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과 우리 사회의 각종 현안 및 갈등을 원효성사의 화쟁에 입각해 해결을 모색하는 조계종 화쟁위원회 제5기 위원회가 출발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지난 20일 5기 위원 23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많은 역할을 당부했다. 

화쟁위원회 위원들은 임기 2년 동안 종단 안팎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23명의 위원들 면면은 제5기 화쟁위원회에 많은 기대를 걸기에 충분하다. 지난 8년간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화쟁위원회를 반석에 올려놓은 도법스님을 비롯하여, 새 위원장을 맡은 전 고운사 주지 호성스님, 승려 교육 혁신을 주도했던 법인스님, 사찰의 지역사회 활동 모범을 만든 금강스님, 경율론 삼장에 걸쳐 해박하고 깊은 지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불법(佛法)의 가르침을 전한 원철스님, 서울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아름다운 도량을 가꾼 계호스님 등 많은 스님과 언론 학계 출판 여성 시민사회 노동 의료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은 제5기 화쟁위원회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2010년 설립한 화쟁위원회는 갈등 해결의 좋은 선례를 남겼다. 봉은사 직영화로 종단이 시끄러울 때 대화를 통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고 4대강 사업을 놓고 국론이 분열되자 여야 정치인과 전문가를 한 자리에 모아 대화한 것은 화쟁위원회가 왜 필요한지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다. 그 이전까지 우리 종단과 사회가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주된 방법은 ‘폭력’이었다.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더 심화시키는 최악의 해결 수단, 폭력에 익숙했던 우리사회는 한 자리에 모여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화쟁위원회의 문제해결법에 감동했다. 

화쟁위원회의 활동은 한국불교와 종단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다. 사회 문제에 나서는 불교를 의아스럽게 바라보던 사회 각 단체와 정치권은 위원회의 진정성과 적극적 태도와 문제 해결 의지에 감동하여 이후 화쟁위원회를 믿고 의지하기에 이르렀다. 사회 약자, 갈등의 피해자들은 불교를 찾아 억울함을 호소하고 해결을 당부했다. 종단 권위도 상승했다. 이처럼 화쟁위원회는 불교가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며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잘 보여준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종단 일부는 화쟁위원회를 탐탁치 않게 여기거나 중요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는 탈속(脫俗)을 선(善)으로 여기는 은둔적 불교관 때문이다. 부처님께서는 평생 사람들과 함께 하며 사람의 문제를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셨다. 화쟁위원회는 ‘문제의 현장’을 찾아 해답을 찾고 제시했던 부처님의 길을 따르는 한국불교 제자들의 수행 방식이다. 

제5기 위원들은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 종단과 사회에서 헤아릴 수 없이 크고 넓은 공덕을 쌓았다. 그간의 경험과 지혜는 우리 사회를 한층 밝고 희망차게 만드는데 쓰일 것이다. 화쟁위원회 5기를 종도들이 적극 지지·후원해주기를 당부하며 23명의 위원들도 “우리 사회에 산적한 갈등과 불협화음을 조정·해결하는데 힘쓰며 불교와 종단 발전을 위해 협력해달라”던 총무원장 원행스님의 당부처럼 쉼 없는 정진을 기대한다. 

[불교신문3466호/2019년2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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