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 지키지 않으면 불교 생명 끊어지고 맙니다”

어지러운 세상일수록 불제자는 계율을 잘 지켜 존경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종진스님이 해인사 율원 입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스님 존경받아야 ‘포교’ 
출가 본 뜻 잊지 말고
부처님 제자답게 수행
정각을 이뤄 중생 구제

“행복한 삶 살고자 하면 
모진 짓을 하지 마시라
남의 가슴 아프게 말라
모진 말을 하지 마시라”

한겨울 냉기(冷氣)를 가득 품은 찬바람이 가야산을 할퀴고 지나간다. 12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해인사를 안은 가야산은 동장군(冬將軍)과 설장군(雪將軍)을 도반 삼아 우뚝 서 있었다. 계율을 호지하며 출가사문은 물론 재가불자와 일반인들에게 법향(法香)을 전하는 조계종 법계위원장 종진스님(해인총림 해인사 전계사)을 한 해가 꼬리를 조금씩 감추기 시작한 지난 16일 친견했다. “어서 오세요. 추운 날 천리길 오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스님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20여년 기자 생활을 하면서 종진스님을 여러 차례 뵈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스님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이다. 누구에게나 ‘올림말’을 사용하는 모습은 변함이 없다.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등 다른 이 입장에서 배려(配慮)하는 스님을 대하면 불교 핵심 가르침인 자비행(慈悲行)을 저절로 떠올리게 된다. 우리 시대에 계율이 더욱 필요한 까닭을 질문했다. 

종진스님은 “세상이 어지럽다고 개탄하는데 그럴수록 스님이나 신도들이 분한(分限)에 맞는 계율을 잘 지키면 사회에 청량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대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 사람들의 생각이나 몸가짐, 말이 달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개탄한다”면서 “부처님이 계율을 제정하신 것은 잘못하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해 승단이 흐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힘주어 말했다. 

스님은 “부처님께서는 ‘계율은 불교의 목숨’이라고 하셨다”면서 “불자라면 계를 받아 비구·비구니의 자격을 부여 받는데, 계를 잘 지키면 불교 목숨도 유지되고, 그렇지 않으면 정법이 오래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부처님 제자가 됐으면 부처님 제자답게 살 의무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지계(持戒)”라고 재차 강조했다. “스님답게 생활하고 스님답게 말씀하고, 스님답게 생각하면 일반인들이 저절로 존경을 합니다. 스님들이 존경을 받으면 불교도 아울러 존경 받게 됩니다.” 

불교의 중심은 스님들이라고 했다.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말씀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불교가 흥하거나 쇠퇴한다는 것이다. “계율을 준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의무이지, 자유가 아닙니다. 다시 말하지만 계율은 불교의 생명입니다. 계율이 지켜지지 않으면 불교의 생명은 끊어지고 맙니다.” 

<사분계본(四分戒本)>에는 계를 준수하면 여러 가지 이익이 따른다고 했다. 명예가 주어지고 공양(재, 財)을 받으며, 사후에는 천상에 태어난다는 것이다. 종진스님은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계를 잘 지켜야 되고, 그러면 자연히 존경받고, 저절로 포교가 된다”면서 “특히 스님들이 멸시 받으면 포교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존경하는 사람한테 말을 들으려고 하지, 멸시하는 사람 말을 듣겠습니까. 그러니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계율을 잘 지켜 훌륭한 스님이라고 칭송과 존경을 받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사다난(多事多難)한 무술년(戊戌年)을 보낸 불자들은 삶속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했지만 대부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가오는 기해년(己亥年)에는 어떤 자세로 수행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불교의 목표인 정각(正覺)에 도달하려면 먼저 세상을 바르게 봐야 합니다. 결국 인과(因果)입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는 것입니다.” 종진스님은 “내가 행복해지려면 행복한 원인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행복은 땅에 솟는 것도 아니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며, 부처님이 주실 수도 없다”고 말했다. “행복해지려면 행복한 씨를 심어야 됩니다.” 

행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주었다. “첫째 모진 짓을 하지 마시라, 둘째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 마시라. 언젠가는 내 가슴도 아프게 되리라, 셋째 모진 말을 하지 말아야합니다.” 종진스님은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과 결부되지만 모진 말을 하면 비수(匕首)가 되어 사람을 상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이 세 가지를 삼가면서 인생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며 “누구나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는데, 유한한 생명을 갖고 목표 없이 산다면 너무 어리석은 것”이라고 경책했다. 

종진스님은 한 가지를 덧붙였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 하라는 것이다. 스님은 ‘게으름은 죽음의 길이요. 부지런함은 삶의 길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게으르고, 지혜 있는 사람은 부지런하다’는 부처님 가르침을 예로 들었다. 스님은 “부지런해서 굶어죽는 사람 없다고 합니다. 좋은 일을 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면서 “부처님께서는 내가 정각을 성취할 수 있었던 것은 ‘부지런할 근(勤)’ 한 자에 달려있다고 하셨다”면서 “근 자가 바로 정진”이라고 강조했다. “모진 짓하지 않고, 남에게 상처 안주고, 모진 말 안하고, 부지런히 생활하면 자연스럽게 행복하게 됩니다.” 

