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代 불자가족을 만나다] 안소연 조계사 염불봉사단장

가족노래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가족들이 조계사로 총출동했다. 사진 왼쪽부터 안소연 단장, 조카 박재희 양, 어머니 김학중 여사, 손자 박석훈 군, 동생 안미애 씨, 딸 윤소영 씨, 사위 박철 씨.

‘부르나 존자’ 꿈꾸는 안소연 씨
가족 포교하겠단 원력으로 실천
어머니부터 딸과 어린 손자까지
부처님 품 귀의할 인연 만들어

아이들에게 남겨줄 건 불교 뿐
공부해서 성취하는 건 각자 몫
주어진 시간 선물로 생각할 것
“자식 인연으로 만나줘 고마워”

지난 4월21일 조계사 마당에서 열린 ‘3대(代)가 행복한 가족 노래 경연대회’는 남다른 가족애를 자랑하는 자리였다. 할머니와 엄마, 아빠, 손주가 무대에 올라 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율동을 선보인 이날 행사에 단연 돋보인 팀은 4대(代)가 무대에 오른 안소연(법명 연심화) 조계사 염불봉사단장 가족들이었다. 

팔순을 넘은 증조할머니부터 올해 아홉 살 된 손자가 함께 ‘우리도 부처님 같이’를 열창하자 객석에서는 감탄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이날 경연대회 대상인 ‘행복한 가족상’까지 차지한 안소연 단장의 가족들 얘기를 들어봤다.

안 단장은 독실한 불자다. 아침마다 집에서 집전하며 새벽예불을 하고, 1주일에 1번은 3000배를 올린다. 몇 해 전에는 철거위기에 처한 ‘영등포 쪽방촌’ 사람들을 위해 2년간 다라니기도를 하고 국수공양을 후원했다. 세상을 불국토로 만들 부루나 존자가 되겠다는 원력으로 올해는 포교사에도 도전, 1차 시험에 합격한 상태다.

4대가 불교와 연을 맺게 된 데는 안 단장의 노력이 크다. 조계사에서 신행활동을 해온 안 단장의 평소 목표는 가족포교였다. 올해 여든 둘인 어머니 김학중 여사나 동생 안미애 씨도 마찬가지다. 청주 용화사에서 신행활동 시작한 지 4년 정도 지났는데, 이 또한 안 단장의 영향 덕분이다. 

“4년 전 큰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서울 용화선원에 만년위패를 봉안했다”며 “49재를 봉행하면서 고인이 된 언니가 불교에 위의했고, 어머니도 자연스럽게 불연을 맺었다”고 한다. 동생 미애 씨도 힘들 때 언니의 기도로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최근에 용화사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딱히 신행활동을 하지 않는 딸과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사위, 어린 손자까지 모두 부처님께 귀의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었다. 도매업을 해 낮밤이 바뀐 생활을 하는 딸과 사위를 도와 손자 박석훈(9)군을 키우다시피 하는 안 단장은 손자가 조계사 동자승이 되는 게 꿈 아닌 꿈이었다. 석훈이가 여섯 살 되는 2016년, 본격적으로 딸과 사위를 설득했다. 

우선 <조계사보>에 실린 동자승 출가 후 아이들에게 좋은 변화가 일었다는 후일담을 오려서 식탁에 붙였다. 밥 먹을 때마다 딸과 사위가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석훈이에게 불연을 심어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다.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만,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스승이 필요하지 않나. 어려움 생길 때면 지탱하고 의지할 스승이 부처님이 됐으면 좋겠다. 석훈이가 사춘기를 맞아 스트레스 받고 혼란스러워 할 때 할머니나 부모도 해 주지 못할 위안을 불교로 받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설득 끝에 동자승 동참을 발원하며 원서를 냈는데 아쉽게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안 단장은 그 해 12월31일 조계사 법당에서 10시간 동안 3000배를 올리며 2017년에는 손자가 동자승이 되길 빌고 또 빌었다.

무대 위에서 사회자 김병조 씨와 얘기하면서 환하게 웃는 가족들.

그 사이 청천벽력 같은 일도 찾아왔다. 건강검진에서 안 단장이 암 1기 진단을 받은 것이다. 그 순간에는 암에 대한 두려움보다 이 인연으로 왠지 석훈이가 동자승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동자승으로 활동하는 동안 수술날짜를 잡으면 되겠다는 혼자만의 계획을 세우고 가족들에게 알렸다. 가족들의 슬픔과 놀람은 컸다. 어린 석훈이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동자승이 되면 할머니가 살 수 있냐”고 물은 아이는 “머리를 빡빡 깎는 건 싫지만 내가 복을 짓고 할머니 병이 다 낫는다면 동자승이 되겠다”며 자청했다. 안 단장의 지극한 발원으로 석훈이는 마침내 조계사 동자승이 됐다. 

