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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드라마 SKY캐슬 신드룸 -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

기사승인 2019.02.01  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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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너 없으면 죽어, 네 인생 절대 포기 못해!”

가족간 과도한 밀착관계
심리학상 ‘혼동된 경계선’
‘사회 불공정성’ ‘역할 혼미’…
열등·우월감 색안경 벗어야

드라마 SKY캐슬이 화제다. 급등한 시청률 만큼이나 드라마가 던진 담론의 폭발력도 대단하다. 시대적 화두가 된 드라마의 메시지를 정리하면 세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사회의 불공정성 문제이다. 드라마에는 부와 권력의 합법적 분배역할을 담보하는 교육의 사회적 기능이 파괴되는 모습이 다수 등장한다. 

불공평하고 올바르지 않은 성질을 뜻하는 불공정성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고 불평등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불공정의 카르텔은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하늘의 성’ 주민들에 의해 ‘입시코디네이터를 활용한 학종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교육선발 단계에서부터 자행된다. 상위 0.01%에 해당한다는 대형병원의 원장도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학연 지연을 동원하고, 0.1%에 해당하는 과장도 더 좋은 자리를 놓고 다투면서 온갖 편법을 자행하는 모습하며, 교육현장에서 시험지를 빼내고 심지어 경쟁자를 제거하는 모습 등이 너무 낯설지 않아 오히려 당혹스럽다. TV뉴스에서 이런 사례를 너무 자주 본 탓이 아닌지.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기 위해 “일단 이겨야지! 무수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지!”라고 외치는 극중 법대 교수 차민혁의 대사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 중 하나인 공정성이 훼손되면 선의의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해지고 이는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시켜 미래세대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게 된다는 사실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두 번째는 부모 자녀간의 모호한 경계선, 즉 밀착 관계 문제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가족들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끔찍이도 아끼고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과도한 관심을 구조적 가족치료에서는 ‘혼동된 경계선’이라 부르고 가족의 밀착된 관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설명한다. 경계선에 혼동이 오면, 밀착된 가족의 일에 과도하게 관여하려하고,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지지하는 등 극도의 혼란스러운 상태가 지속된다. 혼돈된 경계선을 가진 가족은 서로 너무 많이 타협하고 그 혼돈을 그대로 받아들여 내면화한다. 그리고 아동과 부모 양측은 모두 자립된 자율성과 실험성이 상실된다. 그들은 어떤 감정이 자기의 것이고 어느 것이 타인의 것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잠시 집 나가려다 돌아오게 된 아이에게 “엄마는 너 없으면 죽어”라고 말하며 함께 잠을 청하는 모습, 아갈머리를 찢겠다며 자녀에 대한 과도한 방어벽을 펼치고 “근데 엄만 네 인생 절대 포기 못 해”라며 투사된 자기 욕구를 드러내는 장면들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경계가 불분명한 밀착형 캐릭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세 번째는 청소년기의 발달과업 즉 ‘역할 혼미’의 문제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1318 혹은 대학생 시절까지로 지칭되는 청소년기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에릭슨은 청소년의 발달과정에서 중요한 세 가지를 성의 발달, 또래 집단에서의 소속감, 그리고 자신의 도덕적 가치를 형성하는 것으로 보았다. 부모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아동기를 넘어 나와 부모는 다르다는 차이를 알게 되면서 청소년기 자녀들은 부모에게 반발하기 시작한다. 

사회적 불공정성과 탐욕과 집착의 말로를 여실하게 보여준 드라마 SKY캐슬. 버릴 수도 내려놓을 수도 없는 욕심의 사슬을 어떻게 끊을까 생각하게 해준다. 사진제공=JTBC

