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은 2019년 1월1일 아니라
입춘인 오는 2월4일부터 시작돼
달을 기준으로 曆法 사용하면서
양력 24절기도 추가,‘태음태양력’
양력 24절기 첫번째가 바로 입춘

매년 12월31일이 되면, 제야의 종과 함께 매스컴에서는 새로운 해가 밝았다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곤 한다. 작년에도 어김없이 그랬고, 일부에서는 기해년(己亥年)이 밝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라면, 양력설을 기준으로 띠가 바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띠는 으레 음력설에 바뀐다고 알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그런데 놀랍게도 띠는 음력설이 아닌 입춘에 바뀐다. 또 입춘은 음력이 아닌 양력이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달력은 달을 중심으로 하는 음력이다. 해서 명칭부터 ‘달’력이고, 우리는 (이번 ‘달’이 몇 ‘월’이냐?)라고 칭하며, 각 달의 명칭도 1‘월’·2‘월’…처럼 모두가 달이라는 표현이 들어간다. 달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풍요를 기원하는 농사문화와 관련되며, 달은 보름 주기로 찼다 기울었다 하기 때문에 달력이 없어도 날짜를 요량하기에 용이했다. 그러나 달은 한 달을 요량하기는 좋지만, 춘하추동의 계절을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계절은 달보다는 태양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해서 우리는 음력 속에 태양과 관련된 양력의 24절기를 추가한다. 이를 태음태양력이라고 한다. 즉 우리는 그냥 음력이 아니라, 태음태양력을 사용했던 것이다.

24절기는 양력이므로 양력을 사용하는 오늘날의 달력에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24절기의 첫 번째가 바로 입춘이며 날짜는 매년 2월 4일이다. 입춘은 봄이 확립되는 절기로 농경사회에서는 대단히 중요하다. 때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봄이 바로 서니 크게 길하고, 양기가 굳건하니 경사스러움이 가득하다’는 입춘첩(立春帖)을 대문에 붙이며, 한 해의 풍요를 기원했다.

그런데 왜 띠는 입춘에 바뀌는 것일까? 과거에는 왕조에 따라서 한 해를 시작하는 설날이 달랐다. <주역(주나라의 점서)>이나 춘추전국 시대로 우리에게 익숙한 주(周)나라는 동지가 설날이었다. 그리고 중국의 전설적 왕조인 하(夏)나라는 입춘이 설이었다. 즉 고대에는 새해와 관련된 여러 가지 기준이 존재했던 셈이다. 문헌이 다소 불충분하기는 하지만, 맹자는 동지설을 주장했고 공자는 입춘설을 지지했다. 또 <주역>은 주나라의 책이므로 당연히 동지를 기준으로 하는 모양새다. 입춘에 띠가 바뀌는 것은 하나라와 공자의 관점이 반영된 결과라는 말이다. 동지도 24절기에 속하기 때문에 동지 역시 입춘과 같은 양력이다. 고대의 한 해 시작은 동지든 입춘이든 간에 모두 양력이었던 셈이다. 동지가 설이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동지를 작은 설이라고 하며 팥죽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면 입춘에는 설날과 관련된 세시 풍속이 없는 것일 까? 당연히 있다. 입춘 풍속에는 ‘아홉차리’와 ‘오신채 먹기’가 있다. 아홉차리는 좋은 행동을 9번 반복한다는 것으로, 숫자 ‘9’는 양을 나타내는 숫자이므로 이는 양기를 북돋아 준다는 의미다. 또 오신채는 매운 음식이니 이 역시 양기를 끌어 올린다는 뜻이다. 전체적으로 건양다경과 같은 의미라고나 할까?!

입춘 풍속 중에는 불교와 관련된 삼재풀이도 있다. 입춘이 새해의 시작이니, 이때 안 좋은 삼재를 막아서 해결해야 된다는 의미다. 삼재를 무속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삼재는 인도의 우주론과 관련된 풍습이어서 기원을 따져 들어가면 불교와도 관련 있다. 불교 역시 입춘설에 숟가락을 얹는 모양새인 셈이다.

[불교신문3461호/2019년2월2일자] 
 

자현스님 논설위원·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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