광역시 대덕구 덕암로에 자리한 고려공예는 김인규 김용오 부자(父子)가 3대에 걸쳐 전통목기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설을 보름여 앞둔 지난 21일 전통목기를 제작하고 있는 그 현장을 찾았다.

3대째 전통목기 제작의 가업을 잇고 있는 고려공예가 자리하고 있는 곳은 대전광역시 대덕구의 경부고속도로에 인접한 허름한 가건물이다. 2008년에 공방이 큰 화재를 입어 모든 것을 잃을 뻔 했지만 전통목기 제작의 전통기술은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소중한 장소다.

전통목기 제작비법은 고려공예 공동대표인 김인규 장인(82, 대전무형문화재 제24호 목기장, 대한민국 전통목기제작 기능계승인/대통령07-07호)에 계승되고 있으며 그의 아들인 김용오(57, 고려공예 공동대표)장인에게 전해지고 있다.

전통목기술을 이용해 고려공예 장인이 제작한 사찰에서 수행자들이 사용하는 발우.

전통목기 제작기술은 100% 수작업 제작기술인 ‘갈이틀’(족답기, 발틀기계)에 의한 전통가공방식으로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전통목기 제작기술은 김인규 장인의 부친인 1대 고(故) 김갑진 선생(1900∼1950)에서부터 이어졌다. 목재가 풍부했던 지리산 실상사 인근에 살았던 김갑진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수탈해간 유기 등 금속그릇을 대체하기 위한 목기제작에 참여하면서 전통목기 제작기술을 연마했다. 그 기술은 그의 아들인 김인규 장인(匠人)에게 이어졌다.

“부친께서는 일제시대 때 지리산에서 여러 명의 목기제작자들과 함께 실상사를 본거지로 남원, 운봉 등지에서 발우를 비롯한 전통목기를 제작했어요. 당시에는 일제강점기여서 일본인들에게 많은 고초를 당해 일찍 운명하는 불운을 겪었어요.”(김인규 장인 회고)

전통을 잇는다는 것은 부단한 어려움이 따랐고 그에 따른 노력도 필요했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김용오 장인는 상표권을 도용당해 큰 고초를 겪었다. “저희 고려공예 업체명을 도용해 엄청난 이익을 보려는 이들이 기승을 부렸어요. 이들과 법적분쟁을 하는데 힘을 소진하기도 했어요. 결국 바로잡긴 했지만 상처뿐인 영광만 남았죠. 그래도 선대로부터 이어온 전통목기의 가업을 오롯이 잇고자 하는 장인정신은 지키고 있습니다.”

요즘도 사찰에서 사용하는 전통발우는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아도 명성을 아는 스님들과 불자들이 꾸준히 주문을 해 오고 있다. 또한 고려공예가 개발한 옻칠의 유골함과 반려동물 유골함도 인기가 많다. 김용오 장인은 “선대로부터 계승한 기술을 어렵지만 지켜나갈 것이며 앞으로 문화재 목기 재현에도 노력할 것”이라며 “전통목기 기술을 지역민과 함께 공유하기 위한 시설을 건립해 현대인들에게 전통생활 목공예품으로 활용하는데도 힘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전통목기술을 이용해 고려공예가 제작해 보급중인 전통제기.
전통목기술을 이용해 고려공예가 제작해 장례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옻칠유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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