차세리가 “내가 왜 실패작이야? 아빠야말로 실패한 인생이야!”라고 하고, 강예빈이 “그렇게 가고 싶으면 할머니가 가시지 그랬어요”라고 시니컬하게 말하는 모습 등은 자기중심성이 강화된 청소년기에 역할 혼미를 경험하는 반사회적 캐릭터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상 세가지로 정리된, 공공에게 적용 가능한 공안으로서의 문제들은 견고한 ‘틀’로 고정되어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늪처럼 숨통을 조이는 특성을 보인다. 붓다는 이런 문제적 상황을 <연소경>에서 ‘불타고 있는 인생’이라고 진단하고, “사람들의 눈은 불타고 있다. 그 대상을 향하여 타오르고 있다. 사람들의 귀는 불타고 있다. 사람들의 코도 불타고 있다. 혀도 불타고 있다. 신체도 불타고 있다. 마음도 역시 불타고 있다. 모든 것이 그 대상을 향해 화염에 휩싸여 맹렬히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라고 부연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어서 그 원인이 “탐욕(貪欲)의 불길, 진에(瞋?)의 불길, 우치(愚痴)의 불길” 즉 탐·진·치 삼독(三毒)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더불어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지은 ‘공업(共業)의 내면화’도 집단무의식을 통해 문제를 악화시킨 원인의 하나로 보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문제의 사슬에서 풀려날 수 있을까. 물들어 덫에 걸린 이 마음을 어떻게 정화해야 하는가. 

영국의 사회심리학자인 피터 콜릿은 자신이 꽂혀 있는 심리적 습관과 언어습관, 행동습관 그리고 사회적 습관 등을 ‘텔(tells)’이라고 부르고 ‘텔’을 관찰하다 보면 자신과 가족 그리고 사회에 대해 눈을 뜨고 그동안 놓치고 지나쳤던 수많은 ‘텔’들을 이해함으로써 진심으로 통하는 지름길을 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치 ‘삼업청정’의 현대적 활용 같다.

선사들은 물든 마음을 ‘무(無)’자 방망이로 두드려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진일보(進一步)’하라고 말한다. 

먼저 공정함은 자기 탐욕과 집단적 이기심을 함께 내려놓으면 확보된다. 자기 키 높이의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고 손을 놓으면 벼랑 끝에 떨어져 죽는다고 오해하고 있는 눈 뜬 봉사의 손을 놓게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끼고 있는 비교를 통한 분별심, 그리고 열등감과 우월감의 색안경을 벗어 던져야 비로소 가능하다. 

백은선사는 ‘척수음성(隻手音聲)’ 즉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를 들어보라고 했다. ‘나’와 ‘너’그리고 ‘우리’까지 사라진 상호 ‘즉’하는 그 자리에서 들리는 본래 성품의 소리가 들리는 그 지점이 바로 ‘진일보’의 현장이다. 

아내와 아들을 잃고서야 자기 내면의 눈을 뜬 드라마 속 박수창은 이렇게 조언한다. “단순하게 생각해. 심플한 게 답이야. 아픈 사람은 치료해야 되고 억울한 사람은 없어야 되고(...).” 

다음으로 모호한 경계선은 명확한 경계선으로 바꾸면 된다. 가족들이 서로 지지하고, 서로 돌보고 상호간에 자율성을 존중하면 바로 확보된다. 

황치영은 위기에 빠진 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건 인생의 고비야. 아빠랑 엄마랑 같이 넘자.” 그리고 역할 혼란은 자아정체성 확립을 통해 극복된다. 자아정체성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주체적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성격, 가치관, 능력 등을 명확하게 이해하면 확보된다.

청소년 황우주는 자신의 정체에 대한 관심을 이렇게 드러낸다. “생각할 틈도 없이 책상에만 앉아 있었는데, 공부만 잘 하면 인생이 저절로 풀리는 줄 알았는데. 내가 누군지, 내가 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아. 한 번뿐인 인생인데, 세탁기에 넣은 빨래처럼 휘둘리며 살 수는 없잖아.” 

결국 SKY캐슬이 던진 화두는 자아정체성을 확보한 개인이 가족들과 명확한 경계선을 확보하고 공정한 사회 속에서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당장 확보하라는 것이다. 바로 지금 이곳에서 ‘진일보’하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너도 영영 나오지 못할 지옥 불에서 살아보라’는 김주영 코디 같은 관계 파괴범들에 의해 자신의 마음을 탈취 당하고, ‘하늘의 성’ 진입에 목매는 불붙은 아귀 인생을 살게 될 테니 말이다.  

[불교신문3462호/2019년2월6일자] 

선업스님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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