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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숭깊은 불자시인 6번째 시집 세상밖으로...

기사승인 2019.04.23  0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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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연애

전윤호 지음 / 파란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를 항해하는 일생을 견딘 건 어쩌다 불빛이 반짝이는 연애라는 항구 덕분이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본지에 ‘여시아문’ 필자로 활동했던 동국대 출신 불자시인 전윤호 씨가 새 시집 <세상의 모든 연애>를 세상에 내놓았다. 전 시인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산다. 몇 해 동안 안산의 토굴같은 골방에 시를 쓰기도 했고, 지난해는 ‘호반의 도시’ 춘천에 둥지를 틀고 시에 대한 강의도 하고 SNS에 ‘우무룩한 변태곰’이란 이름을 달고 시와 노닐더니 이번에 6번째 시집을 '뚝딱' 펴냈다.

강원도 정선 출신으로 서정성 넘치는 시어를 구사하며 불교적 사유의 웅숭깊은 시들이 울창한 숲을 곰처럼 어슬렁거리는 이번 시집 <세상의 모든 연애>에는 전 시인이 힘겹게 살아온 50여년의 삶이 ‘연애라는 항구의 불빛’에 심지를 돋우듯 한편 한편 들어 앉아 있다.

“개심사로 갔으면 해 / 배롱나무 연못에서 / 통나무 다리 건너다 / 떨어지는 꽃잎을 봤으면 해 / 기침이 만든 겨울 / 머리맡이 온통 젖었으니 / 마음 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 / 지금 갔으면 해 / 독경도 없이 꽃잎만 지는 상왕산에서 / 심검당 한 바퀴 돌고 / 연못을 지나 서산 바닷속으로 / 이무기처럼 사라졌으면 해”

‘쓸모없는 희망’이라는 시에서 전 시인은 사는 게 조금 버겁고, 힘겨워 개심사에서 마음의 짐들을 벗어놓고 싶어 한다. 지난 겨울에는 50평생 중에 제일 독한 감기에 걸려 자신의 몸과 정신이 피폐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해서 시인의 마음은 더욱 절실해진 것 같다.

시인이라면 누구나 연가집을 꿈꾼다. 괴테가 그랬고, 릴케가, 네루다가 그랬다. 김소월과 한용운의 시도 궁극적으로는 한 편의 연가다. 사랑을 행하는 주체는 ‘나’인 듯하지만, 실은 ‘사랑’이 나를 급습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은 운명을 직감하게 하며 열병을 앓게 만든다. 지난 겨울 전 시인에게 온 지독한 감기는 시번 시집을 내놓기 위한 열병이었을지 모른다.

전윤호 시인은 동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1991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한국시인협회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시집 <천사들의 나라> <늦은 인사> <봄날의 서재> <순수의 시대>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섬에서 섬으로 바다백리길을 걷다> <편지 고양이, 조로> 등 다수를 썼다.

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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