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의 옛 자취 천년이 흐른다…

진신사리를 수호한 사명대사를 기리는 사명암.

◇염불도량 백련암, 한글 포교 옥련암

자장암이 왜 과거 통도사 중심이었는지 산을 돌아가면 분명해진다. 산길을 따라가면 자장암 주변에 대부분 암자가 모여있다. 산을 넘어 20여분 가면 사명암(四溟庵)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6년 전 1573년 창건했다. 사명대사는 이곳에 모옥(茅屋)을 짓고 수도하면서 통도사 금강계단 부처님 진신사리를 수호했다. 

대사는 왜구의 침탈을 우려하여 진신사리를 2과로 나눠 스승이 계신 묘향산에 보냈는데 휴정은 묘향산 역시 안전하지 못하므로 통도사 금강계단을 잘 수호하여 모시라고 되돌렸다. 이에 1과는 금강계단에 다른 1과는 태백산 갈반지(葛盤地)에 모셨으니 오늘날 정암사 적멸보궁이다. 

사명대사를 기리기 위하여 대사의 법명으로 가람 이름을 붙였다. 오늘날은 단청의 산실로 유명하다. 국가중요문화재 단청장 제48호 혜각스님이 주석하였으며 동원스님이 스승의 뒤를 이어 단청장 맥을 잇고 있다.

염불수행으로 명성이 높은 백련암.

사명암 뒤편 산을 따라 10분 가량 가면 만일염불회로 유명한 백련정사다. 종단 교육원장과 통도사 주지를 역임한 원산스님이 주석하는 명찰이다. 백련암과 밭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암자가 옥련암이다. 두 곳 모두 공민왕 23년(1374) 창건했다. 월화대사가 백련암을, 쌍옥대사가 옥련암을 창건했다. 

700년 된 은행나무가 우뚝 서있는 백련암은 1938년 성철스님이, 1940년 구산스님이 정진한 유서 깊은 도량이다. 옥련암에 들어서니 대적광전(大寂光殿) 대신 한글로 쓴 ‘큰 빛의 집’ 현판이 눈길을 끌었다. 절에서 만난 보살님에 따르면 법선스님이 40여년 주석하며 어린이 법회를 이끌고 한글로 불교를 편다고 한다. 

옥련암 한글 현판과 주련.

◇ 꽃과 새, 사람이 함께 詩 읊는 서운암

옥련암 바로 옆은 야생차밭으로 유명한 서운암이다. 현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이 주석하는 절이다. 옥련암 옆으로 난 산길을 2분 가량 가면 도자기로 불상을 조성하여 모신, 서운암 맨 위의 삼천불전이 나온다. 아래로 내려가니 야생화가 지천이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연못에는 거위가 영역 싸움을 벌이느라 상대를 위협하며 시끄럽게 울었다. 

꽃과 새 사람이 어울려 사는 서운암.

멋진 소나무 두 그루가 서운암을 바라보고 선 자리에 의자가 놓여 있다. 지친 몸을 쉬며 준비해간 간식을 푸는데 어디선가 흰 공작새 한 마리가 다가왔다. 서운암은 백련암 옥련암을 창건한 2년 뒤인 고려 충목왕 2년(1346)에 창건했다. 오늘날의 서운암은 성파스님의 손길이 만들었다. 산 전체를 뒤덮은 야생화와 나무 사이를 사람과 길짐승이 함께 어울리는 낙원이다.  

암자 중에서 가장 규모가 작은 수도암.

◇ 통도사 옆 수도암, 안양암, 취운암, 보타암

서운암을 나와 삼거리에서 오른쪽 언덕으로 오르면 규모가 작은 수도암(修道庵)이 나온다. 고려 공민왕 21년(1372) 이관대사가 창건했다. 암자 중에서 가장 단촐하다. 그 옆 산길을 따라 5분 가량 가면 안양암(安養庵)이다. 고려 충렬왕 21년 (1295) 찬인대사가 창건했다. 통도사 팔경 중 하나인 안양동대(安養東臺)는 안양암에서 바라보는 통도사의 비경을 일컫는다. 민간 도교신앙인 칠성각을 받아들여 북극전(北極殿)이라는 전각이 안양암의 전부였다가 그 후 여러 전각을 지어 별도의 암자로 독립했다. 

안양암을 나와 계곡을 건너면 통도사, 산길을 따라 뒤로 돌아가면 취운암이다. 보살선원과 나란히 있는 취운암(翠雲庵)은 통도사 율원이다. 다른 암자와 달리 크고 웅장하다. 조선 효종 1년(1650)에 창건했다. 그 앞 도로를 따라 약간 내려가면 보타암(寶陀唵)이 나온다. 유일한 비구니 암자다. 이렇게 15곳 암자가 통도사 산내에 자리하고 있다. 

통도사 바깥에 두 곳이 더 있다. 일주문을 지나 주차장 옆으로 가면 보이는 관음암과 지산마을 뒤편 축서암이다. 관음암은 30여년 전 태응스님이 창건했으며, 축서암은 조선 숙종 37년(1711)에 창건했다. 축서암은 선화로 유명한 수안스님이 주석함으로써 암자의 명성이 크게 일어났으며 최근 감원을 맡았던 세봉스님의 원력으로 대웅전을 신축하고 길을 새로 냈다. 

통도사가 한눈에 보이는 안양암.

 

통도사 율원 취운암.

 

유일한 비구니 암자 보타암.

 

통도사 바깥에 위치한 관음암.

 

통도사 바깥에 위치한 축서암.

 

통도사가 제작한 암자 안내도.

[불교신문3487호/2019년5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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