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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요 인도네시아…폐허 위에 피어난 한국불교 자비”

기사승인 2019.01.29  10: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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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28일 규모 7.5의 강진과 뒤이은 쓰나미로 수 천 명이 숨진 참사가 벌어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팔루 지역 해안가. 여전히 물에 잠겨있는 사원.

아름다운동행, 지진·쓰나미 피해 지원현장 동행 취재 

조계종이 국경과 종교를 초월해 재난으로 얼룩진 인도네시아 피해 주민 돕기에 나섰다. 공익법인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 자공스님을 단장으로 한 조계종 대표단은 지난해 9월28일 규모 7.5의 강진과 쓰나미로 수 천 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인도네시아의 재건을 돕기 위해 지난 1월26일 자카르타로 향했다. 본지도 3박5일 간의 아름다운동행의 지원 활동 현장을 함께했다.

규모 7.5 지진과 쓰나미 상흔이 가시지 않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팔루지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는 스님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오전3시15분 비행기에 오른 조계종 대표단이 술라웨시 섬 팔루 지역에 도착한 시간은 현지시간으로 1월28일 오전7시. 현지음식으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 곧장 인도네시아 적십자 베이스캠프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현재 정부 공식 모금창구 역할을 하고 있고, 아름다운동행은 이 기관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복구를 돕는다는 계획이다. 

출근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차량과 오토바이 행렬을 바라보며 지진으로 인한 상처도 극복한 듯 보였다. 그러나 얼마못가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목적지를 향해 가던 도중, 공터에 끝없이 펼쳐진 대규모 임시 텐트장이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갔다. 이런 곳이 팔루 전역 곳곳에 있다는 아름다운동행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진다. 그제야 큰 트라우마 속에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고 있는 현지 실상이 가슴에 와 닿았다.

쓰나미로 초토화된 해안가 마을엔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당시 지진 영향으로 지하수가 올라와 지표면이 물러지는 지반 액상화 현상으로 땅에 삼켜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발라로아.
인도네시아 적십자는 지진으로 터전을 잃은 이재민을 위해 임시 거주지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름다운동행은 적십자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임시 주거지 지원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지진과 쓰나미가 할퀴고 지나간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시간은 그날에 멈춰선 듯 보였다. 아름답던 해안가는 쓰나미 재해로 사람이 살지 않는 폐허로 변해 버렸고, 지진으로 수 천 명이 한꺼번에 진흙 속에 묻혀버린 발라루아 마을에는 쓰레기와 건축 잔해가 뒤섞여 어지럽게 나뒹굴고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피해가 발생한 직후엔 죽은 사람들과 쓰레기 더미로 도시 전체가 몸살을 앓았다. 다행히 한국불교를 비롯한 전 세계 각국의 지원 손길로 긴급 구호물품이 지원되고, 터전을 잃은 주민들에겐 임시 대피소가 마련되는 등 서서히 생기를 되찾아가고 있었지만 완벽하게 복구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적십자 베이스 캠프에 마련된 피해 현황.
피해 지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적십자 구조 활동가 한나 씨.

이날 오전9시께 적십자 캠프에 도착한 조계종 대표단은 적십자 활동가들로부터 현재까지의 정확한 피해상황과 구체적인 활동 내용 등을 청취했다. 이곳 단체 집계에 따르면 사망자가 2087명, 실종자는 1084명에 다다랐다. 집을 잃은 이재민 숫자만 20만6494명을 육박하고, 이 중 2202가구가 노천에서 임시 텐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곳에 가장 필요한 것도 바로 기본적인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보금자리다. 이날 조계종 대표단을 위해 전반적인 안내를 담당한 한나 구수마스투띠 적십자 구조 활동가도 “1차적인 긴급 구호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이제 중장기적으로 도시 복구에 집중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구호 물품보단, 주민들을 위한 임시 거주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공익법인 아름다운동행도 이러한 현지 상황을 적극 고려해 전국 불자들로부터 십시일반 모금한 미화 20만불(우리나라 돈 약 2억2000만원)을 29일 오후 적십자를 통해 보금자리 마련 사업에 지정기탁 한다. 이 돈으로 곧 임시 거주지 200가구가 마련될 예정이다.

이재민 할아버지를 위로하는 상임이사 자공스님.