불교에는 참선, 간경과 사경, 염불, 주력(송주) 등 다양한 수행법이 있다. 목적지는 같은데 순위를 매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향에 대한 종진스님의 생각은 분명했다. 스님은 “다양한 수행법은 정각을 성취하는 방법인데, 우열을 매기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면서 “방법보다는 얼마나 철저하게 쉬지 않고 정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진하지 않으면 목적지에 갈 수 없습니다. 생각만 갖고 서울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자랑할 것은 아니고 불제자로 얼마나 정진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거기에 따라 결과는 오게 돼 있습니다. 부처님도 목숨을 걸어놓고 6년 동안 공부를 하셨는데 우리가 공부를 안 해서야 되겠습니까.” 

종진스님은 지관스님의 강맥(講脈)을 이었고, 일우스님에게 계맥(戒脈)을 받았다. 두 어른 스님의 영향이 컸다. 지관스님에게는 부지런함과 관용을 배웠다고 밝힌 종진스님은 계율을 중시한 일우스님의 육성을 전했다. “스님은 부처님 제자다워야 한다. 계율에 어긋나지 않는 생활을 할 때 부처님 제자다운 모습이 저절로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시은(施恩) 무서운 줄 알아라. 시은을 갚으려면 철저한 수행을 해야 한다.”

평생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는 스님들도 기쁘고 마음 아팠던 일이 있을지 모른다. 어리석은 질문을 드렸다. 종진스님은 1965년 늦은 봄과 1978년 겨울 남해 보리암에서 관음기도를 회향하고 바다를 바라봤을 때가 가장 기뻤다고 했다. 이어 감사한 일에 대해 말했다. 종진스님은 “자운·석암·일우·일타 율사, 네 분을 만나게 된 것”이라면서 “그 분들 때문에 부처님 제자는 어떻게 살아야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네 분을 가까이 모셨고, 그 분들이 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스님네는 저렇게 사는구나를 배웠습니다. 또 한 분의 ‘고마운 분’은 운허노스님이라고 했다. “1961년 해인사에 다시 오신 운허 노스님에게 8개월간 혼자 <치문경훈(緇門警訓)>을 배웠습니다. 한문을 깨우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공부한 것은 큰 행운이고 기쁨이었습니다.”

종진스님은 살아오면서 슬펐던 일은 특별히 없고, 아쉬운 일이 두 가지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자운 노스님께 ‘천화율원(天華律院)’ ‘감로계단(甘露戒壇)’ 두 용어를 무엇 때문에 쓰셨는지 직접 여쭤보지 못한 것입니다. 둘째는 일타스님이 <수계의범(授戒儀範)>을 만드셨는데 무슨 책을 저본(底本)으로 하고 어떤 책을 참고했는지 여쭙지 못한 것입니다.” 종진스님은 “두 어른 스님께 그에 대한 말씀을 듣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면서 “짐작하는 것과 직접 말씀을 듣는 것은 천양지차(天壤之差)”라고 안타까워했다.

한 시간 넘게 스님 말씀을 듣는 동안 가야산과 해인사를 에워싼 찬바람도 수그러들고, 아침부터 내린 눈도 아이스크림 녹듯이 사라졌다. 종진스님은 후학들에게 당부하는 말씀을 전하며 대담을 마무리했다. “출가한 본 뜻을 잊지 마시라. 잠들기 전에는 부처님 제자라는 생각을 잊지 마시라. 그렇게 살면 손가락질 받는 스님은 되지 않습니다.”

종진스님은 “출가한 본뜻은 명예와 재물 등을 다 뛰어넘어 영원한 것을 구하기 위해서”라면서 “그러니 출가한 본 뜻을 잊지 말고, 부처님 제자답게 수행해서 부처님같이 정각을 이뤄 괴로움 속에 고통 받는 중생을 구제해야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니 부처님 제자라는 생각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부처님 제자는 출가한 스님들과 재가신도를 포함한 것입니다. 그런데 불제자가 막말을 하고, 모진 말을 하고, 막된 짓을 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러면 안됩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이 있지 않습니까.”

종진스님은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 않아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전했다.

■ 종진스님은…

1940년 강원도 강릉에서 출생했다. 도견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출가했다. 1955년 동화사에서 석우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1년 해인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구족계와 보살계를 수지했다. 1963년 해인사 강원을 졸업했다. 1970년 지관스님에게 강맥(講脈)을, 1985년 일우스님에게 계맥(戒脈)을 받았다. 해인사 강원 강주(1970~1989), 해인사 율원장(1985~1998), 해인총림 율원장,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1999~2004)를 지냈다. 지난 2015년 대종사 법계를 품수받았다. 현재 조계종 법계위원장과 해인총림 해인사 전계사를 맡고 있다.

[불교신문3451호/2018년12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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