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지도자 포럼 강연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이 2월14일 열린 종단 지도자 포럼에서 '승려복지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교구본사 내 모든 스님에게 의료·주거비 등을 지원하며 승려복지제도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제19교구본사 주지 덕문스님이 지난 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2019 종단 지도자 포럼’에서 “신도들 시주에만 의존하는 승보공양 차원으로 접근하면 승려복지는 실패하고 만다”며 “반드시 승가공동체가 함께 재원을 만들고 같이 운영해나간다는 기본 원칙을 가지고 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승려복지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수행과 전법의 승가공동체를 위하여’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덕문스님은 승려복지 실현의 시작과 끝 모두 ‘공동체’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덕문스님은 “조계종 스님으로 위의를 갖추고 정진해나갈 수 있는 승가공동체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출가에서 열반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고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행과 전법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되면 자연스레 승가공동체가 회복되고 이를 통해 국민과 신도들에게 신뢰를 얻고 위의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에 대한 대중 요구가 날마다 높아지는 현 시점에서 ‘각자 알아서 사세요’라는 승가복지로는 수행자 생계 뿐 아니라 종단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 출가자 수 감소 및 고령화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

스님은 승려복지 시행 사찰, 이웃종교 복지 제도와 천주교·개신교·원불교 등 성직자 복지 현황 등을 비교한 자료를 제시하며 구체적 사례를 소개했다. 스님에 따르면 화엄사의 경우 담당 국장 스님을 파견, 입원부터 퇴원까지 모든 수속 절차를 돕고 의료비 및 입원비 등 전액을 지원한다. 예방 차원에서 매년 10여 명 스님에게 ‘승가케어’를 통한 정밀건강검진을 진행하고 만월당, 천은사 등 산내 암자를 지정해 주지 소임을 거친 스님들 노후를 위한 주거지를 마련하는 한편 세납 65세 이상 등의 조건을 갖춘 스님에게 수행연금 50만원과 노후복지연금 50만원을 별도로 지원한다. 

이웃종교의 경우 사제평의회 공제회로부터 매월 110만원 연금을 지원받는 천주교 성직자, 2년 주기로 건강검진을 시행해 병을 예방하는 원불교 복지제도 사례도 있다. 덕문스님은 “시골 사찰인 화엄사도 CMS를 도입해 1년 1억원 복지 예산 마련을 계획하고 있다”며 “결국 승려복지 제도 핵심은 승가공동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종단이 존재하는 이유는 스님들의 삶의 기본 조건을 안정화해 수행과 전법의 길을 당당하게 걸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며 제36대 집행부가 공약으로 승려복지에 무게를 둔 만큼 행정적 지원을 뒷받침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한 실행 방안으로 △종단 승려복지회와 교구 승려복지회 네트워크 강화(전담 스님 배치, 교구 내 특별분담사찰 제도 도입 등) △법제화된 고정적 재원 마련 필요(보시금 받는 소임자 스님에게 각출 등) △복지 수혜자부담 원칙 시행 △승보공양 후원 확대 △초고령화에 대비한 종합지원시스템 마련(전수 조사 자료 공유 등)을 제안했다.

승려복지 제도 시행 8년, “폐가 될까 미안해서 병을 숨기는 스님은 없어야 하지 않겠냐”는 덕문스님은 “이제부터라도 우리 스님들 스스로의 문제로 인식하고 능동적 관심을 기울이고 종단 차원에서, 교구본사에서 모두가 함께 나서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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