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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별 쏟아지는 봉정암의 밤…우주의 주인공 되다

기사승인 2019.05.13  10: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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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수행바라미 연수 봉정암 순례 현장

설악산 봉정암 도착 직후 수행바라미 연수 동참자들은 맨 먼저 진신사리탑 앞에서 삼배를 올렸다.

멀고 험한 산길순례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봉정암
부처님 만나려는 마음에
깔딱고개도 환희심 충만

1년 365일 붓다로 살고 싶다면. 정답은 계율, 간경, 염불, 참선, 보살행 등 자신에게 맞는 불교의 핵심 수행법을 선택해 생활화 하는 것이다. 조계종 포교원과 중앙신도회는 이러한 수행법의 체계적인 보급과, 신행하는 신도 양성을 위해 ‘2019 수행바라미 정진 연수’를 마련했다. 

오는 5월 말부터 10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오대산 상원사,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암, 강화 보문사 등 불자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전국의 대표 수행도량을 찾아 집중 수행의 시간을 갖는다.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지난 4월29일부터 30일까지 연수 준비 차원에서 신도단체 핵심 실무자 및 신행단체 회원 등과 함께 봉정암 순례에 나섰다. 정진 프로그램이 알차게 꾸려진 이번 순례에는 정한신 중신회 사무총장, 김홍범 금융단불자연합회 대외협력국장, 최성숙 전 영등포구청 불자회원, 송남출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 간사, 강정옥 직할교구신도회 팀장, 장성원 중신회 팀장, 이근혁 조직주임 등이 함께했다.

첫날 오전 봉정암 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길, 순례의 길 앞에 펼쳐진 온 천지가 연두빛으로 물들어있다. 얼굴을 스치는 청량한 바람과 계곡 물소리는 심신을 말끔하게 씻어준다.

자발적 고행을 택한 순례자들의 사연이 궁금했다. 김홍범 국장(하나은행 안국동지점 팀장)은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 순례다. 세 번 이상 다녀왔으니, 이승을 하직하고 염라대왕을 만났을 때 큰소리를 땅땅 칠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 놀라운 사실하나, 갈 때마다 새롭단다. 10여 년 전 산악회 회원들과 처음 갔을 땐,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뼈를 파고드는 추위에 요사채에만 있었다고 고백했다. 

두 번째부터 봉정암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 세 번째는 진신사리탑 앞에서 철야정진 하는 이들을, 네 번째엔 함께 기도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순례에선 설악산 처처에 부처님이 계심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부처님이 맺어준 좋은 인연들과 함께 순례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성숙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원이자 전 영등포구청 불자회원은 이번이 첫 순례이다. 지난해 12월 꼬박 26년여를 몸담았던 공직을 정년퇴임하고 인생 2막을 준비 중인 최 씨는 “불교공부를 하고 싶었고, 마침 공불련 간사님이 적극 추천해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행을 하기 전부터 걱정 가득한 얼굴이다. 하지만 웬걸,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며 힘들어 하다가도, 산세에 감탄하고 떨어지는 폭포에 넋을 놓고, 이름 모를 꽃 앞에서 열아홉 소녀마냥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그다.

갈 길은 아득하지만 부처님을 뵈려는 마음에 다들 환희심이 뻗쳤다. 이미 순례를 마치고 하산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인사를 나누며 이 세상 모든 인연들이 다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험한 산길로 10.6㎞.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도 넉넉잡아 5~6시간 거리이다. 세속인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곳에 진신사리탑을 모셨기 때문에, 적멸보궁을 참배하는 것만으로도 곧 수행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봉정암이야 말로 인연 있는 불자라야 갈 수 있다.

4월29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2019 수행바라미 연수 봉정암 순례에 동참한 참가자들.

이번 순례도 마찬가지다. 현재 설악산은 산불위험 때문에 2월부터 5월15일까지 입산을 통제하고 있다. 다행히 중앙신도회가 미리 봉정암 순례를 예약하면서, 이번 순례 동참자들도 부처님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오직 두 다리만 믿고 성실하게 걸은 지 5시간째. 드디어 해탈의 길을 만났다. 경사가 70도 이상 되는 깔딱 고개를 넘어가니 도량 전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힘들게 오른 봉정암은 따듯하고 고요했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씨는 사방팔방 막힘없이 깨끗하고 넓은 시야를 선물했다.

오후8시반, 봉정암의 밤은 수행의 시간이다. 다들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사리탑으로 향했다. 순례자들은 오로지 부처님만을 생각하며 경건한 자세로 108배를 했다. 이어 석가모니불 정근을 진행했다. 봄밤 환하게 불 밝힌 탑에 의지해 도반들과 함께하는 정진의 시간이란. 아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 마음을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사리탑 맞은편 철야정진을 위해 대웅전 법당에 모인 불자들의 염불소리도 우리를 응원하는 듯 했다. 한 시간 가량 정진을 마치고 3분간 입정에 들었다. 가만히 눈을 떠 하늘을 바라보니 별이 쏟아진다. 호흡을 가다듬고 내면으로 향했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우주의 주인공이 된 듯 한 기분이었다.

다음날 오전5시30분께 미역국에 오이소박이로 아침공양을 했다. 소박하지만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귀한 성찬이다. 6시 반 서둘러 배낭을 메고 하산했다. 다들 부처님 가피를 듬뿍 받았는지 내려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어제보다 산은 더욱 푸르러 보인다. 

거의 쉬지 않고 4시간가량 걸었을 즈음, 석가모니불 정근소리가 들려왔다. 염불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영시암 이다!’ 잠시 목만 축이고 또다시 걸었다.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다 보니 어느새 백담사다. 시계는 오전11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봉정암에서 내려온 순례자들은 불교를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겠다는 다짐을 내놓는다. 강정옥 팀장은 “왼쪽 다리가 너무 아파 사리탑 앞에서 절을 할 때 도저히 못할 것 같았지만 신기하게도 시작과 동시에 힘이 났다. 정진을 하면서 그동안 살아온 길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 갑자기 울컥하기도 했지만, 불자라는 자긍심이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내려놓고 비워야 높은 곳을 쉽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김 국장은 “앞으로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해 배운 내용을 대중들에게 회향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최 씨도 “요즘 일주일에 한번 불교인재원에서 생활참선 수업을 듣고 있다. 나이를 먹어도 마음 다스리기가 쉽지 않은데 (인생 2막은) 불교 공부에 매진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한신 중신회 사무총장은 “탈종교화 시대라고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종교는 불교라고 생각한다. (이번 수행바라미를 계기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불교 가치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순례가 기다려진다.

[불교신문3487호/2019년5월11일자]

인제=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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