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말, 이간질, 현혹, 거짓말 등
신구의 삼업 중 말로 짓는 죄 커
口業 정화 대표적 진언으로 삼아
정치지도자 막말 두고 볼 수 없어
‘뱉어내지’않고 ‘말씀’하길 염원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천수경의 산스크리트어 진언이다.

구업(口業), 입으로 지은 업을 깨끗하게 하는 진언이다. 불자들은 옳지 않은 말을 했다고 여기면 습관적으로 이 진언을 외며 참회한다.

요즈음 뱉은 말을 주어 담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이들이 많다. 신(身), 구(口), 의(意) 즉 몸으로, 입으로, 생각으로 짓는 업을 삼업(三業)이라 하는데 천수경은 그 중에 첫째로 구업을 들고 있다. 구업은 악담 또는 나쁜 말을 하는 악구(惡口), 남을 이간질 시키거나 이중적이 말을 하는 양설(兩說), 비단결처럼 교묘하게 꾸며서 현혹시키는 말을 하는 기어(綺語), 거짓말을 하는 망어(妄語)이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구업을 정화하는 것을 대표적 진언(眞言)으로 삼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러한 네 가지 구업에서 자유로운 지도자를 만나는 것이 당연해야하는데 그 반대로 이루기 힘든 국민의 소망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종교의 경전이 소리 또는 말씀으로 이어져 오다가 후세에 기록으로 정리되는데 불교에서도 소리는 신의 음성 즉 ‘Voca’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소리나 말은 그만큼 소중한데 요즈음은 말을 한다기보다는 말을 뱉어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뱉다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입 밖으로 세차게 내보내다, 거칠게 막하다, 도로 내놓다 등이다. 

장애인 행사에서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야당으로부터 “독한 입과 가벼운 생각 그리고 옹졸한 사리판단”이라는 비난을 받은 여당 대표. “50, 60대들 한국에서 할 일 없다고 산에나 가고 소셜미디어(SNS)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라. 인도로 가라”는 청와대 경제보좌관, 경제정책의 책임있는 공직자가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고 이제는 뒤로 물러났지만 노후 불안에 허덕이는 5060세대와 산업사회의 부작용과 정체적 경제 상황 그리고 정치 이념적 갈등으로 일자리도 없이 사회에 내몰리는 2030세대들을 싸잡아 헬조선의 취업절벽에서 벗어나 아세안, 인도로 가라는 망발을 내뱉었다. 이들 모두 말씀을 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말을 침 뱉듯이 뱉어 버린데 연유한다. 그토록 험악한 말을 내뱉었으면 천번 만번 진언을 외며 참회해도 그 업을 갚기 힘들 터이니 당사자도 애처롭고, 말 같지 않은 막말을 내뱉는 지도자를 둔 우리 국민들 삶도 힘겹다. 

지난해 청년 체감실업률은 통계 작성 이래 최악으로 23%에 달한다고 한다. 국책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는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면서 국가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SOC, R&D사업 등에 대해 경제성을 검토하는 제도인데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24조 1000억 원 규모의 국책사업을 경제성 검토 없이 추진하고 5년간 175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경제정책과 국가발전에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를 우선하겠다는 것이다.

동북아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국내정치에만 몰입되어 정치나 이념논쟁에 시간을 허비하다보면 이 나라의 앞날은 무엇으로 담보할 것인가. 나라에 대한 걱정과 어려운 경제 상황보다 국민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망언이다. 

이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지도자나 공직자들은 말씀을 해야지 말을 뱉어내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불교신문3465호/2019년2월23일자]

하복동 논설위원·동국대 석좌교수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