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장애인 불자 초청 대법회 봉행

서울 조계사는 오늘(4월6일) 오후4시 경내 대웅전에서 장애인 불자 초청 대법회를 봉행했다. 사진은 김준엽 불자와 연수정 불자가 참가자들을 대표해 발원문을 낭독하는 모습. 김형주 기자

“때로는 올라야 할 계단이 높아 칠흙 같은 어둠이 앞을 가리고 때로는 마음을 표현할 수 없어 눈앞의 길도 잃어버리곤 합니다. 오늘 법회에 참석한 사람마다 턱이 없는 무장애의 길이 필요하고, 점자 안내와 유도블록과 수어 통역이 필요하고, 장애에 맞는 쉬운 설명이 필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오늘 법회 동참 대중은 장애와 비장애인이 더불어 손잡고 부처님께 함께 나아가길 발원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불자들을 대표해 김준엽 씨와 연수정 씨가 부처님 전에 지극한 발원을 올렸다. 장애인‧비장애인 불자 모두가 부처님 품에서 행복한 신행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이었다. 4월20일 장애인의 날과 불기 2563(2019)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조계사에서는 특별한 법석이 열렸다.

서울 조계사(주지 지현스님)는 오늘(4월6일) 오후4시 경내 대웅전에서 ‘2019 장애인 불자 초청 대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법회에는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 조계종 장애인전법단장 도륜스님을 비롯해 보리수아래, 승가원, 조계사 원심회, 혜광맹인불자회, 강북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온 장애인 불자들과 조계사 신도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조계사청년회와 가피 자원봉사단 봉사자들도 함께 자리해 장애인 불자들을 위한 법회에 힘을 보탰다.

이날 법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불자 모두가 부처님 제자임을 확인하는 화합의 장이자 차별없는 세상을 다짐하고 발원하는 무차의 장이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향한 사회적 편견과 냉대는 여전하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등록된 장애인 수는 251만1000명으로, 전체 인구 수 약 5%에 달한다.

장애인들 역시 우리사회를 살아가는 한 구성원이지만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쉽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장애인들에 대한 그릇된 시선과 질병, 경제적 빈곤, 취업난 등의 불합리한 사회적 인식이 심신의 장애로 인한 고통보다 더 큰 아픔을 주고 있다. 장애인 불자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불자로서 사찰을 찾아 신행활동을 하고 싶어도 도움이 없이는 쉽게 절에 오기 힘들다. 절에 오더라도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이 많지 않아 법당 참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조계사가 마련한 장애인 불자 대법회는 장애인 불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장애인 불자들을 위한 법회를 마련하겠다는 주지 지현스님의 원력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장애인 불자 초청 대법회를 봉행하게 됐다.

이날 법회에서는 장애인 불자들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평소 법당 출입이 어려운 지체장애인 불자들을 위해 휠체어를 타고 출입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설치했으며, 청각 장애인 불자들을 위해 법회 내내 수어 통역이 이뤄졌다. 또 장애인 불자들이 직접 부처님 전에 육법공양을 올리며 불자로서 자긍심을 갖출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축하공연을 선보인 조계사 어린이법회 어린이들은 ‘마음속에 꽃이 피던 날’을 수어로 공연해 눈길을 끌었다. 법회에 앞서 조계사 마당에서는 장애인 불자 활동사진 전시, 장애 이해 퀴즈, 지체·시각· 학습 장애 체험 프로그램 등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도 펼쳐졌다.

이날 법회에 참가한 장애인 불자들은 모처럼 장애인이 주인공이 되는 법회를 감격스러워 했다. 유재필(49세) 씨는 “시설에서 생활하다가 독립하게 되면서 불교와 인연을 맺게 됐다. 일주일에 한 번씩 화계사에 다니며 신행활동을 하고 있다”며 “법당에 들어 올 기회가 많지 않은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법당에 들어오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강승모(55세) 씨는 “장애인 법회가 마련돼 좋다. 앞으로도 이런 법회나 행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장애인 불자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신행활동을 하고 싶어도 절에 오는 것이 쉽지 않다. 많은 장애인 불자들이 사찰을 찾을 수 있도록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지고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은 정기적으로 장애인 불자들이 조계사에서 법회를 봉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주지 지현스님은 “조계사 주지 소임을 보게 되면서 장애인 불자들과 함께 법회를 볼 수 있기를 발원했다. 지난해 촉지도와 점자블록을 일주문과 도량에 설치했고, 장애인 불자 대법회와 장애‧비장애 차별없는 세상을 발원하는 ‘음악이 있는 야경템플스테이’도 개최했다”며 “아직 휠체어를 탄 장애인 불자들이 법당에 들어오지는 못하고 있다. 오늘 법회를 시작으로 휠체어를 탄 불자들이 법당에서 예불을 올리며 법회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조계사에서 한 달에 한 번 편안하게 법회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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