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4일 해인총림 해인사 경내 연화대에서 봉행된 종진대종사 다비식.

“청정 계율 늘 지니라는 당부 받들겠습니다”

5월4일 오전10시 조계종 법계위원장이자 해인총림 전계사 종진스님의 영결식을 알리는 종소리가 가야산 자락에 울려 퍼졌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대강백이자 율사인 종진대종사의 영결식이 이날 오전10시 해인총림 해인사 경내 보경당에서 해인총림장으로 엄수됐다.

명종 5타로 시작된 이날 영결식은 영결법요, 행장소개, 추도입정, 영결사, 영결법어, 추도사, 조사, 헌화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경내는 일찍부터 영결식에 함께하려는 불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종진대종사를 청하는 의식인 영결법요가 봉행되는 동안 스님과 불자들은 한마음으로 합장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해인총림 방장 원각스님이 영결법어를 설하고 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대신해 교육원장 스님이 추도사를 대독하고 있다. 

이날 해인총림 방장 원각스님은 법어에서 “청규(淸規)에 대한 밝은 안목은 시시로 총림대중에게 지남을 제시해주셨고 제대로 의례를 갖춘 청아한 범음은 울릴 때마다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었으니 숨어 있어도 이름은 만천하에 퍼졌고 그 공덕은 이승과 저승까지 두루 미쳤다”며 “삼가 바라노니 계정혜 삼학을 갖추진 현신 그대로 속환사바 하시어 다시금 총림대중에게 치문의 정로를 열어주소서”라고 설했다.

해인총림 해인사 주지 향적스님도 영결사를 통해 애도했다. 주지 향적스님은 “아침에 핀 꽃 저녁에 줍는 것처럼 불식간에 스님을 떠나보내는 오늘, 남은 해인사 대중은 황망하기 그지없고, 앞이 캄캄하기로는 해 떨어진 서산의 깊은 산그늘 같다”며 “스님께서는 해인율원장과 해인총림 율주를, 해인총림 전계사이자 종단 법계위원장으로서 후학들의 큰 어른이시자 든든한 의지처이며 버팀목이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처님 삶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말과 이치에 맞는 말을 하고, 남을 상하게 하는 말은 하지 말며, 늘 진실만을 말할 것을 윤리적 지침으로 강론하셨다”며 “이 사바세계에 다시 오셔서 보살의 자애로움 오월의 신록처럼 드러내사 봄꽃 같고 환영 같은 중생의 아픔을 모두 치료하소서”라고 발원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교육원장 현응스님이 대독한 추도사를 통해 “스님께서는 틈나실 때마다 ‘계를 잘 지키면 불교목숨도 유지되고, 그렇지 않으면 정법이 오래가지 못한다’며 후학들을 경책하셨다”며 “전통 교학과 율학을 함께 공부하고 몸소 실천해보인 조계종문의 지남이셨기 때문에 후학들은 바름 공부의 길로 이끌어 주시던 스님을 그리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계종 종도들은 ‘계율이 지켜지지 않으면 불교 생명은 끊어지고 만다’는 스님 당부를 받들겠다”며 “청정한 계율을 늘 지니며 부처님 법 지키고 실천해 시대의 소임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조계종 원로의장 세민스님이 헌화를 하고 있다.
해인총림 해인사 주지 향적스님이 헌화하는 모습.
동화사 주지 효광스님 등이 헌화를 하고 있다.

평소 종진대종사와 인연이 깊었던 종단의 주요 스님들도 조사를 통해 종진대종사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조계종 계단위원장 성우스님은 지현스님이 대독한 조사를 통해 “대종사의 행원으로 여법한 수계와 승가교육이 이루어지고 종단 승풍이 적확하게 정비됐다”며 “연담종진 대종사여 여여하게 가신 것처럼 사바세계에 속히 여여하게 오시어서 눈 밝은 선지식으로, 향기로운 수행자로 이끌어주고 인도해주시리라 믿고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해인사승가대학 제4회 졸업생이자 종진대종사의 도반 스님인 보광스님도 “돌아보며 회상하건데 4.19 뒤 스님은 동화사에서 나는 범어사에서 이곳 해인사 강원에 입방해 사미과부터 수의과까지 졸업하는 동안 시험 때마다 선두를 다투며 경쟁하든 일, 쉬는 시간이면 장경각 뒤산 머루, 다래 따먹든 일, 대적광전 지붕 위에 집신을 신고 올라가 기와장 사이 잡초 뽑던 일, 밤10시 진대밭골에 산불이 나서 밤새워 진화 작업 하던 일 모든 일이 주마등 같이 지나간다”며 “60년을 총림생활하셨으니 복이 많고 또 많은 분이셨으니 부처님 세계에 잠시 머무시다 속히 이 세계로 다시 오시어 일대사를 밝히시고 널리 중생들에게 이로움을 달라”고 말했다. 

끝으로 영인스님이 문도 대표 인사말을 통해 “매순간 계와 율의 근본정신으로 살아가라는 가르침대로 수행정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참석한 사부대중을 향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날 영결식 직후 종진대종사의 법구는 해인사 연화대로 이운됐다. 법체가 다비장으로 향하는 약 1시간 동안 스님의 먼 길을 배웅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불 법 승! 큰스님 불 들어갑니다, 어서 나오세요”라는 외침과 함께 거화하자 곧바로 붉은 불길에 휩싸였다. 스님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에서도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부대중은 나미아미타불을 합송하며 대종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보경당 바깥에서도 종진스님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수많은 스님들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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