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 경남 거제 잇는 남부내륙철도
예타 면제 발표 직후 발 빠르게 대응
“해인사 지나가는데도 사찰 뺀다면
진흙에 진주 묻어버리는 것과 같아
특정 지역 편의 위한 시설 돼선 안 돼”

대국민 서명운동 등 향후 계획 밝혀

“우리 스스로 진흙 속에 진주를 파묻어버려서야 되겠습니까.”

해인총림 해인사 주지 향적스님이 남부내륙철도 해인사역 유치에 대해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지난 3월18일 만난 주지 향적스님은 “특정 지역의 교통 편의를 위한 시설이 아니라, 관내 합천, 고령, 성주, 거창, 함양까지 아우르는 해인사 인근 지역에 역사가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들과 연간 100만 명이 넘는 해인사 순례객들의 교통편의를 고려해 사찰 인근에 역사가 들어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경북 김천과 경남 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는 서울과 거제를 2시간대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철도는 경북 김천·성주·고령, 경남 합천·의령·진주·고성·통영·거제 등 9곳을 지난다. 지난 1월29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으로 공식 발표됐다. 조기 건설 계획에 따르면, 총 사업비 4조7000억원 규모로, 6개 역사 중 김천역과 진주역은 기존 경부선 김천역과 경전선 진주역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합천·고성·통영·거제역은 신설한다는 계획. 금년도내 기획계획 수립이 완료되면, 2020년부터 21년까지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를 거쳐, 2022년 상반기 착공,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인사의 존재감이야 두 번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당연한 사실이다. 해인사 장경판전과 고려팔만대장경은 세계 인류사에서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높여왔다. 내방객만 연간 100만 명이 넘고, 이 중 2만 명에 가까운 외국인들이 매년 해인사를 찾고 있다.

향적스님은 “해인사는 세계 인류의 정신문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항상 그리워하고 방문하고 싶어 하는 곳”이라며 “(철도가) 해인사를 지나가는데도 해인사가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역설했다.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도 한국을 떠나기 전 해인사를 순례하고 자국 국민을 대표해 존경을 표한다는 뜻을 밝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히 해인사역 유치에 있어 “금년도와 향후 2년까지가 가장 중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이에 현재 주지 스님을 중심으로 해인사역 유치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해인사 결의문을 전달하고 역사 유치를 설파하기도 했다.

앞서 해당 사업의 예타 면제 소식을 들은 직후인 1월14일 임회를 열고, 총림 원로·중진 스님들이 참여하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주지 스님을 당연직 위원장으로 하는 추진위는 원로의장 세민스님, 해인총림 전계사 종진스님, 해인총림 선원장 효담스님, 해인승가대학장 무애스님, 율학승가대학원장 서봉스님, 종회의원 혜일·진각·경암·원돈스님, 전 종회의원 혜범스님, 진주 의곡사 주지 법연스님, 거창 송계사 주지 반야스님, 거창 포교당 주지 학암스님 등 총 14명의 스님으로 구성했다.

앞으로 지역 불자들은 물론, 역사 유치에 뜻을 함께할 관계자들을 모으는 등 위원회의 폭을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2월11일에는 해인총림 본·말사 사부대중의 원력을 모아 ‘해인사역 유치를 위한 결의문’을 내고, 본지를 비롯한 지역 언론에 그 소식을 알렸다.

해인사는 결의문을 통해 “합천과 고령, 성주 지역의 고른 발전과 해인사 관광객 등의 고속철도 이용의 편리성을 고려해 해인사 인근에 ‘해인사역’을 유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영호남 사이의 동서 연결 달빛내륙철도의 중간 기착지로 해인사 인근지역에 해인사역 조성이 이미 결정됐다”며 “남부내륙고속철도 중간기착지가 다른 곳에 조성된다면 환승에 어려움을 야기하고, 역사 건립에 막대한 국비가 이중으로 소요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밝혔다. 3월 중 추진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국민 서명운동, 해인사역 유치의 필요성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용역 추진, 지역 주민들과의 간담회, 해인사역 유치를 위한 결의대회 등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끝으로 향적스님은 “해인사 장경판전과 고려팔만대장경은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해인사역 유치는 해인사는 물론이고 종단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며 종단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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