그 인연으로 석훈이는 조계사 어린이법회에 다닌다. 지난 4월8일 조계사 점등식 날에는 학원에 가는 대신 할머니와 함께 점등식을 지켜보고 108배를 했다. 엄마아빠들은 같이 활동했던 동자승 부모모임을 하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안 단장은 무사히 수술을 받았다. 새벽마다 목탁을 치고 예불하는 안 단장의 신행생활도 식구들에겐 일상이 됐다. 염불봉사단장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토요일마다 안심당 3층 법당에 모여 2시간 씩 집전연습도 한다. 그래도 한 편으로는 가족들에게 무엇을 남겨줄까 항상 고민했다고 한다. 남길 건 부처님 가르침이라고 결론을 내린 안 단장은 가족포교를 화두로 삼았다. 3대 가족노래 경연대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노래자랑 소식을 듣고 가족들이 찬불가를 부르면서 부처님께 공양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노래를 잘 하는 건 아니다. 특히 우리 딸은 음치다.(웃음) 그래도 가족이 함께 음성공양을 하면 좋겠다는 바람에 참여하자고 했다. 모두들 선뜻 마음을 내줬다.” 참가곡은 ‘우리도 부처님 같이’로 정하고 유튜브를 틀어놓고 넷이서 열심히 연습했다.

 아침에 찬불가를 틀어 석훈이를 깨우고 토요일에 같이 연습을 한다. “같이 노래하고 있으면 재미있긴 하다. 새로운 것도 알았다. 석훈이가 아홉 살이 되도록 같이 노래방에 간 적이 없어서 몰랐던 사위의 숨겨진 노래실력을 확인했다.

팀 이름은 석훈이가 정했다. 동물 중에 가장 센 ‘사자’를 팀 이름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불교에서 사자는 지혜를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결정된 팀명은 ‘라이온 킹’이 됐다. 노래자랑 소식은 청주까지 전해졌다. 청주 용화사에서 신행 활동하는 어머니와 동생도 같이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해서 4대 가족합창단 ‘라이온 킹’이 탄생하게 됐다.

4월21일 무대에 오른 가족들은 제대로 실력발휘를 했다. 그동안 열심히 연습해 온 찬불가를 함께 부르며 관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증조할머니 김학중 여사가 무대에 오르자 격려와 성원의 박수가 쏟아졌다. 

노래를 마치고 내려온 김학중 여사는 “많은 분들이 환대해줘서 고맙고 또 딸이랑 손녀, 증손자까지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즐거웠다”며 좋아했다. 박석훈 군은 시종일관 “재미있다”며 좋아했다. 

엄마와 할머니를 따라 아침부터 서둘러 왔다는 늦둥이 조카 열한 살 박재희 양은 낮 12시30분에 봉행된 ‘유아 어린이 청소년 연합수계법회’에도 참석해 수계를 받고 이어 노래자랑까지 참가해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재희 양은 “가족노래자랑은 처음인데 할머니께서 노래 잘 못하실 것 같은데 잘 하셨다”며 덕분에 1등했다고 좋아했다. 딸 윤서영 씨는 “외할머니 생전에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가 될 것 같은데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뜻 깊다”며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노래자랑 대상은 4대가 함께 한 안소연 단장 가족에게 돌아갔다. 주지 지현스님과 기념 촬영하는 가족들 모습.

자신의 신행활동만 아니라 가족들도 부처님 품안에 들어오도록 노력했고 또 성공한 안 단장은 시종일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 석훈이,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예쁜 딸 서영이, 든든한 사위 모두가 함께 해줘 정말 기쁘다”며 부처님께 열심히 기도해서 큰 상을 받은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또 안 단장은 가족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제가 딸이나 사위, 손자에게 남겨줄 건 불연 맺어주고, 부처님 법 공부하는 것을 알려주는 것밖에 없다. 성취를 하는 것은 아이들 몫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암 진단을 받고 완치판정 받을 때까지 3년의 시간이 남았다. 그 시간이 기회이자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3년 동안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실천하려고 한다. 자식의 인연으로 만나 고맙고 부처님께도 감사드린다.”

[불교신문3487호/2019년5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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