약 한 시간 동안 적십자 캠프를 꼼꼼히 살펴본 조계종 대표단은 지진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시기(sigi) 마을로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포장과 비포장도로가 뒤섞인 구불구불한 도로를 부지런히 달렸다. 피해 마을에 가까워질수록 여기저기 균열이 생겼거나 건물 구실을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입은 가옥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스님들과 적십자 관계자 등은 이곳에서 이재민들을 만나 잠시나마 위로의 시간을 가졌다. 주민들은 낯선 이방인을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적십자 도움으로 임시 가옥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 살림(60) 할아버지는 선뜻 스님들에게 내부를 공개하고 “지진으로 집은 무너졌지만 그래도 임시 거처가 생겨 행복하다”는 말을 전했다.

산 사람들은 희망을 꿈꾸고 있었다. 형체도 없이 사라진 마을을 찾아가던 도중, 길가에서 만난 학생들도 스님과 취재진들에게 두 손을 힘차게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이날 모든 일정을 마친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 자공스님은 임시 주거지가 완성될 즈음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을 약속했다. 자공스님은 “이 더운 날씨에 텐트생활을 하고 있는 주민들을 보니 늦은 감은 있지만 잘 왔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불자들도 여전히 이곳 주민들의 어려움을 함께 공감하고 있다. 용기 잃지 말고 생활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총무원 사회국장 해청스님은 “한국불교와 우리 종단이 앞으로 (국외에서)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오히려 더 많은 금액을 모아오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작지만 아름다운동행을 통해 임시 가옥이 완성되면 그곳에서 용기를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해인사 일요법회 현장.

한편 조계종 대표단 스님들은 먼 이국땅에서도 부처님 가르침을 거울삼아 불심을 키우고 있는 현지 교민들과의 만남의 시간도 가졌다.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 자공스님과 총무원 사회부 사회국장 해청스님 등은 지난 1월27일 오전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자카르타 해인사를 방문해 일요법회를 함께했다.

여느 해외 한국사찰들의 시작이 그렇듯, 여법한 도량이 마련되기 전까진 가정법회를 열어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했다. 벌써 30여 년 전 이야기다.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에서 어려움도 숱하게 많았지만 이곳 불자들은 법등을 꺼트리지 않았다. 3~4번을 이사를 다닌 끝에 2008년 9월 지금의 법당도 갖췄다. 외관상으론 일반 건물과 다른 점이 없어 보이지만,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여느 한국사찰 못지않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비록 현재 사찰에 상주하는 스님이 없지만, 신도들은 두터운 불심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초청 법사 스님들로부터 지원받은 법회 책자와 법문 CD 등을 통해 스스로 법회를 보고 법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날 이곳을 찾은 상임이사 자공스님도 신도들의 노력과 정성을 높이 칭찬했다. 약 한 시간 동안 신도들과 함께 정성스런 기도를 마치고 마이크를 잡은 자공스님은 “이렇게 번듯한 법당을 갖추고 매주 법회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외국 나와 생활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데 (스님으로써)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에서 지원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현지 불자들의 도움 덕분”이라며 “세계 각처에 한국 신도들이 있어 이런 활동도 가능하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종단의 대사회적 활동도 신도들에게 상세히 소개했다. 자공스님은 “불자들의 작은 정성들이 모여 멀리 아프리카에 농업기술대학이라는 번듯한 학교도 지었다”며 “부처님 가르침을 되새기며 기부하는 것이 곧 포교이고 큰 공덕 짓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해인사 신도회장 제경종 씨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자공스님.

이날 법당에 모인 30여 명의 신도들도 마치 깨달음을 얻은 듯 스님 법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 해인사 신도회장 제경종(68) 씨는 “종단에서 좋은 일을 한다는데 어떤 방법으로든 나서서 돕고 싶었다”며 “앞으로 해인사 이름으로 아름다운동행의 활동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포교법당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줄 것도 한목소리로 요청했다. 양지훈(60) 씨는 “종단에선 인도네시아에 절이 있는지도 모를 것 같다. 이슬람 국가에서 불교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며 “부처님오신날이나 큰 불교 행사 때 조계종 스님들을 모셔와 초청법회를 갖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스님이 계시지 않다 보니 제대로 된 불교공부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미소를 잃지 않는 학생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팔루=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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