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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절로 우리절] <15> 광주 선덕사

기사승인 2019.03.14  09: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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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마다 바리스타로 변신하는 주지 스님

선덕사 1층에 마련된 카페 ‘씨앗이 바람을 만나서’와 대안도서관 ‘틔움’은 이웃 주민들에게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일요일 바리스타로 변신한 원묵스님은 신도들에게 커피를 직접 내려준다.

광주 선덕사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전법도량이자 실상사 포교당이기도 하다. 광주지역서 어린이포교와 사회활동을 활발히 했던 행법스님이 창건했고 2011년부터 인드라망생명공동체와 실상사가 운영을 맡았다. 주지 원묵스님을 지난 10일 선덕사에서 만났다.

이날 신덕사에서는 일요법회와 함께 행복명상수업이 한창이었다. 행복수업 협동조합이 7일부터 10일까지 선덕사에서 진행한 행복명상 수업에는 신도들 외에 명상에 관심 있는 지역민들이 30여 명이 함께 했다. 인드라망 전법도량답게 선덕사에서는 광주전남인드라망,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등 지역 불교단체는 물론 사회단체 활동이 자주 열린다.

원묵스님은 “선덕사는 도시형 사찰이라 사람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이 의미가 있다면 그 의미를 현대인에게 맞게 제공하는 게 우리 역할”이라며 “도심포교당이다보니 대상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신도교육과 함께 인권강좌 인문학 강좌 등 문화프로그램을 준비해 신도들과 지역주민들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신도교육은 기본교육 프로그램인 ‘걸음마불교학당’와 전문교육기관인 무등불교대학, 경전교육과 수행에 집중한 금요기도회가 3월말 개강을 앞두고 있다. 오는 24일 개강해 매주 이욜일 오후2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는 걸음마불교학당는 3개월 과정으로 초심자를 위한 과정이다. 걸음마불교학당은 두 개의 성격으로 진행되는데, 불교사용설명서와 사찰사용설명서를 배운다고 하겠다. 불교사용설명서는 불교가 무엇인지 부처님 생애는 어땠는지는 물론 명상이나 수행법 지도로 부처님가르침을 바탕으로 어떻게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할 지를 고민하는 시간이다. 사찰사용설명서는 신행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는 실용수업이다. 사찰문화나 불교의례를 현대인 관점에 맞게 설명해준다. 주지 스님이 직접 강의하는 걸음마불교학당은 초심자는 물론 이웃종교인들도 참여한다고 한다. 누구나 고민인 삶과 죽음의 문제는 물론 불교기본 교리를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4월1일 개강예정인 무등불교대학은 1년 과정으로 매주 월요일 오후7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전문교육과정이다. 부처님 생애부터 초기불교, 대승불교, 불교문화사, 불교윤리와 의례, 인드라망 세계관을 배울 수 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스님과 주지 원묵스님, 김영봉 무등불교대학 학감, 우동필, 조배균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강사로 참여해 체계적으로 불교를 지도한다.

금요기도회는 봄가을로 각각 100일간 진행된다. 오후7시부터 2시간 동안 저녁기도를 하는데 오는 29일부터는 한글 천수경을 함께 독송한다.

선덕사 일요법회에서는 재가불자가 집전한다.

불교의 사회역할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몇해 전에는 광주광역시가 인권친화도시를 표방하고 관련사업을 진행하면서 구별로 인권친화마을을 조성했다. 동구에서는 광주인드라망이 밤실마을 인권문화사업을 진행했다.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인권캠프와 함께 세월호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1000일 순례를 진행했다. 1달에 한번 2시간가량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마을순례를 3년간 했다. 또 주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생활물품을 지원해주는 일은 꾸준히 하며 사회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찰을 추구하는 선덕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이 ‘씨앗이 바람을 만나’ ‘틔움’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1층 카페와 대안도서관이다. 이곳은 원래 유치원이 있던 자리로 폐원 후 신도와 지역주민을 위해 개방했다. 대안도서관 ‘틔움’은 언제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한 사람당 2권씩 7일간 책을 빌릴 수 있고, 연장도 가능하다. 봉사자가 없을 땐 이용대장에 대출도서 목록을 기록하면 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선덕사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공간은 만화방이다. 당초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초창기에 유아동 도서기증을 많이 받았다. 철지난 것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만화책 위주로 서가를 채었다. 만화방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읽을 수 있는 책들이 많다. 최근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유명 웹툰 단행본들이 꽂혀 있어, 누구나 쉽게 펼쳐볼 수 있다. 덕분에 지난해 광주광역시 동구 최우수 운영 도서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만화그리기 강좌도 열었다. 10여 명이 수강했는데, 어린이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웹툰이 대중화되고, 텔레비전에서도 웹툰 작가들을 쉽게 보는 시대가 되면서 만화 강좌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던 아이들이 집중해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학부모들 반응도 좋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들을 위한 커피강좌와 동화구연 강좌를 개설했다. 특히 바리스타교육은 선덕사 대표수업이기도 하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직접 취득한 주지 스님이 직접 교육하는 커피교실은 인기가 좋다. 또 도서관에서는 전문강사를 초빙해 동화구연 수업도 했다. 특히 동화구연 강좌는 수강생 전원이 동화구연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올해부터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겠다는 원력을 세웠다고 한다.

다양한 문화강좌를 여는 것에 대해 원묵스님은 “선덕사는 송광사 말사지만 내용적으로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도량”이라며 “어떤 가치로 선덕사를 운영할 것인가를 논의했을 때 내린 결론이 ‘우리 동네, 우리절’로 마을과 함께 가는 사찰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부처님 가르침을 제대로 전하는 것은 기본이고, 마을사람들이 절에 오면 좋고, 좋은 이웃으로 사찰이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마을이 있어야 절이 있고, 절이 있음으로 해서 마을이 빛난다면, 마을 사람들도 쉽게 절을 오고가고, 자연스럽게 신행활동을 할 수 있다.

선덕사가 1층에 도서관과 만화방, 카페를 연 이유이기도 하다. ‘자 여러분 어서 절에 오세요’가 아닌 절에 온다는 개념 없이 마을 자산으로 공간을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1층은 사찰이 아닌 문화공간의 느낌이 강하다. 원묵스님은 “카페를 오든 도서관을 오든 모두 선덕사에 온 귀한 손님들로, 이 공간과 인연을 맺다보면 결국 불교와 인드라망에 대해 관심가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안도서관 ‘틔움’ 입구.

"포교사가 사찰 중심...멘토역할"

주지 원묵스님

선덕사 주지 원묵스님

주지 소임 7년차를 맞은 원묵스님은 사찰의 주인은 스님 혼자가 아니라 신도, 봉사자들이라며 신도가 사찰의 중심이 되는 사찰을 만들고자 한다. 지금처럼 출가자가 계속 줄어들다보면 교구본사 정도를 제외하고 대다수 사찰은 스님 혼자 주석하는 곳이 많을 것이다. 결국 재가불자들 역할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스님은 신도들을 포교사로 만들어, 재가불자 지도자로서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지금도 선덕사에서는 3명의 포교사가 신행지도와 대외활동 등 역할을 나눠 활동해 왔다. 올해는 7명이 포교사고시에 응시했는데, 품수를 받으면 각각 신도들의 멘토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원묵스님은 “포교사-책임포교사-선임포교사-수석포교사-포교장 등 단계를 둬서 포교사들에게 순차적으로 역할을 부여할 것”이라며 “포교사들은 불법을 전하겠다는 원력을 세운 사람들로 신도지도자로서 충분히 활동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찰 관리는 신도들이 하고 출가수행자인 스님은 불교의례와 상담 등을 맡는다면 스님들도 수행과 전법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선덕사는 조계사 지역법회처럼 마을마다 모임을 만들어 같은 동네에 사는 신도들이 친목을 다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교회에서 신도들 가게를 도와주고 상부상조하는 것처럼, 사찰에서도 신도들이 서로 의지하고 돕는 관계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사람 간 만남을 통해 화목함을 이어가면 신행활동도 더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원묵스님은 “사찰은 사부대중 공동체로 스님과 신도들이 주인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며 “신도들 또한 같은 사찰 신도이자 같은 동네 주민이라는 유대감을 갖고 함께 신행하고 도와준다면 사찰이 더 활기차 질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신문 3471호/2019년 3월16일자]

광주=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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